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개최국 독일에 극적인 2-0승…결승 선착
오늘 포르투갈-프랑스
승자와 9일 패권 다툼
‘1분 30초의 드라마’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전차군단’ 독일에 극적인 연장 승리를 거두며 2006 독일월드컵 결승에 선착했다.
이탈리아는 4일 도르트문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개최국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연장 후반 종료직전 터진 파비오 그로소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리는 이탈리아는 한발 더 피파컵에 다가가게 됐고 개최국 독일은 지난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을 안방에서 설욕하려 했지만 이탈리아의 벽에 막혀 3∼4위전으로 밀려났다.
전후반 90분 승부를 내지 못한 양팀은 연장 후반 14분 경까지도 골을 뽑는데 실패하며 사실상 승부차기를 통해 결승 진출팀을 가려야할 운명을 눈앞에 뒀다.
모두가 승부차기를 예상한 종료 1분30초를 남긴 순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장 후반 29분 독일의 페널티박스 오른쪽 중간지점에 서있던 그로소는 중앙에 있던 안드레아 피를로의 패스를 받은 뒤 침착하게 골대 반대쪽 끝을 보고 왼발로 감아 차는 슛을 날렸고 공은 곡선을 그리며 독일의 골 네트를 갈랐다. 119분만의 첫 골이자 이탈리아의 결승행을 결정짓는 선제 결승골. 그로소는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냈던 주인공이었다.
선제골을 내준 독일은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며 총공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상대에 또 한번의 역습을 허용하며 델 피에로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연장 교체멤버로 들어간 피에로는 종료직전 상대 문전에서 공을 잡고있던 질라르디노의 힐 패스를 받아 왼쪽을 파고들며 그대로 오른발 슛을 날려 추가골을 터뜨려 독일 홈 관중들을 침통에 빠지게 했다. 피에로의 골이 터지자마자 주심은 종료 휘슬을 불었다.
이탈리아는 이날 승리로 월드컵 통산 4번째 우승에 한발 다가섰으며 지난 1982년 월드컵 결승에서의 승리를 비롯해 월드컵에서 독일을 상대로 3승2무로 단 한번도 패하지 않는 절대우위를 계속 지켜가게 됐다.
독일은 스트라이커 미로슬라브 클로세를 비롯해 루카스 포돌스키의 예봉이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2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의 꿈을 접어야했다. 이탈리아는 5일 정오에 열리는 프랑스-포르투갈의 승자와 오는 9일 대망의 결승전을 갖는다.
<김진호 기자>
이탈리아의 파비오 고르소가 연장 후반종료직전 미하엘 발락 옆을 스치는 강력한 왼발슛을 터뜨렸고(왼쪽 사진) 볼은 필사적으로 몸을 던진 골기퍼 옌스 레만의 손이 미치지 않는 반대쪽으로 꽂히고 있다.
독일감독 예르겐 클린스만(왼쪽)이 주장 미하엘 발락을 위로하고 있다.
공포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
전차군단도 뒤집었다
6게임에서 상대선수에 실점 안 내줘
11골 가운데 5골 득점 및 어시스트도
‘이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린 힘은 역시 트레이드마크인 ‘카테나치오(빗장수비)’에서 나왔다.
4일 마지막 2분에 2골을 몰아치며 개최국 독일을 침몰시키고 통산 4번째 월드컵 정상에 도전하게 된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끈적끈적한 ‘빗장수비’로 명성을 날려왔고 이번 독일월드컵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준결승 독일전에서 2-0 승리를 거둠으로써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11득점, 1실점을 기록했는데 유일한 1실점도 조별리그 2차전 미국전에서 크리스티안 차카르도가 기록한 자책골이었다. 결국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카테나치오’는 이번 대회 6게임에서 상대팀에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셈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포백(4-back) 라인은 독일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왼쪽윙백 파비오 그로소와 중앙 수비수 듀오 파비오 칸나바로, 마르코 마테라치, 오른쪽 윙백 잔루카 잠브로타로 구성됐다. ‘빗장수비의 대명사’라는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원래 주전이지만 부상으로 준결승에는 뛰지 못했다.
독일전에서 나타난 이탈리아 수비의 강점은 강인한 대인마크 능력과 효과적인 간격 유지,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협력 수비에 있었다. 8강까지 11골을 몰아쳤던 전차군단의 화력은 정교하게 짜여진 카테나치오 앞에서 헛돌기만 했다. 몇 차례 공간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앞선 5게임에서 8골을 합작해낸 독일의 투톱 미로슬라브 클로세와 루카스 포돌스키를 꽁꽁 묶었다. 독일은 스피드가 넘치는 다비트 오동코어와 베테랑 올리버 뇌빌을 투입해 돌파구를 찾아봤지만 카테나치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카테나치오의 최후 방어선인 걸출한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의 활약도 간과할 수 없었다. 특히 연장전에 포돌스키가 때린 회심의 강슛을 감각적으로 쳐낸 것은 승부의 저울추를 돌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테나치오의 위력은 수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날 119분동안 이어진 0-0의 균형을 깨뜨린 결승골도 공격에 가담한 왼쪽 윙백 그로소의 왼발에서 터져 나왔다. 그로소는 호주와의 16강전에서도 종료직전 승부를 가른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던 주인공.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와의 8강전에서도 오른쪽 윙백 잠브로타가 선제골을 뽑고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조별리그 체코전에선 중앙수비수 마테라치가 헤딩 선제골을 뽑았다. 지금까지 이탈리아가 뽑아낸 11골중 수비수들이 넣거나 어시스트한 골이 5골이나 됐다. 공수 양면에서 카테나치오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연장종료 1분전 극적인 결승 선취골을 뽑아낸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가운데)가 동료 수비수 잔루카 잠브로타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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