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적당히 마시면 몸에도 좋고 사는 분위기도 멋지게 만든다. 그러나 지나치면 몸을 상하게 함은 물론이요, 사는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고 소란을 일으켜 급기야는 파괴, 상해, 살인 등의 끔찍한 범죄까지 저지르게 할 뿐 아니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현재 미국에는 약 1,800만이 알코올을 남용하고 있으며 수백만이 음주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53%의 사람들이 자기의 가족이나 친지가 음주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경제적 손실은 1,850억불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01년 현재 1인당 음주량은 세계 2-3위에 육박하고, 성인 알코올중독자가 약 350만 명이라고 한다. 또한 1년에 알코올로 인한 재산피해가 20조원이 넘고 있으니 심각한 상태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알코올성 음료는 맥주인데 그 역사는 B.C. 4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나 바빌로니아에서는 술을 신의 선물로 간주하고 사원에서 술을 빚어 왕과 백성들이 애용했다고 한다. 8세기에 이르러 제버(Geber)로 알려진 아랍인 연금술사가 실험도중 증류법을 발견하여 알코올(al kulhul)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고 그 후 13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 대학 의학교수였던 빌뇌브(Villeneure)가 제버의 알코올을 다시 발견하여 알코올을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 모든 불쾌감을 제거시키며 마음을 소생시켜 주고 젊음을 지켜 주는 만병 통치약이라 생각하여 ‘생명수(aquevitae:아쿠아 비떼)’라고 명명했다. 15세기 독일의 저명한 의사였던 브룬쉬비히(Hieronymus Brunschwig)도 알코올이 ‘모든 의약의 여왕’이라고 극찬하며 이것은 감기, 심장병, 머리의 상처, 탈모증, 혼수병, 무기력 심지어는 귀가 먹은 증세도 치료된다고 발표했으며 전 유럽의 의사들 또한 사람들에게 될 수 있는 한 이 생명수를 자주 먹고 마시기를 적극 권장했다. 따라서 알코올은 ‘생명수’로서 전 유럽에서 막대한 양으로 소모되었다.
그렇다고 술의 해악이 간과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만취는 자신과 가정과 사업 등 모든 일을 망쳐 버린다”고 경고했으며 B.C. 11세기, 중국의 어느 황제는 술의 해독을 없애기 위해 포도나무를 모조리 뽑아 버리도록 명령을 내리기도 했었다. 1784년, 미국의 벤자민 러시 박사는 ‘독주가 인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의 연구’를 발표하여 미국 최초의 절주협회가 발족되었고 100여 년 후인 1893년에는 ‘술집폐쇄촉진연맹’이 결성되어 금주운동을 맹렬하게 전개했다. 1920년 1월 16일에는 금주법이 발표되어 주류 제조, 판매가 전면금지 되었다. 이 금주법은 10여 년 만인 1933년에 폐지되었으나 알코올이나 마약에 대한 미국인의 강박관념은 사라지지 않아 서방국가 중 유일하게 21세 이하의 사람들에게 술을 파는 것을 통제한다.
술과 자주 접하는 우리 문화에서 알코올중독과 과음 및 정상적인 음주와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알코올중독자를 환자로 인식하기보다는 마음이나 의지가 약해서 술을 끊지 못하는 심약자로 보거나 혹은 사회적응을 잘 못하는 성격파탄자나 폐인으로 취급했고 현재에도 이런 편견은 남아있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정신과적 질병이다. 알코올중독은 진행적, 만성적, 재발율이 높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중독자만큼이나 다른 가족구성원들의 기능이나 역할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병이다. 따라서 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혼자만의 의지로 치료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온 가족 모두가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인 구속이나 설교 훈계보다는 상습적으로 과음하게되는 근본적 원인이 구명되고 해결되어져야만 한다.
한국 일간지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에 대해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선고 이유 중 하나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과 다른 한 이유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술에 취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는 비록 그것이 살인에 이른 것일지라도 그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마치 술에 그 책임이 있는 양 관대해 지거나 아니면 음주를 하는 사람을 마치 성격파탄자나 죄인으로 단죄하는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인자 <인간관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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