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지 한달이 지났다.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우려만 높아가고 있다. 도대체 북핵 문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선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운명은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반면 북한이 국면 타개를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아니면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부시 행정부 이후를 기다릴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려 있다. 일단 북한은 은행계좌 문제를 풀지 않는 한 6자회담 복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카오 은행구좌 동결은 단순히 김정일 위원장 비자금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여러 수준의 경제가 있는데 은행구좌 동결이 민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북한경제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면서 ‘제2경제’로 불리는 군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사일 발사를 군부가 주도한 것도 이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북한의 다음 전략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2년 반 이후를 기다리는 전략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허리띠를 더욱 조이고 버티는 전략이다. 그러나 설령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현재의 기조가 바뀔 것인가 하는 점은 미지수이다. 클린턴 시기와 지금은 다르다. 9.11 테러이후 글로벌 테러리즘의 위협이 커지면서 북핵문제는 미국안보의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팽배해 있다.
실례로 클린턴 행정부 국방부 장관으로 1차 ‘북핵위기’를 경험했던 윌리엄 페리가 최근 북폭을 주장한 칼럼을 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중요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할 페리 전 장관의 견해가 이렇고 보면 북한의 기다리기 전략은 오판이 될 수 있다.
반면 외환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아무런 대응 없이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다. 북한이 당면한 3대 문제는 식량, 에너지, 외환이다. 식량은 중국과 한국, 에너지는 중국의 도움으로 그런대로 해결해 왔다.
문제는 외환인데 마카오 은행구좌 동결의 파장으로 외환 거래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경제가 받는 타격이 적지 않다. 추측컨대 북한이 이 분야에서도 중국의 도움을 원했으나, 중국이 동의해 주기 않음에 따라 북중 간 파열음이 생겼고 중국의 입장을 무시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북한의 입장을 더 어렵게 한 중국의 유엔결의안 동의 등으로 지난 몇 달 간 상황이 전개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은 더욱 강력한 긴장고조를 통한 벼량 끝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북한이 가진 카드는 핵실험과 핵물질을 테러리스트 그룹에 판매하는 정도인데 일단 후자보다는 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니면 일본해상 쪽으로 또 다른 미사일 실험을 해 동북아 전체의 긴장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일본은 물론 대 중국 관계 등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고, 한반도는 심각한 긴장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가 되든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현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전시 작전통제권 회수,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의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미국과의 마찰음이 계속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 할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한미 양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2년 후를 준비하면서 북한이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지 않도록 설득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에 살고있는 코리안아메리칸의 역할은 과연 있는가? 그간 한인사회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과 북한 인권문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좀 더 큰 틀 속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필자는 얼마 전 3일간 북한 전문학자, 전 현직 미국 고위관리 등 10여명과 난상 토론식의 북한 문제 토의를 한 적이 있다. 필자를 제외하고는 참가자 모두 백인들이었다. 북한문제를 논의하는데 한인들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짙게 느꼈다.
북한문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관련 회의를 스폰서하거나 미행정부나 주류사회를 한인사회와 연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례로 얼마전 북한관련 정책을 코디네이트 하려는 민간차원의 ‘북한 전국위원회’ (National Committee on North Korea)가 결성된바 있다. 과거 미중 수교 등 민간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미중 전국위원회’가 그 모델이다. 이러한 단체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던가 아니면 연계해서 활동을 같이 할 수도 있다.
북핵문제, 한미관계 등 한반도는 분명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씨름해야 하지 않을까.
신기욱
스탠포드대학교
아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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