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우리들이 왜 한국일에 계속 관심을 갖고 신경 쓰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와 설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이민 연륜이 짧아 많은 동포들이 아직도 한국에 가족, 친척, 친구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앞으로 안팎에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아주 중요한 일은 한국과 미국간의 FTA(자유무역 협정)협상 문제이다.
지난 6월초 미국서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 이 협상은 내년 3월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많은 걸림돌에 부딪치고 있다. 한미 FTA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이 협상 자체를 통째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협상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 의약품 및 건강보험 시장 개방, 영화 스크린 쿼타 축소,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 유예, 저작 특허권 보호 강화, 그밖에 교육, 통신, 금융, 방송, 법률 시장 개방 등 어려운 안건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각 분야의 이익집단들이 협상 조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셈해서 찬성, 반대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관세 등 아무런 장벽없이 자유롭게 국내로 들어온다면 한국의 손해를 볼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농민들이 반대 데모를 벌여 왔다. 하지만 국가의 차원에서는 한 편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편에서 얻는 이익, 즉 소수의 농민보다 다수의 국민이 값싼 농산물을 얻는 이익이 크다면 이를 추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유있는 반대가 아니라, 이유없는 반대 또는 합리적, 논리적 근거가 없는 무조건 반대이다. 반대의 논리가 분명하게 보이는 농민들의 입장을 교묘히 악용하는 농민 아닌 사이비 농민, 이념지향집단, 전문 데모꾼들의 반대가 문제이다. 이들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미 워싱턴에까지 와서 데모를 벌이기도 했는데 현 정하에서 힘을 키워 온 이들 이념지향 집단들은 ‘한미 FTA의 체결은 곧 미 제국으로의 합병을 의미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대일로 자유무역협정을 맺음으로써 앞으로 얻을 장기적, 포괄적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반미 정서와 반 재벌·반 기업 정서를 토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당장 감기약 한 봉에 10만원이 된다든가 전화 한 통 걸려도 큰 맘 먹어야 한다, 관세 없이 수입되는 외제차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망한다, 등 과장된 주장을 하며 FTA협상이 국가의 총체적 위기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오늘날 한 나라의 경제는 부단한 구조조정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 지금 현대의 자동차, 삼성의 휴대전화, LG의 냉장고가 잘 팔린다고 해서 한국경제는 그것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되고 상황과 여건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각 국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기술을 얻고 교역확대와 투자유치를 도모하기 위하여 여러 나라와 FTA를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칠레와 첫 FTA를 체결한 한국은 현재 미국, 싱가폴, 일본, 아세안, 유럽자유무역연합 등과 FTA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지지부진이다.
물론 FTA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앞으로 1-2년을 보고 맺는 협정이 아니므로 멀리 또 넓게 봐야 한다. 가령,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협상으로 미국은 대한국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미국만 이롭게 할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령 FTA의 결과로 한국의 대미 흑자가 다소 감소하더라도 이를 통해서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는 대일 적자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해야 할 일이다.
세계화, 국제화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저항과 반대에 부딪혀 주춤할 수도 있지만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FTA 등을 통해 그 흐름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이는 어찌보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왜냐하면 알게 모르게 ‘대문 걸어 잠그기’를 계속해 온 바람에 한국의 경쟁력이 계속 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국제경쟁력 보고에서 한국은 미국(1위), 홍콩(2위), 싱가폴(3위), 일본(17위), 대만(18위), 중국(19위), 말레이지아(23위), 인도(29위), 태국(32위)에 훨씬 못 미쳐 38위에 머물고 있다.
장석정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부학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