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장세규 <한빛지구촌교회 담임목사>
한국에서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서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분이 여러 가지 논란거리에 휘말려 사퇴하게 되었습니다. 교수 시절 학자와 교육자로서 부적절하게 보이는 행적이 많이 지적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자 논문의 표절,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적절함, 자신의 논문을 약간 바꿔서 인용 없이 다른 학술지에 재탕하는 자기 표절, 한 가지 연구 활동으로 한 군데 이상에서 연구비 청구, 국가사업에 제출된 실적 보고의 부정확성, 연구 활동에 관련된 부적절한 거래 의혹 등등 많은 일들이 지적되었습니다.
공무원과 같이 공직에 있거나 공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우선 법을 어기면 안 됩니다. 공인 중에서도 장관과 같이 정치적인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와 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는 윤리적인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윤리적인 기준은 법적인 기준보다 더 까다롭기 마련입니다. 윤리적인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을 보여줘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종교인, 교육자, 학자, 지식인 등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감동할만한 자질을 보여 줘야 합니다. 법을 지키고 윤리와 상식을 지키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법과 윤리가 요구하는 것 이상을 보여 주지 않으면 감동시킬 수 없으며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 법과 윤리의 틀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존경을 얻는 것은 ‘훌륭한 인격’의 특징입니다.
여러 가지 의혹이 일자 많은 해명을 했습니다. 논문 발표 시기를 들면서 표절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표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시의 관행이라고 해명을 했습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제자가 허락을 했다고 합니다. 국가사업에 보고한 연구 실적에 오류가 있는 것은 조교의 실수라고 합니다.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국제적인 윤리 기준이 아니라 한국적인 윤리 기준을 적용한다면 제자의 원천 연구 결과와 학위 논문의 핵심 주장을 지도교수로서 인용도 없이 사용하는 것이 그리 비윤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을지 모릅니다. 심지어 수많은 교수들이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관행을 언급해도 죄 없는 자가 돌을 먼저 던지라고 했던 성경 말씀처럼 아무도 정죄하지 못하는 관행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장 크게 마음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이런 잘 잘못을 가리는 일이 아닙니다. 불거진 논란에 대처하는 부총리의 태도, 말, 표출된 감정, 가치관, 판단력입니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법적인 논란이요 윤리적인 논란입니다. 과거에 이미 벌어진 일을 해명하고 변명하는 일도 합리화하고 사과하는 일도 그저 사실 관계에 불과합니다. 과거에 벌어진 일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일입니다. 과거사와 관련된 의혹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을 때 태도, 말, 판단, 분별력, 책임 있는 선택 등을 통해서 감동과 존경을 받을 만한 인격과 판단력을 보여 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대통령 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가족들의 바람이기도 했지만 유명한 채퍼퀴딕 사건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부적절한 파티에 동행했던 여성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차가 물에 빠져서 자신은 헤엄쳐 나오고 그 여성이 죽었습니다. 언론과 여론은 파티의 부적절함, 함께 동행한 여성과 관련된 의혹, 사망 사건 자체의 의혹 등을 많이 따졌지만 정작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큰 타격이 된 것은 사건 발생 직후 10여 시간 동안 보여 주었던 케네디 상원의원의 행적이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탄핵 되었을 때 탄핵 재판의 검사 역할을 하는 하원에서 채택한 첫 번째 탄핵 결의안이 탄핵의 이유로 삼은 것은 도청 사건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도청 사건을 처리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법집행 방해 행위였습니다.
법적인 기준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 윤리적 기준보다 높은 인격의 기준, 아니 그것보다 높은 하나님 나라의 거룩함의 기준을 따라 살아야 할 그리스도인들은 어떻습니까? 신앙인이 비신앙인보다 죄를 더 적게 짓습니까? 신앙인이 비신앙인보다 더 큰 죄를 짓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앙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신앙은 인간을 수퍼맨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연약함과 타락함이 드러날 때 죄를 인정하고 절대자의 은혜를 구하며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장세규 <한빛지구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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