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저마다 삶의 무게에 힘겨워한다. 절망과 좌절도 한다.
신에게 머리 숙여 울부짖기도 한다, 무거운 짐 덜어달라고. 그러나 인생에 어디 고통만 있는가. 한 고개 넘으면 어김없이
평지가 나온다. 거기에 앉아 걸어온 길 돌아보며 웃는 여유도 갖는다. 그런데 잠시 정신을 잃은 것만 같은데, 눈을
떠보니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면? 평생을 휠체어에 앉아 살아야만 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사진)를 쓴 이승복(미국명 로버트 리)은 18세 때인 1983년 눈 깜짝할 사이에 사지마비
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를 ‘수퍼맨 닥터 리’라고 부른다. 아무도 그를 불쌍하게
보지 않는다. 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는 지금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가.
14∼16일 오렌지카운티를 찾는 이승복의 시련 극복기를 그의 책과 간증 동영상 등을 통해 전달한다(현재 존스 합킨스 병원 스포츠의학과 전임의인 이승복은 꽉찬 스케줄 때문에 사전 인터뷰 요청은 정중히 거절했다).
<김호성 기자>
“나의 장애는 하나님의 계획”
체조 연습 도중 추락 사지마비 참담
말씀에서 ‘나의 길’발견… 새 인생
“다른 사람에게 희망·용기 주고파”
# 때맞춰 들려오는 말씀
사고가 나던 7월4일 이승복은 잘 나가던 체조선수였다. 남보다 앞서고자 휴식시간에도 안 쉰 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공중돌기의 일종인 ‘아라비안 살토 1과 ¾회전’을 연습했는데, 공중을 돌아 턱부터 마루에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목이 움직이질 않았다. 손으로 땅을 짚어야 일어날 수 있는데, 손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러면 다리는? 무릎을 구부려 일으켜 세우면 일어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무릎도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머리에서 계속 ‘손을 움직여, 다리를 움직여!’ 하며 신경계로 명령을 내보냈다. 그러나 내게는 손도 다리도 없었다. 무겁고 아무 쓸모도 없는 머리만이 무기력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듯했다.』(책 39페이지)
18세 청소년이 이겨내기에 현실은 참혹했다. 『체조를 하던 때에는 저 풍선처럼 하늘을 날아다녔는데, 지금 나는 천천히 날아오르는 풍선 하나 잡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다』(57P)고 회상한다.
이때 하나님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병원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이승복이 성경을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간호사가 처음으로 읽어준 잠언 구절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라.”
그때 이승복은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게 되었다고 적었다. 『하나님은 내가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셨던 것이다. 오로지 체조에 목숨을 걸고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며 부모님 속을 썩이는 이승복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새롭게 일어서는 이승복,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사람들과 함께 서로 기대며 어려운 장애물을 씩씩하게 뛰어넘는 이승복,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 나를 다치도록 그냥 내버려둔 것이었다.』(187P)
# 때맞춰 나타나는 사람
어머니마저 “우리 큰애기, 아까워서 어쩌나” “뭘 하며 어떻게 살까나”라고 걱정하던 때, 체조를 가르치던 브라이언 코치는 “너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단다. 그 중에서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을 취하렴”이라며 격려했다. 그 충고에 이승복은 『나는 그렇게 했다. 가장 원하고, 또 가장 어려운 것. 그것을 택했다』(마비된 뒤 SAT 1,320점을 획득하고 뉴욕대에 합격하고서·207P)고 화답한다.
하나님을 제대로 모르고 대학공부에만 몰두하던 시절, 이승복은 래리 실버라는 사람을 통해 다시 태어남을 겪는다. 그는 이승복에게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와 똑같고,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어 하나님을 배반한 만큼, 우리 모두는 불효를 저지른 죄인”이라는 복음을 전했다. 이승복은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체조를 하겠다며 집을 뛰쳐나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209P)고 당시 느낌을 표현한다. 그래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끊어진 다리를 건너기 위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주님을 내 마음에 모시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의과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대안으로 선택한 콜럼비아 공중보건대학원에서도 그랬다. 앨런 로젠필드 학장은 『휠체어를 탄 몸으로는 의사가 못 된다고요?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승복, 당신은 평범한 장애인이 아닙니다. 의사가 되는 길이 어려운 일이지만, 당신이라면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고 용기를 심어줬다. 그러자 이승복은 『꾹꾹 눌러두었던 꿈에 대한 갈망이 다시 꿈틀거리며 살아났다. ‘그래, 아직 포기하긴 이를지도 몰라!’』(235P)고 결심한다.
# 때맞춰 나타나는 희망
이승복은 1797년 개교한 다트머스 의대의 역사에서 최초로 입학 허가를 받은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그가 다니는 교회의 부모들은 꾀를 부리며 공부 안 하는 아이들에게 『승복이 형은 그 몸을 가지고도 의대 진학을 이루었는데 너는 뭐냐?』(252P)고 야단친단다.
이승복은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맙고 영광”이라고 말한다. 승복의 영어 이니셜인 SB를 다트머스 의대 친구들은 수퍼 보이로 풀이할 정도다.
이승복은 『내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의사가 될 수 있었던 원천도, 어머니가 물려준 이 끊임없는 호기심과 긍정적인 성격, 강한 의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마음 덕분일 것이다』(282P)고 성공의 비결을 꼽는다.
이제 그는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나를 증명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다면, 이제는 정말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296P)
이승복은 외친다. 『나는 내 장애가 자랑스럽다. 나는 나의 장애를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도구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앞으로 나의 장애로 인하여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갖게 될 수많은 환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308P)
이승복씨 간증 집회 일정 및 문의
▲ 14일 감사한인교회 (오후 7시30분)
▲ 15일 힐튼호텔 (오후 6시)
▲ 16일 플러튼 장로교회 (오전 11시)
어바인 침례교회 (오후 4시)
** 문의 (714)484-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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