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에 종종 부딪치게 됩니다. 전혀 원한 바 없는 돌연한 사건이기에 어처구니가 없고, 또 그것은 대개가 불명예스러운 일이어서 더욱 황당하기까지 한 일입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닥친 일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에게 꽂힌 화살일 수도 있으며, 주변인물에게 닥친 일일 수도 있는데 어처구니없기는 매 한가집니다. 나 자신이 그런 일에 처하여 당황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위로와 격려, 또는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고, 천근 무게로 짓누르던 근심 걱정에서 해방됩니다. 또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억울한 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면 나 역시 분노와 분개를 삼키며 무언가를 함으로써 도움이 되고자 애를 씁니다. 이것이 공동체의 개념이며 나아가서는 소속사회 연대감의 기틀일 수 있고 부당함에 항거하는 정의사회구현의 일면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두 사건을 앞에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앞서 발생한 쉐이퍼 주 감사원장의 무차별 발언이 한국(한국인)에 대한 모독이며 이는 망언 수준이라는 것이고, 이어서 발생한 김순자(레이크우드 초등학교) 교사의 재임용 탈락의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에서 그 부당성을 들어 재임용을 가능케 하려는 일종의 구명운동의 성격을 띤 사안입니다. 전자는 민족적 동질감으로 뭉칠 수 있는 것이고, 후자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정서의 연대감으로 나서야 되는 일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일단 많은 단체가 나서서 사과를 받아내는 일에 앞장서 일하고 있어 이제 우리들의 협동정신을 최대한 발휘하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만 남았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모두 나서 협조하는 것, 그 길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얼마든지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쯤 들어선 길목에서 생각해 본다면, 어떤 일이나 그렇듯 이문제도 결말이 있게 될 터인데, 거창하게 떠들며 일 벌여놓고 사과는커녕 무시와 질시를 받았다는 입장으로 결말이 났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겠습니까, 차라리 시작이나 말 것을 하며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그의 진정한 사과가 있다면 바랄게 없겠지만 설령 사과를 받아내지 못해도 우리의 결속이 이루어지면 이런 일의 재발이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이 결속의 계기를 통하여 우리는 자신감과 희망을 얻을 것이고 이는 2세들에게 곧 이어져 좋은 발판이 될 것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우리 길은 정해진 셈입니다. 누구, 어느 단체가 앞장 서 시작했건, 그런 것 따지며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조용하지만 거대한 물결처럼 힘있게 움직여야 됩니다. 지금 우리는 불의한 일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항의하는 일에 나서므로, 그리고 시민권자의 최대의 권리인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므로, 모두 나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나서면 이 악재를 호재로 변환시키는 활력과 지혜를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건 유권자 등록을 미처 하지 못한 분은 우선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할 것이고, 등록을 하고서도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도 이번 기회에 투표 참여에 나서야할 것입니다.
쉐이퍼 씨는 차제에 정치가 선하고 바르면 천명을 얻고 올바르지 않으면 천명을 잃는다는 동양의 철학을 깨우쳤으면 좋겠습니다.
고민 중인 다른 하나는 합당하달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한국인 교사 한 분을 퇴출 시키려는 음모에 항의, 이를 바로잡아 억울한 누명을 벗겨드려야 한다는 일입니다. 김순자 교사님의 일은 어떤 정치적 폭력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20년 이상 문제되지 않았던 발음의 문제를 들어 재임용을 거부한다는 것은 일단 이해가 되지 않으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처사에 앞장 서 연대서명으로 구명에 나서면서 이러한 처사를 범죄에 준하는 처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또 20년 동안 단 한 건의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던 교사라고 학부모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김 교사님을 압니다. 잘 안다고 까지는 표현할 수 없으나 제가 아는 한 그분의 성품은 정도를 추구하며 오로지 그 길만을 가는 분, 아이들(학생)을 많이 사랑하는 분, 책임감이 남달리 강하고 그래서 가르치는 일에 집착이 유난한 분입니다. 오늘날, 교사의 상으로 이만한 이상형을 그려내기도 어려울진대 어쩌다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이 벌어졌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특별한 대처 방법은 없다고 사료됩니다. 오히려 특별을 추구하다가 그르칠 수도 있겠기에 평범하면서도 강력할 수 있는 건의문 보내는 일을 서둘러야할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 모두가 부드럽고 정중한 건의문을 작성하여 관계부서에 보내주시는 일이 그분을 위한 오늘 우리들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언제 우리들 각자가 이런 일에 부딪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관과 방심으로 이일을 대해서는 안 됩니다.
한미교육재단의 문흥택 이사장님이 이모저모 애쓰시는 걸로 압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하루속히 우리들의 건의문 우송을 위한 안내와 보낼 주소를 게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늦기 전에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문형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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