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북한이 지난 5일 모두 일곱 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징후가 계속 포착되었기
때문에 발사 자체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한국시간 새벽 3시 반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모두 일곱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유하고 있는 단거리, 중
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발사함으로써,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지난 98년도에 있었던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의 경험을 연상하면서 미사일 카
드를 빼내었을 것이다. 당시 클린턴 미 행정부는 페리 프로세스를 가동해서 북한과의 포괄적인
양자대화를 추진했고, 대북 경제제재도 해제했다. 또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과 조명
록 차수의 워싱턴방문도 성사되었다. 미사일의 위력을 과시하고 이를 카드화해서 미국으로부터
재미를 톡톡히 봤던 것이다.
그러나 대포동 1호를 통해서 재미를 봤던 10여 년 전과 현재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선 그때
와 지금의 국제안보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 관심을 끌
려는데 대해 미국의 안보인식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9.11 테러이후 미국은 북한과 같은 국가
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국가안보의 최대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여론도
매우 좋지 않다.
미국에서는 북한정권을 이라크의 후세인 독재정권과 비슷하게 간주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여
론이 이렇게 나쁜 상황에서 미국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위협에 굴복하고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선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또한 북한은 지난 2005년 2월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선포한 바 있다. 그런데 미사일은 핵무기를 운반 가능하게 만들므로써, 다시 말해서 핵무기에 생명을 불어 넣음으로써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다. 미사일 발사 직후에 세계의 주요나라들이 북한의 행위를 비난하고, 유엔안보리가 소집되어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향후의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한국의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정책이 이전과 같은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의 통일부장관은 국회에 출석해서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동안 확대 발전되어 오던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미사일 발사 당일 북한 만경봉호의 입항을 6개월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고,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 발사된 미사일이 모두 일본 쪽을 향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한 것 같다.
안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은 미국과의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비롯한 자체적인 군사력 확충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헌법개정을 통한 정상적인 군대의 보유와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권 천명등도 예상할 수 있다. 모두 동북아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들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또한 북한 정권의 무모성을 국제사회에 확실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난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해서 평화를 해치는 나라를 지지할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북한은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 인권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이유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을 헌신짝처럼 버리면서 “우리식”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태도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키는 잘못된 행위이다. 입만 열면 “민족” 운운하는 북한당국이 실제로는 민족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과연 무엇이 중장기적으로 민족을 위하는 길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마약밀매와 위폐제조와 같은 불법행위를 계속해서 점점 더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버림받는 후세의 역사가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북한은 더 이상의 무모한 행위를 중단하고 우선적으로 6자회담에 즉각 복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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