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독일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
‘엘리트 8’으로 좁혀진 뒤 이틀간의 숨고르기를 마친 2006 독일월드컵이 30일 독일 대 아르헨티나의 ‘블락버스터’ 게임을 시작으로 8강전에 돌입한다. 30일에는 오전 8시(이하 LA시간)부터 벌어지는 독일-아르헨티나전에 이어 정오부터 이탈리아-우크라이나전이 펼쳐지며 1일에는 오전 8시에 잉글랜드-포르투갈, 정오에 브라질-프랑스전이 뒤를 잇는다. 하나같이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예측불허의 빅게임들. 30일 벌어지는 8강전 첫 두 경기 매치업을 살펴본다.
◎독일 대 아르헨티나 (오전 8시- ESPN, 채널 34)
통산 4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독일과 3번째 정상등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이번 대회 우승후보 3강으로 꼽히는 팀들. 사실상의 결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치업이 이처럼 빨리 이뤄진 것에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팬들은 각각 유럽과 남미축구를 대표하는 이들의 충돌에서 살아남은 팀이 결승에서 브라질과 만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회 개막 전 자국팬들에게조차 신뢰감을 주지 못했던 클린스만호는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이미 7골을 합작한 미로슬로브 클로세-루카스 포돌스키의 파괴력 만점 투톱과 미하엘 발락-토르스텐 프링스의 철벽 허리진을 앞세워 잘 정비된 ‘전차군단’마냥 파죽의 4연승 가도를 질주, 최고 우승후보로 발돋움했다. 대회전까지 반신반의하던 독일팬들은 팀의 연이은 선전에 열광무드로 빠져들었고 이제는 이번 아르헨티나전 고비만 돌파한다면 우승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넘치고 있다. 팀 캡틴 발락은 “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 함께 이번 대회 최고의 팀이지만 우리팀은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두려운 상대는 없다. 그들을 꺾은 좋은 찬스를 만났다고 믿는다”며 독일의 승리가능성을 60대40으로 점쳤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파괴력과 함께 홈그라운드라는 결정적인 어드밴티지를 감안할 때 발락의 말이 아니더라도 근소한 차이나마 독일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신데렐라’ 우크라이나 자정 종소리 들려오나
밑져야 본전이지만 ‘아주리군단’ 벽 높아
이탈리아 잘 아는 세브첸코가 유일한 희망
하지만 독일은 이번 대회 4연승을 거두기 전까지 소위 ‘빅게임’에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브라질,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프랑스 등 소위 세계축구 ‘수퍼’팀을 상대로 독일은 최근 5∼6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들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거의 6년전인 지난 2000년 10월 잉글랜드에 1-0으로 승리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기간동안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한 독일의 전적은 6무10패. 이번 대회 독일의 제물이 된 코스타리카(4-2), 폴란드(1-0), 에콰도르(3-0), 스웨덴(2-0)이 모두 뛰어난 팀들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들과는 격이 다른 팀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대회전 네덜란드,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함께 C조에 편성돼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죽음의 조’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우려됐으나 세르비아를 6-0으로 대파하는 등 가볍게 2연승으로 16강에 올라 가장 완전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르난 크레스포와 하비에르 사비올라의 공격진은 제2의 마라도나라는 리오넬 메시와 또 다른 신성 카를로스 테베스를 벤치로 밀어낼 만큼 막강하다. 팀의 핵인 플레이메이커 후안 리켈메는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독일의 발락과는 달리 완급을 조절하며 마술사처럼 경기를 조율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절대 독일에 뒤지는 팀이 아니다. 하지만 독일의 심장 베를린에서 파죽지세로 질주하는 ‘전차군단’과 정면 충돌하는 것은 아무리 아르헨티나라도 겁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상: 독일 3-2 아르헨티나>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셰브첸코.
◎이탈리아 대 우크라이나 (정오- ESPN2, 채널 34)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사실 속으로 입이 찢어질 만큼 좋아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번 대회 8강 가운데 어느 면으로 보아도 단연 최약체인 우크라이나를 만나 4강행 길이 훤히 뚫렸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인 우크라이나가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승부의 세계에선 개런티는 없다. 16강전에서 호주에 악전고투 끝에 종료직전 석연치 못한 페널티킥으로 ‘억지 승’을 거두고 올라온 만큼 이탈리아로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해야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한 수 아래로 생각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초반에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한다면 경기가 진행될수록 부담이 커지며 경기가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월드컵 본선 첫 출전에서 예상을 깨고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 우크라이나는 이번 이탈리아전이 솔직히 별로 부담이 없는 경기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맞선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안드리 셰브첸코라는 걸출한 킬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오프시즌 잉글랜드팀 첼시로 이적했으나 그동안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에서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셰브첸코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꿰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 수비수들 역시 셰브첸코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니 어드밴티지가 어디로 갈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지만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선취골을 잡아낼 수 있다면 신데렐라의 자정 종소리를 좀 더 지연시킬 능력은 갖춘 팀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번 경기에서 주요선수 4명이 뛰지 못한다. 수비수 알레산드로 네스타는 부상중이고 그를 대체했던 마르코 마테라치는 호주전에서 받은 레드카드로 이 경기를 벤치에 앉아야 한다. 미국전에서 퇴장당한 뒤 4게임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은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와 부상중인 포워드 빈센조 이아퀸타도 나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 이탈리아는 관록과 개인기에서 모두 우크라이나를 압도한다. 호주전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프란시스코 토티는 부상에서 거의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도 계속해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조별예선에서 레드카드와 경고누적으로 스위스전에 나오지 못했던 3명이 돌아오나 전체적인 팀 스피드와 개인기에서 이탈리아에 뒤진다. 월드컵 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라운드의 여우들’인 아주리군단이 사실상 셰브첸코 ‘원맨팀’인 우크라이나에게 덜미를 잡힌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예상: 이탈리아 3-1 우크라이나>
이탈리아의 수퍼스타 플레이메이커 프란시스코 토티.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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