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게 말하는 속 깊은 부모가 될 수는 없을까? 얕은 수준의 생각에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서, 귀에 거슬리고 불편한 다른 이들의 생각이 우세한 세상에 살면서도 지적으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부모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어린 아이들은 종종 너무나 정직하게 사물을 단순화한다. 그들의 솔직 담백하고 직설적인 질문에 생각이 깊지 않거나 사회적인 통념에 속박되어 있는 우리 평범한 부모들은 매번 본질을 벗어난 ‘가장자리 대답’만 하고 산다. 성문제도 그 범주에 속한다.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들의 성(birds and the bees)에 관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어린아이 성 관련 질문 답변은 이렇게
3세된 사내 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엄마에게 질문이다. “오늘 프리스쿨 화장실에서 봤는데 여자 아이들은 고추가 없더라고요! 어떻게 쉬를 하지요?” 조금 더 크면 여자들의 가슴에 호기심이 생기는지 식탁에 앉으면 가슴 얘기부터 시작한다. “엄마, 바비인형 가슴은 플래스틱으로 만들어졌지요?”부터 시작해서 “오늘 미세스 누가 룸 헬퍼로 들어왔는데 가슴이 너무 커서 아무리 옷으로 가리려고 해도 자꾸 나와요.” 듣다 못한 엄마, “넌 수업시간에 공부는 안하고 룸 헬퍼 엄마 가슴만 쳐다보고 있니?”라고 한마디 쏘아 붙인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인다니까요.”라고 대답하는데 할 말이 없다.
이 아이가 3학년쯤 되면 “형아, 형아 클래스 누구누구 가슴 무지 커 !” 얌전한 형은 네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다. 오늘 형아네 클래스 체육시간에 자신도 체육시간이라서 그 아이가 뛰는 것을 봤는데 가슴이 너무 커서 덜렁 덜렁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 걔 이제 5학년인데 앞으로 더 커지면 어떻게 하지요? 완전히 수박만해 질꺼 아니에요?” 아빠 엄마는 웃어야 할지, 핀잔을 줘야 할지 매번 식사시간이 곤혹스럽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보고 느낀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입에 자물쇠를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에 대해 페어런팅지 6월호가 어린아이들의 성에 대한 질문엔 이렇게 대답하라고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질문은 솔직 담백하게 사실을 말해주되 단순하게
계속 같은 것 물어봐도 반복해서 성의있게 답해 주도록
3세된 여자 아이, 엄마가 남동생 기저귀 가는 것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아기의 penis를 가리키며 “저게 뭐예요?”라고 묻는다.
A> 부모들은 어린 아이에게 신체명칭을 가르쳐 줄 때 성에 관한 부분은 빠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부위처럼. 그리고 아이가 거기에 관해서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기를 바란다. 그러나 질문이 이쯤 되면 표면화 할 수밖에 없다. “남자 아이는 penis가 있고 여자인 너는 vagina가 있는 거야. 여자와 남자는 달라.” 라고까지 말해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명칭을 듣자마자 아이들이 금방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3세 된 남자아이, 5세 된 형아에게 잘난체하며 “남자는 penis가 있고 여자는 china가 있대.”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이런 연유로 아이들이 계속 같은 질문을 해도 계속 답을 해줘야 한다고.
엄마 아빠의 프라이빗 신체부위에 hair가 있는 것을 발견한 아이, 왜 그러느냐고 물을 때
A> 아이의 간단한 질문에는 간단하게 대답하면 된다. “너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되는 거야. 겨드랑이에도 나고 남자는 얼굴에 수염이 나기도 하지.” 그리고는 부모와 목욕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의 몸을 관찰할 기회를 준다. 그래야 성인 신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줄을 서 있는데 프리스쿨러 보이가 엄마를 쳐다보며 “왜 penis가 자꾸 딱딱해 지지요?”라고 묻는다.
A> 공공장소에서 프라이빗 파트 얘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해주기 위해 조용한 목소리로 “가끔 그럴 때가 있대. 금방 괜찮아 질 꺼야.”라고 말한 후 또 질문이 있으면 있다가 차에서 하라고 한다. 일을 마치고 차에 탄 후에는 “좀 전에 스토어에서 한 질문 아직 기억하고 있어? 더 질문이 남아있는 거야?”라고 물어봐 준다. 질문과 호기심을 통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발달하므로.
엄마의 난자(egg)와 아빠의 정자(sperm)가 만나서 아기가 생기고 자란다고 설명을 해줬는데 6세난 아이가 “어떻게 정자가 난자를 만나나요?”라고 깊숙한 질문을 해 온다면?
A> 곤란해 하지 말고 차분히 설명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빠가 엄마에게 충분하게 가까이 오면 아빠의 penis에서 정자가 나와서 엄마의 vagina를 통해 안전하게 난자에 도착한다고. 그런데도 아이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오면 “발이 양말에 맞는 것처럼 penis가 vagina 맞게 만들어져 있다”고 어렵지만 설명해 준다.
프리스쿨러쯤 되면 아기가 어떻게 생긴다는 것에 관해 희미하게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 다음 단계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다 자란 아기가 어떻게 엄마 뱃속에서 나오냐는 것이다.
A> 엄마의 vagina를 통해 나오는데 이는 엄마 뱃속에 있는 튜브처럼 생긴 것으로 아기가 나올 만큼 충분히 늘어나서 안전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해준다. 아니면 그냥 “아기만을 위한 특별한 구멍(opening)이 있는데 너도 그곳을 통해서 나왔지.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렇게 멀쩡하잖아?”라면서 슬쩍 경이로움을 표시해 준다.
2세난 아이를 두고 이혼을 하게 됐다.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
A> 사랑이나 사랑의 덧없음을 설명해 주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다. 아이에겐 이혼을 단순화하고 그가 원하고 필요한 이야기만 해준다. “아빠는 이사를 나가게 됐다. 대신 너는 놀 수 있는 집과 백 야드가 두 개나 생기게 된다. 아빠랑 같이 살지는 못하지만 아빠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가능하면 자주 만나자.”라는 내용이면 된다. 절대로 피해야 하는 것은 부모가 왜 헤어지게 됐으며, 왜 서로 맞지 않는지, 얼마나 서로 미워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면서 엄마 아빠가 번갈아 가며 서로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잠시 자신들의 분노와 감정해소는 될지 몰라도 아이는 딛고 있는 땅이 갈라지는 것 같은 정서기반이 흔들리고 점차 커갈 수록 감정상태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때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을 낳아준 부모, 더 이상의 스토리는 아이에게 부담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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