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한이민공사(EBI)’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한 한인들이 영주권 발급이 중단되거나 늦어져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기사는 본보가 지난 4월 처음 다뤘다. 당시 업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보도가 있기 전인 2월 대책위원회를 이미 구성했던 피해자들은 “EBI사에 하자가 발견돼 볼티모어 이민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 업체를 통한 신청건이 모두 계류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피해자 규모 및 사건 발단
워싱턴은 물론 LA와 뉴욕, 필라델피아 등 전국에서 90여 케이스, 숫자로 계산하면 300여명에 달하는 한인들은 EBI사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고 인터뷰까지 마쳤다. 그러나 6-18개월이 지나도록 영주권 발급이 안되자 확인 작업에 나섰으며 EBI사를 통해서는 볼티모어 이민국에서 단 한 건도 영주권이 발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황한 한인 피해자들은 메릴랜드 이스턴시 소재 그린 아파트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위원회를 구성, 공동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집단 소송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피해 한인들을 돕고 있는 이 모씨는 “피켓 시위, 지역 정치인들에게 편지 보내기 등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이든 동원할 계획”이라며 “한인들이 비용과 서류를 돌려받는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 당한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EBI사는 1일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2006년 4월 이후 최근까지 계속 영주권이 나오고 있으며 8월 중에도 인터뷰 스케줄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확대
‘유창한이민공사(EBI)’가 폐업했다는 소식은 상황을 악화일로로 치닫게 했다.
EBI사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중단하니 서류와 현금 1,250달러를 받으려면 서약서에 동의해 반송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자 설마 하던 한인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1969년 워싱턴에서 이민대행업체를 시작했다가 4-5년 전 LA로 본사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진 유창한씨는 피해자들과 연락이 잘 안되면서 의혹이 더해갔다. EBI를 통해 영주권 수속을 밟고 있던 뉴욕 거주 한인이 지난해 300만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한인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이 씨는 “볼티모어 이민국이 EBI사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수사 차원은 아니지만 거취가 불분명한 유씨를 계속 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BI사는 그러나 이메일에서 “36년간 잡음없이 성실하게 일해왔으며 유씨 부부가 병환으로 업무가 어려워 의사의 권고에 따라 은퇴했을 뿐”이라며 “고객들에게 서신으로 주소와 전화 번호를 알렸으며 대리 법률업체에 문의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EBI사는 유씨의 부인인 유현숙씨가 대표로 돼 있으며 딸이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이민의 문제점
EBI사는 “절대로 고의적으로 한 개의 노동허가서를 중복 접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결국 대체이민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체이민은 불법체류가 된 사람도 245(i) 조항에 해당될 수 있고 조건이 맞으면 인터뷰 신청까지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1년 정도의 빠른 수속을 원하는 사람들이 몇 만 달러의 비용을 감수하면서 대행업자들을 통해 이용해온 합법적인 방법. 그러나 노동허가서 한 장으로 여러 사람을 신청하는 등 불법적인 수속을 할 수 있는 약점이 있었다.
이 모씨는 “9.11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든 시스템이 전산화되면서 이러한 방법들이 들통나기 시작했다”며 “EBI사 문제도 이것이 원인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대체이민 법안은 빠르면 올 여름이나 10월까지 폐지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민자들의 큰 반발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이민 전문가들은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이민 수속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니겠느냐”며 편법이나 부당한 절차는 재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피해자들 추방되나
영주권 발급 지연으로 애태우고 있는 한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역시 추방 문제다.
취업이나 가족 재결합, 자녀들의 학교 진학 등 신분이 해결 안돼 현재 당하고 있는 고통도 크지만 힘들게 미국까지 왔는데 다시 쫓겨나간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다.
이 모씨는 “뉴욕 거주 한인 외에도 현재 두 세명이 추방 재판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안다”며 “최악의 경우 EBI사를 통해 이민 수속을 밟은 사람들 가운데 반은 불행한 소식을 들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은 이러한 결과들을 예상하고 미리 방책을 예비하는 자구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이며 힘을 모으면 모을수록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른 피해자들의 문의와 연락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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