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 통계청이 2005 센서스 결과를 발표했는데 종교비율도 밝혀진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신교는 위축되었고 천주교는 무려 74.4%나 급성장하였다.
1995년에 전체 인구의 19.7%를 차지했던 개신교 신자는 2005년에 18.3%로 줄어든 반면 천주교인은 10년전 6.6%에서 현재 10.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교도 3.9% 성장, 숫자상으로 보면 불교신자 1,072만명(22.8%), 개신교신자 861만명, 천주교신자 515만명이다.
이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개신교계는 한동안 벌집 쑤신 것처럼 난리를 피웠다. 그러나 이 통계는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한국 개신교의 침체는 그동안 계속 예견되고 진행되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작년에 나온 한미준(한국교회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통계로 이에 따르면 천주교인의 18,8%는 타종교에서 왔는데 이중 57.1%가 개신교에서 왔다. 또한 무종교인(2,200만명) 3명중 1명은 과거 종교를 갖고 있었는데 그중 62.2%가 개신교인이었다. 결론은 개신교회에 다니던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완전히 떠났거나 가톨릭 교회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교회를 떠난 신자들의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최근 한 기독교계통 대학에서 특별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입학 당시 개신교회에 다녔던 학생이 4년후 졸업할 때 가톨릭이나 불교로 옮긴 경우들을 모은 것이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세가지 대답은 (1)개신교는 너무 시끄럽고 소란하며 깊이가 부족하다. (2)헌금을 너무 강조하고 교세확장과 물질축복에 매여있다. (3)목사의 질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개신교 목사들은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채 헛다리를 짚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목회자 1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목사들은 개신교인이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대외 이미지 실추’, ‘교회가 사회 변화를 인식하지 못함’, ‘각 교단의 과장적 교세보고’ 등의 순으로 대답했다. 교회의 이미지가 왜 실추됐는지, 그 근본이유와 신자들의 교회에 대한 요구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신교에 실망한 사람들이 성당을 찾아가는 이유로 종교전문가들은 가톨릭의 장점들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체제 아래 분열됨이 없는 단일교회라는 점, 사제들의 청렴성과 투명성, 사회정의구현과 복지활동 등 적극적인 사회참여, 타종교에 대한 포용력 등이다.
미주 한인교계는 개신교 신자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숫자적으로는 한국과 상황이 다르지만 개신교와 천주교에 대한 외적 평가는 큰 차이가 없으리라고 본다. 두 종교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게 여겨지지는 않지만 종교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으로서 양쪽 교회와 성직자와 신자들을 동시에 접하면서 자연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개신교회를 떠난 신자들의 이유 세가지만 간단하게 비교해보자.
첫째, 개신교는 소란하다-뜨거운 신앙의 열정이 넘친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도가 지나치면 너무 극성스러워서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이에 비해 가톨릭 사제와 신자들은 훨씬 조용하다. 좋게 말하면 성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차갑게 느껴질 정도이며 교회가 하는 일을 밖으로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둘째, 헌금을 강조한다-헌금의 종류도 많고 십일조가 축복의 원천이라고 가르치는 개신교와는 달리 천주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간 교무금 액수를 정하여 내도록 하는데 ‘삼십일조’를 권장하는 곳이 많다. 수입의 30분의 1을 헌금하는 것은 성경적은 아니지만 보다 현실적인 액수를 권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그 마저 하지 않는 신자들이 많다고 한다.
셋째, 목사의 질이 낮다-개신교는 쉽게 목사가 되고 아무나 교회를 세울 수 있는 데 비하여 신부가 되는 과정은 훨씬 어려운데다 평생 순명, 정결, 청빈을 서약하고 많은 공부와 수양이 뒤따른다. 바로 이 부분에서 돈문제, 윤리문제, 세습문제 등으로 요즘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개신교 목사들과 자질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한가지 나의 의견을 덧붙이자면 가톨릭 교회가 조용히 부흥하는 이유중 하나는 ‘종교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회에 경건함과 엄숙함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요즘 개신교회들을 보면 교세확장에 급급하여 신자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점점 세속화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화, 대중화라는 명목아래 예배를 너무 활짝 열어제치다보니 이게 예배당인지 공연마당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교회가 경건의 모양을 잃고 ‘세상풍조’를 따라 아부하기 시작하면 세상풍조에 지친 신자들은 찾아갈 곳이 없다.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것, 그것이 한국 가톨릭 교회의 힘이라고 본다.
정숙희 부국장·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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