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여자매치플레이챔피언십


’이변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여자매치플레이챔피언십이 또 한 명의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

올해 LPGA 투어 2년차인 신예 브리타니 린시컴(20.미국)은 10일(한국시간)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골프장(파72.6천52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결승에서 백전노장 줄리 잉스터(미국)를 3홀차로 꺾고 우승상금 50만 달러를 차지했다.

지난 해 제1회 대회에서 무명의 마리사 바에나(콜롬비아)가 정상에 오르면서 ‘이변의 무대’로 등장한 HSBC여자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2년 연속 뜻밖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아마추어 시절 60차례 이상 우승컵을 거머쥔 린시컴은 2004년 퀄리파잉스쿨을통해 LPGA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루키 시즌인 지난해 ‘톱 10’ 입상경력 한 차례없이 상금랭킹 72위(12만7천452달러)에 그쳤고 올해도 상금랭킹 22위(26만4천달러)의 평범한 성적에 머갬떪?선수.

세계랭킹과 상금랭킹 등을 따져 64명만 출전하는 이 대회에도 39번째 시드를 받아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하위랭커의 반란’을 일으키며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특히 린시컴은 8강전에서 2번 시드의 위성미(17.나이키골프)에게 4홀차 대승을거둔 데 이어 준결승에서는 LPGA 투어 상금랭킹 1위인 3번 시드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마저 제압했고 결승에서는 통산 63승의 현역 ‘명예의 전당’ 회원 잉스터를 따돌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린시컴이 받아쥔 우승 상금 50만달러는 지금까지 33차례 대회에서 수령한 상금총액 39만2천258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거액이다.

부상으로 다이아몬드가 박힌 백금 목걸이까지 받은 린시컴은 아버지에게 캐디를 맡겨 통상 우승 상금의 10%에 이르는 캐디피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린시컴은 어릴 때부터 투어 대회 우승을 꿈꿔왔다면서 너무나 기뻐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실감이 날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4일 동안 6라운드의 격전을 치르는 동안 내내 딸의 캐디백을 멨던 아버지에 대해 코스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힘드셨을테지만 식사 한끼만 대접하면 만족하실것이라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부렸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오초아와 19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챙긴 린시컴은 결승에서 만난 잉스터가 초반 난조에 흔들린 덕에 낙승했다.

LPGA 투어 장타 부문 2위(평균 281.7야드)에 올라 있는 린시컴은 2번홀(파5.533야드)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 바로 앞에 떨군 뒤 퍼터로 간단하게 버디를 잡아내 기선을 제압했다.

3번홀(파3)과 5번홀(파4)에서 잉스터의 보기로 3홀차 리드를 잡은 린시컴은 7번홀(파3)에서 잉스터가 또 보기로 주저 앉으면서 4홀차까지 달아났다.

8번홀(파4)에서 파를 지킨 린시컴은 잉스터의 보기 덕에 5홀차까지 벌려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잉스터가 9번홀(파5) 버디로 1홀을 따라 붙자 린시컴은 10번홀(파4)에서 장타에이은 정교한 웨지샷으로 버디를 뽑아내며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잉스터는 12번홀(파3)에서 1홀을 만회하고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안간힘을 썼지만 16번홀(파4)을 파로 비기면서 백기를 들었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꺾은데 이어 준결승에서 작년 신인왕 폴라 크리머(미국)를 제치고 결승에 오른 잉스터는 린시컴의 장타에 주눅이 든 탓인지 노련미를 살리지 못한 채 아이언샷 실수를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지고말았다.

잉스터는 그러나 웬만한 투어대회 우승 상금을 웃도는 30만달러의 준우승 상금을 챙겨 위안을 삼았다.

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보기라고는 3개밖에 없었는데 결승에서 전반에만 3개의 보기를 했던 것이 패인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결승전보다 10분 앞서 티오프한 3-4위전에서는 오초아가 크리머를 3홀차로 눌렀다.

린시컴과의 준결승에서 16번홀까지 1홀차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던 오초아는17번홀에서 3퍼트 보기로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고 19번째홀에서 린시컴에게 버디를 맞아 결승 티켓을 놓쳤다.

오초아는 3위 상금 20만 달러를 보태 상금랭킹 1위(144만6천641달러)를 굳게 지킨 데 만족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