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승부차기서 아르헨티나 울려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3-0완파
결국은 예상대로 됐다. 출전팀 가운데 가장 완전한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아르헨티나는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전차군단’ 독일의 덫을 피하지 못했고, 월드컵 본선 처녀출전에 8강까지 오른 ‘신데렐라’ 우크라이나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로써 2006 독일월드컵의 결승티켓 한 장은 각각 4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독일 대 이탈리아의 또 다른 빅뱅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독일 대 이탈리아의 준결승은 오는 4일 정오(LA시간) 도르트문트에서 펼쳐진다.
30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벌어진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8강대결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연장전까지 120분에 걸친 혈전에도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옌스 레만이 2번째와 4번째 킥을 막아낸 독일이 4-2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팬들은 눈물 속에 경기장을 떠났고 이날 뛰지 않은 후보선수 레안드로 쿠프레가 분함을 참지 못해 퇴장하면서 누워있던 독일선수를 걷어차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세계 축구 거인들의 대결답게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경기에서 예상대로 미로슬로브 클로세-루카스 포돌스키 투톱을 내세운 독일이나, 예상을 깨고 카를로스 테베스를 에르난 크레스포의 투톱 파트너로 출전시킨 아르헨티나는 모두 지금까지 경기들에서 보여준 자기들의 리듬을 타지 못한 채 조심스런 자세로 미드필드 지역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 양쪽 모두 이렇다 할 득점찬스 없이 전반을 마쳤다. 아르헨티나는 중원의 리더 후안 리켈메가 전반 중반부터 볼의 흐름을 장악하긴 했으나 독일의 철벽 수비진에 별다른 위협을 가하진 못했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진 것은 후반 4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리켈메의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로베르토 아얄라가 마크맨인 클로세보다 한발 앞서 솟구쳐 오르며 강력한 헤딩슛으로 독일의 골네트를 갈라 올림피아슈타디온을 가득 메운 7만여 독일팬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처음으로 리드를 허용한 순간이었다.
이후 독일은 만회골을 위해 총공세에 나섰으나 미드필드에서부터 철저한 압박으로 나선 아르헨티나의 저항에 막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다가 마지막 10분을 남기고 힘겹게 동점골을 뽑았다. 후반 35분 왼쪽에서 미하엘 발락이 올려준 크로스를 교체멤버 팀 보로프스키가 헤딩으로 골문 쪽으로 밀어주자 뛰어들던 클로세가 날카로운 헤딩으로 아르헨티나 골문을 열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현 득점선두인 클로세의 대회 5호골이었다.
이후 남은 10분여와 연장 30분 등 40여분에 걸친 공방전에도 불구, 팽팽한 균형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결국은 ‘축구판 러시안 룰렛’인 승부차기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양팀은 모두 월드컵승부차기에서 3승무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날은 한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중반 클로세와 충돌, 부상을 입은 주전골키퍼 로베르토 아본단지에리가 결국은 경기를 계속하지 못하고 교체돼 나간 반면 독일의 얀스 레만이 철의 장막을 치고 있었던 것. 결국 독일의 첫 4명의 키커는 모두 완벽하게 네트를 출렁인 반면 아르헨티나는 2번키커인 아얄라의 킥이 레만에 잡힌 데 이어 4번키커인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킥마저 레만의 손에 걸리며 승부가 결정됐다.
한편 뒤를 이어 함부르크에서 벌어진 이탈리아 대 우크라이나의 경기는 이탈리아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는 전반 6분 잔루카 잠브로타가 미들필드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은 뒤 약 20m를 치고 들아가다 강력한 왼쪽슛을 터뜨려 선취골을 뽑아낸 데 이어 후반 14분과 24분 그동안 조용하던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가 자신의 월드컵 1호와 2호골을 잇달아 뿜어내 우크라이나의 신데렐라 꿈에 자정 종소리를 울렸다. 우크라이나는 3-0이라는 스코어에 비해 훨씬 활발한 경기를 펼쳤으나 아직 0-1이었던 후반 10분께 두 차례에 걸친 결정적인 찬스가 모두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뒤 곧바로 추가골을 허용하며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우크라이나의 ‘득점기계’ 안드리 셰브첸코는 이탈리아 수비진의 밀집마크로 별다른 찬스도 잡지 못한 채 역부족을 인정해야 했다.
독일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아르헨티나의 호세 페케르만(56) 감독이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페케르만은 경기 후 “더 이상 (감독직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페케르만은 지난 2004년 9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후임으로 아르헨티나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그 전에는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1995, 97, 2001년 등 3번이나 아르헨티나를 세계청소년축구 챔피언으로 이끈 바 있다. 당시 페케르만이 키운 선수들이 현 대표팀의 주축으로 뛰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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