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건강관리법
최근까지 캘리포니아를 강타했던 57년만의 혹서로 인해 약 141명의 사상자가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중 대부분은 노년층 또는 홈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는 20대, 고령자는 95세. 전문가들은 더위에 가장 위험한 그룹은 노인층 및 유아와 어린이라 지적한다. 8월에 들어서면서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아직 습도도 높고 덥다. 또한 무더위에 체력이 떨어졌다는 한인들도 많다. 플라자 종합 병원의 케네스 김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아침, 저녁의 기온 차가 크고 에어컨이 켜진 실내와 바깥 온도차이가 커 여름감기, 냉방병 및 배앓이로 고생하는 환자도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더위에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여름철을 날 수 있는 체력 및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지나친 냉방 면역력 떨어뜨려 감기 등 원인
제철 과일·야채 당도 높아 원기회복에 큰 도움
노약자 유아들 탈수-일사병 특히 유의해야
▲인체 밸런스 유지
우리 몸은 더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더위에 지치게 되면 밸런스를 잃어 약해질 수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체내 온도를 조정하는데, 만일 인체가 너무 열을 많이 받는다고 뇌에서 느끼게 되면 심장을 빨리 뛰게 하며 땀구멍을 조절하게 된다. 피부에서 활발한 혈액 순환이 이뤄지면서 몸 안의 뜨거운 열기를 피부 쪽으로 발산하게 하면서 땀을 증발시켜 몸의 열을 내리게 된다. 케네스 김 전문의는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려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작용”이라며 “우리 몸은 98.6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더웠다·추웠다 등 외부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하면 인체의 온도 조절 기능이 혼란스러워져 저항력도 떨어지고 냉방병이나 여름감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땀을 증발시켜 인체 온도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게 되는데, 습도가 높을 때는 땀을 내어 열을 내리는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고 있는 곳에서는 습도는 낮아지지만 눈에 보이는 땀을 흘리지는 않는 대신, 피부에서는 수분 증발이 이뤄지고 건조해지기 쉽다. 특히 너무 추울 정도의 실내환경에 차가운 음료수를 벌컥 벌컥 마시게 되면 몸은 안팎으로 차게 되며 여름감기뿐 아니라 두통, 소화불량, 배앓이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날씨가 더워 땀을 많이 흘리고도 수분 보충을 제대 해주지 못하면 혈액이 진해지고 피가 몸 아래쪽으로 몰리면서 탈수현상이 일어나 기절을 할 수도 있다. 김 전문의는 “밤에도 더워 건강한 수면 사이클이 깨지기 쉬운데, 밤에 잠을 설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고, 입맛이 없어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면역성이 떨러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노인층과 어린이는 더욱 건강에 유의해야
건강한 사람은 물을 많이 마시고 너무 더울 때 야외 운동을 삼가면 걱정이 없지만 노인층,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더운데도 불구하고 운동을 계속하려는 경우, 어린이들이 무더위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노인층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땀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피부는 따뜻하지만 건조한 경우가 많다. 또한 노인층은 내장기관에 열에 의한 손상이 올 수 있는데 열에 의한 내장기관의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열충격 단백질(heat shock protein)이란 것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에서 열이 방출되지 못하면 일사병 위험이 크다. 일사병의 증상은 어지럽고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등 정신이 혼미해진다. 숨도 가빠지고 혈압이 낮아지며 땀은 나지 않는다. 일사병이 의심될 때에는 즉시 환자를 그늘이나 에어컨 시설로 옮기고 응급요원 또는 911에 신고한다. 내장기관 중 신장, 간, 심장 등 온도가 105도까지 높아지면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열충격 단백질이 내장기관의 열 조절을 하지 못하게 되면 위장의 박테리아가 스며 나와 감염을 일으키고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이 많이 먹는 영양 보조제 중 하나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의 경우 쥐 실험결과 글루타민을 섭취한 쥐는 심한 더위에도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에게는 글루타민을 우유에 섞어 복용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기는 너무 따뜻하게 감싸지 말고 시원하게 옷을 입히고, 뜨거운 차안에 잠시라도 그냥 혼자 두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심장질환자는 몸에서 체온조절을 위해 심장이 빨리 뛰게 되면 심장발작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 사우나 시 열탕과 냉탕을 오가며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게 되면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낮시간 야외운동 피하고 수분섭취 충분히”
▲여름철 한약 도움될까?
