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렸던 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해괴한 논리로 한국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던 북한 대표팀이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기가 찬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그들은 정말로 상종 못할 대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사람이 아니면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애초부터 이런 북한을 상대로 회담을 했다는 것이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직후 이미 예정되었던 남북 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를 놓고 한국 정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회담을 연기하자는 신중론을 편 데 대해 통일부는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자는 주장을 폈다. 결국 노 대통령이 통일부의 의견대로 회담 개최로 결정했다. 이것은 대북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외교적, 군사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변화무쌍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회담이 어떻게 되었나. 남한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윽박질러서 북한의 기를 어느 정도 꺾어놓아야 하는 회담이었다. 그런데 남한은 유감이라고 했다. 반면에 북한은 어떠했는가. 북한이 이렇게 무력으로 남한을 보호하고 있으니 쌀 50만톤을 대가로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성지와 명소를 방문하게 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내년부터 외세와의 합동군사훈련도 하지 말라고 했다. 미사일을 가지고 남한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남측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회담을 결렬시켰다. 대가는 북한이 치러야 하고 그런 회담은 남측이 결렬시켜야 하는데 북한의 안하무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은 6.15 이후 남북회담을 만능으로 착각하여 북한과 회담을 못해서 안달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공산주의자들은 앞에서는 회담을 하면서 뒤통수를 치는데는 선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장개석은 모택동을 항일전선에 끌어들이기 위해 국공합작을 했다가 결국 대륙을 잃고 대만으로 쫓겨갔다. 월남전에서도 외교의 명수라는 키신저까지 파리협정으로 정전을 하여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베트콩은 2년 후에 사이공을 함락시켰다. 공산당에게는 회담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것이다.
요즘 북한에서는 언론매체를 통해 남한이 북한에 절대 의존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호 통일신보는 “6.15선언 이후 남한의 통일부에 이어 국방부까지도 장군님에 대해 국방위원장으로 호칭하기로 했고 여야 정객들이 장군님을 접견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장군님의 영상이 대대적으로 모셔지고 칭송하는 글들이 대대적으로 실리고 있다”고 했다. 남한 사람들이 김정일을 지도자로 생각하고 남한이 북한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 북한이 남북회담에서 군사적 보호 명목으로 쌀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회담을 계속한다면 다음에는 또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는 “이제 남한의 국방은 걱정 없다. 우리가 완전 책임질 테니 국방비를 쓰지 말고 북한에 바쳐라”고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다음에는 또 무슨 말을 할까. “국방까지 책임져 주는데 딴 살림할 것이 무엇인가. 한 나라로 통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백기를 들고 투항하라는 권고를 할 것이다. 지금 좌익을 하고 있는 한국의 실세들은 마치 자기들이 북한과 호흡을 맞추어 적화통일을 한다면 역사적 과업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한국 공산주의의 원조인 남로당이 김일성 밑에 들어가서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른단 말인가. 미국의 스파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개보다 못한 처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북한 공산당에게는 남한의 좌익이 이용물에 불과하고 숙청대상 1호에 해당한다.
정부나 정당이나 정치인이나 진보를 하든, 좌익을 하든 국내 정치에서 자기의 색깔은 내더라도 북한의 이중대만은 하지 말아라. 자신들의 모습을 참으로 초라하게 하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너무도 불쌍하게 만드는 일이 아닌가. 북한이 적반하장으로 해괴한 말을 하고 남한의 돈을 강탈하려는 그런 회담은 집어치워야 한다. 북한이 쌀이 필요하다면 남한에 사정 사정을 하고 남한이 도와준다면 감사해 하는 그런 회담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기영
뉴욕 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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