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서가 주정부 및 연방정부 자금을 거의 800만달러 정도 받는 관계로, 부서의 총책임자가 된 후에 매년 10군데도 넘는 정부기관들이 교대로 나오는 감사를 처리해야 했다. 그 때문에 정부 감사가 나오기 전에 USC 감사원들과 철저히 각 부서마다 먼저 내부 감사를 하고 미리미리 고쳐나가는데, 이제는 감사 준비하는 데에 일급 선수가 되어서 잘못된 부분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며 크고 작은 재정관리 문제들을 고쳐나가고 있다.
전문직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으며 매니저로 승급하면 작게 크게 돈 관리를 하게 된다. 특히 비영리단체의 경우는 정부 자금, 재단 자금, 기부금 등의 공금을 관리하게 되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잘못된 유혹과 함정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정부 자금일 경우는 영락없이 감사가 3년 5년 7년 후에라도 나올 수가 있으며, 정부 규칙에 맞지 않게 쓰여진 금액은 얼마나 많건 간에, 얼마나 오래됐건 간에 고스란히 물어내야 하며, 심한 경우는 형사법에도 걸릴 수가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와 비영리단체 운영은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비영리단체 매니저뿐만 아니라 직원은 물론, 이사들도 다른 점을 정확히 배워야 한다.
공금은 각 기관과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목적 달성을 위해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회사나 정부 자금, 혹은 기부금 등을 위탁관리하는 사람들이 제일 쉽게 빠지는 유혹은 공금을 마치 개인의 돈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본인들의 맡은 책임과 직무의 정당성을 억지로 갖다 붙이며 자기 돈처럼 신나게 쓰게 되면서 함정에 걸리곤 한다. 또 많은 경우, 본인의 개인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관리할 때에 마치 본인이 백만장자인 듯한 착각에 빠져 큰 돈을 정당한 이유를 붙일 수 없는 데도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USC에서도 자체 감사에 걸리고 정부 감사에 걸리고 잘못 쓴 돈을 물어내고, 어떤 경우는 관리 부실로 매니저 자격 미달로 해고당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았다. 개인 돈으로는 절대로 안 사고 못 사는 최고급품, 최신식 전자제품을 사들이는 경우, 집에서 사무를 본다며 최고급 가구와 최신식 컴퓨터 등을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 높은 사람들이 하는 행사를 보고 흉내를 내서 특별 행사를 마련, 최고급 호텔에서 하루 저녁에 웬만한 직원들의 6개월분 월급을 써버리는 경우, 부서 대표로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비싼 컨설팅 돈을 주고 대신 시키는 경우, 물건 파는 사람들의 유혹으로 식사대접 받고, 쓸데없는 물품들을 사서 잔뜩 스토리지에 쌓아놓는 경우, 본래 프로젝트에는 관계없는 데 본인이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에 많은 돈을 써서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경우…
대개 큰 공금 횡령의 경우는 문제가 되는 것은 알지만, ‘Grey Area,’ 즉 회사 정책이나 정부기관의 규율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은 돈을 쓰고 싶은 유혹에 빠져서 억지로 정당화시키면서 교묘하게 쓴 후 말썽이 되기도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즉 본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나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공금을 쓰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부인, 남편, 자녀들을 부하 직원이나 컨설턴트로 채용하는 경우, 또 스페셜 프로젝트로 기금이 나가는 경우, 친척들에게 하청을 주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것 등인데 심각한 형사문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 보통 비즈니스에서는 정당하게 소개비를 받을 수도 있고 개인 비즈니스는 가족들이 운영에 참석할 수 있지만 비영리 단체의 경우는 다르다.
내 책상에 ‘직장 윤리’(Ethics)라는 책이 항상 놓여 있다. 총장 주관의 연례 리더십 트레이닝에서 받는 책인데 우리 전직원에게 복사해 돌리고 나도 책상에 올려놓고 가끔씩 다시 보곤 한다. 그 책에 따르면, 사무실에서 돌아다니는 연필이나 공책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직장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금으로 산 연필 하나도 정확히 구분하라는 가르침이다.
공금을 위탁받은 매니저들은 공금을 쓸 때마다 매번 정당하게 쓰여지는지, 만일 이 돈이 내 개인 재산이라도 이렇게 쓸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본인의 자산 관리하듯, 아니 그보다 더욱 조심스럽고 정직하게 자금 관리를 할 줄 아는 성공적인 매니저로 스스로를 늘 훈련시켜야 한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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