경희종합한의원의 김원 원장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여름철을 이기는 간단한 방법”이라며 “제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더위에 적절히 대응해 몸과 마음을 무리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여름을 이기는 한의학적 건강법”이라 지적했다.
더위에 지치고, 입맛을 잃고 기운이 떨어지기 쉬운데, 여름철 건강관리를 등한히 하면 그 후유증이 가을,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쉽게 몸이 허약해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김 원장은 “여름이라고 보약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땀으로 배출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 강조했다.
땀으로 배출되는 것은 수분과 약간의 전해질, 노폐물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땀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예전에는 한약의 보관이 어려워 여름보다 시원한 때 먹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냉장고 등 보관도 용이해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할 수 있다”며 “봄에 보약을 먹는 것은 여름에 기를 보하기 위함이며, 여름에 체력이 떨어졌다면 가을을 위해 여름철에 보약을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도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이라 설명했다.
한방에서는 더위 먹은 환자에게 처방하는 보약으로 생맥산이 있는데, 이 약은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섞어 물 1 사발에 1시간 정도 은근한 불로 달인 후 식혀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침저녁 1잔씩 마신다. 그밖에 청서익기탕, 삼귀 익원탕, 제호탕 등이 있다.
▲여름철 운동은 어떻게?
뜨거운 여름철에는 자외선 노출도 높고 체력이 떨어지기 쉬워 되도록 야외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기온이 높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는 야외 운동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더위를 잠시 잊게 만드는 야외 수영이라도 자외선 노출도가 높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른 뒤 하는 것이 좋다.
김진세 스포츠의학과 전문의는 “여름철이라고 운동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시원한 에어 컨디션이 마련된 집이나 헬스클럽에서 실내 운동이나 요가, 가벼운 스트레칭, 트레이드 밀을 이용한 운동을 하거나 또는 비교적 선선한 아침, 저녁에 할 수 있는 축구, 가벼운 조깅 등이 적당하다”고 권했다. 가벼운 체조 등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더 체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 운동을 중단했다가 가을철에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 쓰지 않았던 근육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도 생길 수 있다는 것.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섞어 가벼운 운동은 하루 30분간 시원한 곳에서 꾸준히 지속하되, 더위가 풀린 뒤 운동 강도를 높이도록 한다.
김 전문의는 또한 “운동 전후에는 수분을 적당히 섭취해 주며 그냥 물보다는 염분이나 포타슘을 보충할 수 있는 스포츠 드링크를 함께 섞어 마셔 전해질을 보충해주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해질이 부족하면 근육경련이 생길 수도 있다.
실내운동이나 좀 시원한 시간 및 날씨에 운동을 하더라도 일사병 또는 열 피로(heat exhaustion)를 피하기 위해 날씨에 적응하며 천천히 운동하며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건강한 여름보내기 팁
-너무 더울 때 찬물 샤워는 열기를 잠시 식힐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노인 및 만성질환자에게는 찬물샤워는 심장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한다.
-여름철 제철 과일은 당도가 높아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한편 당뇨 환자는 혈당에 주의하며 적정량을 섭취하도록 한다.
-노인층과 어린이에게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시원한 곳에서 생활하게 한다.
-알콜 및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하므로 탈수증 예방을 위해 줄인다.
-물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조금씩 마신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한다. 찬 음식만 먹지 않도록 하며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실내외 온도를 5~8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유지한다. 덥다고 찬 공기를 직접 쐬지 않도록 한다.
-밤에 잘 때에는 배를 차게 내놓지 않도록 유의한다.
<도움말=플라자 가정의료원 케네스 김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종합한의원 김 원 원장, 김진세 스포츠의학과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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