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를 다닌 청주 한가운데는 중앙공원이 있었다. 찌는 듯한 무더운 오후 큰 나무들의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사람들의 사주팔자를 봐주는 점술사들의 운명풀이는 공원을 거니는 학생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곤 했었다. 하루는 나와 두어 명의 동급생이 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점쟁이 하나가 나를 보고 하는 말이 “학생은 커서 문교부 장관이 될 관상이다”라고 해서 나로서는 과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고 옆에 있던 전교 1등생이던 송영필은 몹시 언짢아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호객행위로 했음직한 그 점쟁이의 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관은커녕 초등학교 교장도 못해보고 만68세가 되었으니까. 이 세상의 정치와는 전혀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내 자신의 종교신념 때문에 나는 20대서부터 소위 출세 영달의 길을 의식적으로 피해가면서 살아왔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그 생각이 난 이유는 적어도 사진으로 보는 그의 인상은 부총리감이 아닌 것으로 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노 대통령이 7월3일 개각을 하면서 김 씨를 교육부의 수장으로 임명한데 대해서는 코드 인사라고 비난한 한나라당과 조선, 동아 등의 신문들만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제공자 한사람으로 그를 지목하는 반발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제도를 만들겠다”라든지, “오늘 신문에 종합부동산세가 8배가 올랐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의 김 씨의 어록이 보여주는 것처럼 노 대통령의 강성 ‘개혁’정책의 배경에는 그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수도권 이전, 행정도시, 부동산정책 등 현 정부의 주요정책이 입안단계에서 어떤 것은 집행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니 그는 바로 노 씨의 분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교육평준화를 후퇴할 수 없는 선으로 여기는 노 정부가 상황판단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그를 고집한 것은 정권말기의 권력누수현상을 막자는 속셈일 것이다.
그런데 여려 교육단체들마저 자진사퇴 하라고 촉구하는데도 그는 오히려 언론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운운하면서 국회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떼를 쓰는 등 한명숙 총리도 참석하는 각종 회의에조차 노타이 바람으로 나타나는 행태로 대표되는 ‘후안무치’적, 또는 저돌적 자세를 보여 더욱 무자격자로 느껴졌다. 대구상고, 영남대학 정치학과 출신이라는 52세의 김 씨는 국민대 행정학과 조교수로 출발해서 정교수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도 역임했고 노무현 씨와는 진작부터 연을 맺어 노무현 후보 정책자문단장을 거쳐 정부혁신 지방분과위원장을 지낸 후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었으니까 노무현 코드 맞추기에 있어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일 것이다.
김 씨의 위기는 그의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의 논문이 통과되기 몇 달 전 그 연구결과를 자기 연구처럼 발표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되었다. 이미 고인이 된 그 제자의 허락을 받고 그리했다는 궁색한 변명이 있기가 무섭게 부교수 승진 때 논문 수를 계산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같은 논문을 두어 개 학보에 게재하는 중복, 재탕 행위가 있었다는 게 지적되었다. 더군다나 그는 ‘BK(Brain Korea) 21’ 이라는 정부 학술연구 진흥을 위한 기금을 2억원 이상 받아 연구하고 발표한다는 것이 전에 다른 기관의 용역을 받아 했던 연구보고의 내용을 제목만 고쳐 새 연구처럼 제출했다는 것이 지적되자 사과하는 척 하면서도 실무진의 실수라고 책임회피를 하고 있는 철면피의 전형적 수법을 보이고 있다.
진리를 탐구한다는 학자의 양심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그는 태연자약하게 자행했으니 문교행정을 관장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조선일보 만평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논술고사를 치르게 하는 감독관이 바로 김병준 부총리인데 학생들끼리 하는 얘기가 “베껴, 베껴”, “들키면 사과만 하면 된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던가.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