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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지존이라는 단어는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어진다. 요즘 한국에서 컴퓨터 게임 하는 사람들이 지존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게임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는 가장 최고의 승리자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1993년 조직폭력배 ‘지존파’ 사건이 있었다. 듣기에 거북하고, 공포감마저 느끼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신앙의 대상은 하나님을 ‘지존’하신 하나님이라고 표현을 한다. 이 세상에 가장 높은 유일한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살다보면 한편으로 인생이 ‘지존’(至尊)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성공자, 승리자, 챔피언, 성자, 학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나라의 선수들과 국민들이 모두 다 우승의 ‘지존’을 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32개 중에 웃는 나라는 오직 한 나라 뿐이다. 그리고 설령 올해에 지존의 웃음을 지었다고 해도, 다음에 그 웃음을 또 소유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번 대회 때 우승한 브라질도 월드컵 우승의 지존의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그 의기양양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숨죽인 배추처럼 고개를 숙여야 해야 했다. 지존의 자리는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는 지존이 아니다. 또 지존의 자리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언제 그 지존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지 예측할 수 없다.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 응원을 하려면 목이 터져라 응원해야 하고, 경기를 하려면 죽을힘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 비록 한국 축구 선수들이 16강에 오르지 못해도 칭찬을 받는 이유는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존’(至尊)의식보다는 ‘자존’(自尊)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존은 꼭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스런 마음이고, 자존은 최선을 다했을 때 일어난 결과에 대하여 만족을 하고 수용하는 자세이다. 자존의식은 구태여 공부를 해서 학위를 취득하는 자세가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다.
영어에서 ‘먼저’, ‘제일’이라는 First 라는 단어가 있다. 그리고 ‘하나’ 또는 ‘일’이라고 하는 One 이라는 단어가 있다. 뜻이 같아 보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First는 순서를 따져서 꼭 그것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 순서가 틀리면 안 된다. 그러나 One은 하나, 둘을 셀 때 하나이다. 만일 사과를 세다가 잘못 세면 처음에 세었던 사과의 순서에 관계없이 다시 하나, 둘, 셋으로 세면된다. 꼭 First가 어떤 것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 어떤 사과이든지 다시 시작하면 된다. 결국 모든 것이 다 One이 될 수 있다. 나도 One이고, 너도 one이다.
꼭 이것만은 이루어야 한다는 First(제일)의 생각이 지존의식을 만들어 낸다. 지존의식이 있으면 여유를 갖지 못한다. 도량이나 삶의 의미를 모른다. 목표지향적이다. 쉽게 낙심하고, 좌절하고 절망하게 된다. 사람보다는 일 중심으로 치우치게 되게 된다. 그러나 다른 것도 소중하다라는 ‘One’의 생각을 가지면 자존의식으로 살게 된다. 사과 상자에 사과들이 많이 들어있는 데 그 중에 사과 하나는 이리 보아도 귀하고, 저리 보아도 귀하다. 자기 인생을 바라보면서 나의 인생은 귀하다라고 보는 ‘자존’감이 있으면 삶의 의미를 알게 되고, 하고 있는 일의 보람을 갖게 된다. 또한 내가 내 인생을 귀하게 보면 다른 사람의 인생도 귀하게 바라보게 된다. 자존이 강하면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고,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축복인 줄 발견하게 된다.
성경은 말씀한다. “여호와여 주의 지으신 모든 것이 주께 감사하며 주의 성도가 주를 송축하리이다”(시편 145:10)
이 세상에 지존한 존재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 분이 조물주요, 전능자요, 하나님이시다. 그 외에 나머지는 자존한 존재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일이 안되어도 다시 시작하고, 일이 잘 되어도 낮은 마음으로 살뿐이다. 그것이 자존이다. 그 어느 누구도 무시되거나 실패한 인생으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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