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주한 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한국 정부가 2012년에 환수하려는 계획에 대해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역대 정부의 국방부장관들이 현정부의 국방부장관에게 작전권 환수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달한 후 전직 국방장관 17명과 6.25전쟁 때 명성을 날린 백선엽 대장 등 군 원로들이 반대 회동을 했다.
작전권 환수문제는 여야의 정치쟁점을 넘어 국방을 전담해온 전직 군지도자들의 전면적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은 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반대하는가. 이유는 한국군의 능력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국군의 무장이 북한의 도발을 제압하기에 부족할 뿐 아니라 군사정보 능력의 부족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들고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므로 환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미군이 한국군에 작전권을 넘겨줄 경우 유사시 미군과의 공조체제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주한미군이 쉽게 철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군이 작전권을 가지고 있으면 전쟁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지만 작전권을 넘겨준 이상 처신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작전권 환수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며 작전권을 환수하더라도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고 공조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작전권 환수문제는 벌써부터 한미간에 묘한 균열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우선 용어부터 한국은 ‘환수’라고 하고 미국은 ‘이양’이라고 한다. 한국은 내가 맡긴 것을 다시 찾아오니 환수라고 할 수 있고 미국은 자기네가 가지고 있던 것을 넘겨주니 이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서로 자기네 용어가 맞다고 우기니 이것부터 서로 엇나가고 있다.
한국이 2012년에 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하니 미국은 그보다 빨리 2009년에 가져가라고 하고 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가져갈 수 있다. 2009년에 환수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합리적 시기는 2010년이나 2011년도이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계획을 슬그머니 흘렸다. 또 미군사령부의 이전문제와 미공군 사격장 문제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한미동맹의 누수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측은 작전권 환수문제가 이미 노태우 정부 때부터 제기되어 역대 정부가 계속 추진해온 사항인데 전직 국방장관들이 이제 와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상황이 다르면 이에 대한 대응도 달라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기본 원칙이다.
북한은 그동안 경제적 파탄에도 불구하고 핵기술과 미사일의 개발에 총력을 경주하여 중거리 및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었고 머지않아 핵실험도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이 이같은 전력에 대응할 준비가 되기전에 단독 작전권을 가질 경우 극히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게 된다. 또 과거의 정부와 지금의 정부는 성분이 판이하게 다른 정부이며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설 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6.25전쟁을 치른 이승만 정부에서부터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반공정부였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싸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현재의 노무현 정부는 소수 좌익정부로 친북 화해에 치중하여 북한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서해교전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한이 도발해도 한국군이 먼저 발포하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앞으로 북한이 전면전을 도발할 경우 과연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인가 조차 의문시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통령이 하는 모양을 봐서는 미국이 아닌 그 누구도 북한의 도발을 진정으로 막아주겠는가 하는 불안감이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반대하는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지금 정부가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작전권을 환수하려면 북한의 어떠한 도발이 있더라도 이를 물리치고 나라와 국민, 그리고 체제를 지킨다는 확고한 믿음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이기영
뉴욕 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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