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집에서 매너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바깥에 나가서 갑자기 신사숙녀가 될 수 있을까? 두뇌가 우수하고 재능이 있다면 인생 초반이 반짝일 수 있지만 여기에 사람 사는 예법인 매너와 인내가 겸비되지 않는다면 경주가 끝나기도 전에 주저앉아 버릴 수가 있다. 대신 타인의 안목에 신경 쓸 줄 아는 식견과 매너를 갖추고 일상적인 책임과 의무를 잘 이행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 길게 보면 가장 위대한 공헌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생은 대부분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므로.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매너교육을 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페어런츠지 연령별 매너교육 지침
5세짜리 사내아이와 보드게임을 하던 엄마. 엄마 눈에는 아이가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 빤히 보인다. “너 지금 속임수 쓰고 있잖아.” “예, 알아요.” “왜냐?” “이겨야 하니까요.” 엄마는 놀란다. 천사 같은 자기 아이도 이런 면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바깥에서 난폭한 행동을 하고, 남의 물건을 슬쩍 가져가고, 비열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친구를 잘못 만난 탓이라고, 상대방이 유도했을 것이라고 남의 집 자식만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미성년 자녀는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제2의 자아이니까.
그러나 아동심리발달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들은 동정심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다시 말해서 타인과 더불어 살려면 어떤 규칙과 매너를 지켜야 하는지 모른 채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성선설이 맞는지 또는 성악설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기들은 자기 중심적이며 세상이 자기를 위해 존재하며 본인에게 갈채를 보내기 위해 주위 모든 것은 존재한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물’이라는 간단한 단어 한마디만 발음하면 물이 대동되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먹고 싶은 것이 앞에 놓이는 것이 아기 앞에 펼쳐지는 현실이므로.
아기의 본능은 흰 눈처럼 순수하지만 그 강도는 바위만큼 견고하다. 따라서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은 곧 자제력을 기르는 것’이라고도 못 박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만 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페어런츠지 최근호가 연령별 매너교육 지침을 다루고 있다.
출생~2세
매너? 에티켓? 안중에도 없는 나이이다. 그리고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please”나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20개월쯤 되면 할머니 가실 때 인사로 안아드리고 아빠가 전화하고 있을 때 단 몇 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있을 수는 있다. 그것도 조용히 있으라고 언질을 줘야 한다.
그리고 방정하게 행동을 잘 했을 때는 칭찬을 해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어릴 때는 칭찬이 명약이라고.
◆돕는 방법
에티켓을 배우기 전에 먼저 걷고 말하고 혼자 음식 먹고 노는 법을 배울 것이다. 거창하게 교육이라는 단어를 개입시키기 전에 부모가 하는 대로 그대로 모방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부모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
동정심이 전혀 없는 나이지만 부모가 타인을 존경하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용어 또한 마찬가지이고.
◆질의 응답
-18개월된 딸이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고 뱉기도 하며 마루바닥에 음식을 던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스푼 사용법을 바로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아직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연령에 혼자 먹는 것 배우는 것, 그들에겐 빅 비즈니스 입이다. 그것도 너저분한 비즈니스지요. 스푼은 3세가 돼야 하고 포크는 4~5세, 젓가락과 나이프는 그 이후에 매스터하게 됩니다. 아기가 음식을 마루바닥에 내던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아기를 가족식탁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 사회적인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2~4세
신경질, 말대꾸, 방해공작이 시작되는 ‘terrible’한 연령. 말도 늘고 자신의 독립성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온갖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가면서 해보는 시기이다. 그러나 인사성, 음식 먹을 때는 조용히 앉아서 먹는 테이블 매너, 순서 기다리고 나눠 갖는 사회성을 가르쳐야 하는 나이이다. 장난감, 옷, 식탁 등을 치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 피곤하거나 배고프거나 낯 설은 환경에서는 하던 습관도 잊어버리기 쉬우니 부모가 여러 번 일러줘야 한다.
◆돕는 방법
기대는 연령에 맞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왜?” “이유가 뭔데요?”라고 자주 물어보곤 하므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니까”, 혹은 “우리도 그렇게 대접받고 싶으니까”라는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고도 하고 여러 번 일러주었는데도 그대로 하지 않으면 이유를 설명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벌을 줘야 한다고 에티켓 전문가 페기 포스트는 조언하고 있다.
4~6세
◆질의 응답
-3세난 사내아이인데 플레이데이트 때 모든 것이 제것이라고 우기며 나눠 갖기를 거부합니다.
-시간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친구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그래야 다음에 자신도 그 친구 집에서 친구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줘야 합니다.
식탁 셋업, 치우기, 개 먹이기, 식사 전 손닦기, 냅킨 사용하기, 감사편지에 자신의 이름 쓰기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컸다. 4세면 15분 정도는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있을 수 있고 6세면 30분 정도를 그렇게 할 수 있다.
◆돕는 방법
감사 노트에 그림 그리고 자신의 이름자 정도 쓰는 것과 전화 받는 법 등을 가르친다. 매너 경찰이 되어서 잔소리를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잊어버렸을 때는 상기시켜 주는 의미에서 반복해서 일러준다.
◆질의 응답
-“저 사람은 왜 휠체어에 앉아있어요?” “저 사람은 머리 모양이 왜 그래요?” 등으로 사람들 앞에서 곤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직접적인 질문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곧바로 사과시키되 양상을 확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조용히 사람 사는 모습의 다양성과 호기심을 참을 줄도 아는 인내심에 대해 이야기 해봅니다. 참았다가 나중에 가족끼리 있을 때만 질문하라는 식으로.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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