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민의 요람지인 제물포 어귀 월미도 인천항에 이민사 박물관 건립 기공식이 7월28일 열린다. 외세의 침탈로 패망하는 대한제국의 해외이민 허가는 고종의 치적 중 최대로 평가되는 역사적인 대사건이었다. 그 후 한 세기가 지나면서 기약 없는 작별의 눈물을 뿌린 이민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세워진다니 이민 선조들에 대한 크나큰 보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기공식을 계기로 해외 한인들의 호칭문제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미주에서는 ‘미주한인’이라는 이름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2005년 12월에는 연방 상하원에서 법제화된 ‘Korean American Day’를 ‘미주한인의 날’로 확정한 바 있다.
한국에서 해외한인을 동포, 교포, 교민, 재외국민 등의 여러 가지 용어를 혼용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간단한 예로 지금도 해외한인을 대표하는 기관의 이름이 재외동포재단으로 불리어지고 해외한인을 관장하는 법을 재외동포법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Overseas Korean Foundation으로 정해 놓고 왜 재외동포재단이라고 부를까? 영어 이름으로 직역하면 해외한인재단으로 분명히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좋은 이름이 있는데 굳이 재외동포재단으로 불러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표현되지 않고 있다.
재외동포법도 해외한인법이라고 하면 분명한 뜻이 법안 자체에서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해외한인’이라는 호칭은 나라가 패망했던 19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 선포문에서 “대한제국은 이미 망하였으나 민주주의 국가는 바야흐로 발흥되며 대한인국민회가 중앙 총회를 세우고 해외한인을 대표하여 최고 대표자치기관으로 책임을 지고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할 때부터 사용해 왔다. 이와 같이 하와이한인, 미주본토한인, 멕시코한인, 시베리아 및 중국한인이라고 불렸던 대표들이 모여서 만든 선포 결의안에서 ‘해외한인’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었고 미주에 사는 한인을 미주한인이라고 불렀다.
앞으로는 미주에 사는 한인을 ‘미주한인’이라고 부르듯이 재일교포를 ‘일본한인’으로,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에 사는 한인을 ‘중국한인’, 고려족을 포함한 러시아에 사는 한인을 ‘러시아한인’으로 불러 각 지역에 사는 해외한인의 위치와 정체성을 살려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호칭이 될 것이다.
교포, 교민 등 한국에서 부르고 있는 용어는 해외한인으로서의 자존심에 거슬리는 이질적인 어휘로, 세계화가 강조되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니그로(Negro)로 불리던 흑인이 민권운동 이후 African-American으로 불려진 것도 이미 반세기가 가까워 오고 있다. 워싱턴주의 폴 신 상원의원은 ‘Oriental’이라는 용어가 17~18세기부터 동양에서 들어오는 문물을 뜻하다가 동양사람에 대한 호칭이 되었다며 이에 반대, ‘Asian’으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했고 더욱 발전하여 Asian American으로 불려지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Korean American이란 호칭엔 양면성이 있다. 우리에겐 자랑스러운 Korean American이 되기 위해 한인의 정체성, 특히 차세대에 한인의 위대한 유산을 전수시켜야 할 1세로서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주류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참다운 한국계의 미국인을 길러야 된다는 명제를 안고 있다. 다문화·다인종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좋은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품성과 자질을 길러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1월 Korean American Day를 제정하는 법안 통과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주한인을 ‘Americans of Korean Heritage’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Americans of Irish Heritage’나 마찬가지로 출신국의 문화유산을 받은 ‘미국인’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민 한 세기가 지나며 해외한인 인구가 전체 한국인의 10%를 넘어서는 지금까지 해외한인 호칭문제가 통일 안된 것은 극히 유감이다. 미주한인재단은 해외에 있는 여러 단체와 연계, 한국 정부와 국회에 청원하여 해외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는 명칭으로 통일하여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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