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교회 20일 투표서 신도들간 몸싸움·욕설
목사 지지파·반대파로 양분
시카고지역에서 오랜 역사와 많은 신도들이 출석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형 한인교회의 하나인 가나안장로교회(담임목사 이용삼)에서 후임목사 선출 문제를 놓고 신도들 사이의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20일 이 교회에서는 1,2,3,4부 예배 시간 동안 오는 11월 26일로 은퇴가 예정된 이용삼 현 담임목사의 후임자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됐으나 그 와중에 이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신도들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 몸싸움, 욕설 등이 난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갈등의 이유로는 후임자 선정 과정 및 투표 절차에 대한 불만이 주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목사 후보로는 그간 지원했던 3명의 후보 중 이동관 목사가 단독으로 선정돼 이날 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그러나 노회 규정에 따라 전체 교인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제2대 담임목사직을 승계하게 된다는 이 목사측의 주장과 노회 규정보다는 교회 내규가 우선이며 예전부터 과반수가 아닌 2/3 찬성이 관례였다는 반대파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개표결과가 나왔음에도 최종 결론을 내지못하는 양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투표 전 과정은 이용삼 현 담임목사에 의해 주도됐다. 그는 노회 규정을 따라 후임자를 결정하겠다며 교인들의 이해를 구한 뒤 곧바로 투표를 강행했으며 전체 교인들 중 2/3 이상 찬성해야한다는 교회 내규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임목사 청빙 및 선거위원장 김부웅 장로는 이 목사의 과반수 득표 및 투표 결과 발표 연기 시도에 맞서 2/3 찬성 원칙을 재차 천명했으며 상당수 교인들도 이에 동조, ‘후임자 선출시 전임목사 불간섭’을 내세우며 이 목사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으며 일부 교인들의 몸싸움 도중 한 장로가 목사측 인사에 의해 떠밀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개표는 삼엄한 상호 견제 아래 실시됐다. 한때 반대측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기자 등 외부인사의 참여를 제안했으나 목사측은 ‘교회의 일에 외부인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비밀 개표를 고수, 출입문을 통제해 개표소 안으로는 선거위원들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결과 발표에도 의견이 맞서 목사측은 이용삼 담임목사의 뜻대로 다음 주일까지 연기할 것을 종용했으나 반대측은 즉각적인 공표를 주장, 결국 ‘비공식’을 전제로 선거위원장 김부웅 장로의 발표가 있었다.
김 장로에 따르면 결과는 ‘부결’이다. 이동관 목사에 대해 찬성 397, 반대 367, 기권 13으로 과반수는 넘었지만 2/3 찬성에는 훨씬 못 미쳤기 때문에 교회 내규에 의해 부결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목사측에서는 노회 규정인 과반수가 넘었으므로 이 목사의 청빙이 이뤄졌다고 주장, 향후 분쟁 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반대측인 최항준 디모데선교회장은 예전도, 지금도, 앞으로도 2/3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지난 1월 김종대 부목사 후임 선출건 때도 총 득표수가 2/3를 넘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며 똑같은 청빙위원회에서 규칙이 바뀌는 법이 어디 있느냐. 이제와서 규칙이 과반수로 된다면 지금 이동관 목사가 아니라 김종대 목사를 다시 청빙해야 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내용상은 후임이지만 아직 이용삼 담임목사가 은퇴하지 않아 형식상으로는 ‘동사목사(Co-pastor)’ 선출인 이번 투표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목사 반대파 인사들은 당사자인 이용삼 목사가 동사목사 선출을 이유로 청빙위원회에 직접 개입하고 있으며 후임으로 거론된 이동관 목사는 그동안 청빙위원회에 서류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규선 장로는 본래 청빙 관련 목사는 사회를 보지 말아야 한다. 청빙위원장이 주관하는 것이고 지난 번 김종대 부목사 선임건에서도 이 목사는 관여하지 않았다. 이는 동사목사라고 권리가 있다는 말과 모순이라며 왜 이번에만 목사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류미비에 대해 청빙위원장 김부웅 장로는 이동관 목사는 김길봉 집사의 소개로 그간 이력서 등 서류가 없는 채로 심사해왔다며 투표 일주일을 앞두고 이력서조차 없는 상황에서 직접 전화를 해보니 정식으로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제서야 서류를 소포로 보내오긴 했는데 그게 이틀 전인 지난 18일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대파 신도는 솔직히 지금 이 목사의 처남이 교회 장로로서 청빙위원회 서기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나 같은 가나안영어교회(CEC) 담당이 아들 LEO LEE(한국명 이운규) 목사라는 점도 생각하기에 따라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재정담당과 장로, 목사 세 명의 공동명의로 기재하는 다른 교회와는 달리 현재 교회 재산은 이용삼 목사 단독 명의로만 돼있으며 건축 헌금 등 특별 재정은 이 목사가 직접 관리해 사용처가 교회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의구심이 들게 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원칙부터 똑바로 세워야 할 것 아닌가라며 답답해했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까지 담임목사를 존경했다는 홍의웅 장로는 이번 선거를 보며 때에 따라 노회법과 내규 사이에서 말을 바꾸는 이 목사에 실망했다. 상황이 불리하다고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사람이 무슨 목자인가. 교회를 바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 목사 지지 인사들은 이러한 지적들을 ‘터무니없는 음해’로 규정,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용삼 목사의 처남인 전승평 장로는 이동관 목사의 경쟁 상대는 한국어권 사목 경험이 없어서 자격 미달로 판단했다면서 그 사람을 청빙위원장 김부웅 장로가 추천했었기 때문에 지금 이처럼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반대측에서 말하는 건 모두 다 트집일 뿐이라며 우리 목사님만큼 정확하신 분이 없는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담임목사의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없는 문제를 만든다는 시각도 있다. 최형영 장로는 반대측에서 말하는 후보 복수 추천은 내규 뿐 아니라 노회법에서도 금지하는 것이라며 또 이동관 후보의 서류에 문제가 있었으면 예전 청빙심사 때 제기했어야지 왜 이제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목사님이 청빙위원회에 관여하는 것도 절차상 후임목사가 아닌 동사목사(co-pastor)를 뽑는 것이니만큼 직접 주관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목사측 한 장로는 시시비비를 떠나서 경건해야 할 교회 안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믿고 따르던 목사님을 한순간에 내쫓으려 하는 세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또 교회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처리해야지 언론 등 외부인사를 부르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회 이상길 집사는 목사님은 예수를 대신하는 만큼 일반 신도와 같을 수 없다며 저 사람들은 신앙심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당수 교인들은 목사측 및 반대측과 상관없이 ‘교회에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교인들은 사탄이 교회를 분열시키려 하는데 여기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주위를 설득하기도 했다. 또 신앙심 부족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호응은 크지 않았다.
한편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이용삼 담임목사는 현 상황과 관련,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저 사람들(장로 및 선거위원회)에게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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