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한국을 방문하여 한달 가량 체류하다가 돌아왔다. 여러 지방을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보니 고속도로망이 무려 24개 노선으로 늘어났고, 고속철과 더불어 각 지역의 고른 경제발전, 5일 근무제로 인한 여행수요의 증가를 충족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숙박시설들도 많이 확충되었고 개선되었다. 특히 펜션이라는 깨끗한 소규모 숙박시설들이 곳곳에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였다. 지방자치 정부들이 관광명소 개발과 광고에 열을 내고 있었다. 사찰과 같은 기존의 명소 외에도 영화 혹은 드라마 야외 녹화장들을 보전하여 신규 명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부안의 백합죽, 담양의 죽통밥 등 각지방마다 고유 먹거리를 개발하여 여행객들의 입맛을 돋군다.
청계천 고가도로가 철거된 후 조성된 맑은 하천이 서울도심의 명물 중 하나로 등장하였다. 경제논리에만 의거하여 청계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설치하였는데, 이제는 환경적 요소도 더불어 중요시하게 되는 경제적 여유를 보게 된다.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가 잘 되도록 운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교통카드 혹은 이를 내장한 신용카드와 핸드폰으로도 대중교통 요금을 편리하게 지불할 수 있는 제도는 한국이 첨단을 가는 분야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소에서 예전처럼 먼저 타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대신 줄을 서는 질서정연한 모습이 새로웠다.
주상복합 아파트들을 포함하여 고층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미국의 단독주택에 사는 생활에 익숙한 내 눈에는 팰러스(왕궁) 혹은 빌(마을)이라 불리는 고층아파트들을 올려다 볼 때마다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서울의 물가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싸다는 최근의 통계를 미화의 가치가 현격히 떨어진 요즘은 더욱 실감하게 된다. 통상적 환율이 달러 당 950원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이나 공항에서 미국지폐나 신용카드를 쓸 경우 907원으로 계산하기에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영어가 전용 혹은 한글과 혼용되어 많이 사용되었다. ‘Family Mart’처럼 간판에 한글이 아예 없거나, ‘KB’라는 큰 글씨의 저 밑에‘국민은행’이란 한글이 조그맣게 보였고, ‘Green 버스’라는 영어와 한글의 혼용문을 보면서 “노인들도 이런 정도의 영어는 이제 읽을 수 있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하지만 ‘오전 9시30분’을 한국식으로 ‘AM 9:30’이라고 자막 처리한 정통부 첨단IT전시관의 영상물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철거민들 시위, 한미 FTA 반대시위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수직적 권위주의 사회가 수평적 다원주의 사회로 전환하면서 각종 이해집단들의 상충된 이익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절차 및 의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지역구도와 이념적 대립을 타파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선진적 정치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에서 보듯이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안정을 통한 국민단합이 필수적이다.
부모들의 지출과다는 차치하고 애들의 생활자체가 각종 과외수업의 스케줄로 꽉 차다보니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노는 애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초등학교 2년 조카의 한달간 태권도 수업일정을 보니 태권도 외에도 ‘발표력 증진’ ‘정체성확립’ 등 문자그대로 완벽한 인간을 지향하고 있는 듯한데 맘껏 뛰어 놀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인격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웠다.
웬만큼 공부해서는 서울에 소재 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조카가 명문대학 졸업 후 다시 도서관에 다니면서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것을 보니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사오정, 즉 45세가 정년이라는 말처럼 수명은 늘어나는데 퇴직은 빨라지므로 퇴직 후 생활에 대한 계획이 50중반인 친구들의 큰 관심사였다. 사회생활의 치열한 고비를 넘기고 이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동기들의 모임이 활발해졌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처럼 학교시절의 친소여부를 떠나서 그냥 자연스럽게 한마음이 되었다.
새롭게 정비한 경복궁과 덕수궁도 두루 돌아보고 마로니에공원에 산재한 소극장들에서 젊은 청춘남녀들 틈에 끼여서 연극을 세 편 보았다. 연극이 끝난 후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서 근처의 연쇄점에서 산 캔 맥주를 마시면서 서울에서의 낭만을 한껏 만끽했다.
아, 또 가보고 싶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