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분명 보통사람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자기 집 차고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지 20여 년 사이에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석권했다는 사실도 괄목할 만 하지만 지난 몇 해 동안 세계 제일 가는 부호로 자리매김 한 사람이 돈 쓰는 방법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진작부터 자기 자신과 부인 멜린다 여사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를 통해 후진국의 보건과 가난구제 활동을 해온 그는 최근 50이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2년 후에는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자선재단 쪽의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500억 달러로 추산되는 그의 재산 중 1,000만 달러만 가족들에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자선사업에 희사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이다. 즉 자기 재산의 5,000분의 1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이니 그가 얼마나 비 이기적인 인류애를 가진 사람인지 짐작이 간다.
미담은 미담을 낳는 모양이다. 빌 게이츠 부부가 선사한 마음 흐뭇한 감동이 사람들의 심금에 그냥 남아있는 동안에 이번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워렌 버핏도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사업에 투척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버핏도 전설적인 인물이다. 50년 전 10만5,000달러로 시작한 그의 회사는 440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그 중 310억불을 자선사업에 바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돈을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그리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더욱더 놀랍다. 누구나 자기 이름을 널리 떨치려는 욕망이 있는데 버핏은 이미 자선사업을 잘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재단에 돈을 주어야 더 효과적으로 쓰여질 것이라는 이타심에서 자기 과시욕을 극복한 것으로 보여 그 역시 보통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처럼 훌륭한 결정을 한 두 사람들의 선행이 널리 보도된 것은 당연하다. 게이츠 부부의 재단은 2년 전에 12억달러이던 자선기금을 15억달러로 늘리기로 한 바 있는데 버핏이 매년 주는 돈 15억달러를 합치면 자선사업의 연간 예산이 무려 30억 달러이기 때문에 세계 190여 개 국들 중 40여 개 나라들의 예산보다도 많다고 보도되었다.
그런데 정부의 예산의 경우 수많은 공무원들의 인건비 등으로 낭비가 심한 반면 게이츠 재단은 단지 200여 명의 직원으로 효율적인 구호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이익을 앞세우는 제약회사들이 후진국들의 질병예방을 위한 예방약 개발 제조에서 손을 떼고자 했을 때 게이츠 재단이 15억달러를 예방약 구입에 책정함으로써 100만 이상의 어린아이들의 생명이 보존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선사업은 부자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기의 처지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교훈을 서울의 어떤 국수집 이야기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그 주인은 국수 한 그릇에 2,000원 씩 받는데 누구에게든지 국물과 국수를 더 주는 후한 인심을 가졌단다.
어떤 날 그 집에는 남루한 의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는 사기로 재산을 다 날리고 부인까지 도망한 상황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마지막으로 국수나 먹고 어디 가서 죽거나 방화라도 하고 싶은 심경의 사나이였다는 것이다. 그가 국수를 두어 그릇 먹고 나서 밖으로 뛰어나가는데 주인이 쫓아오면서 “그냥 가, 뛰지 마, 다쳐” 라고 했단다. 그것에 감동한 그 남자는 마음을 고쳐먹고 파라과이로 이민해서 성공했다는 흐뭇한 이야기다.
우리 처지가 어떠하든지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비와 친절을 베풀고자 노력한다면 적은 규모일망정 게이츠 부부와 버핏을 본받는 일이 될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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