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강전 킥오프
금•토 이틀동안
외나무다리 승부
독일월드컵 준준결승전 4게임이 30일과 1일 이틀동안 벌어진다. 8강전은 30일 오전 8시(SF시간) 통산 4번째 우승을 꿈꾸는 개최국 독일과 3번째 챔피언트로피를 노리는 아르헨티나의 한판승부로 스타트를 끊는다. 이어 4회우승 야욕에 불타는 이탈리아가 첫 출전 8강진출의 돌풍을 일으킨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날 낮 12시 회심의 일전을 갖는다. 7월1일 오전 8시에는 베컴의 잉글랜드와 피구의 포르투갈이 4강행 티켓을 놓고 맞서는 데 이어 낮 12시에는 통산 6회우승을 호언하는 영원한 제국 브라질과 초반 부진을 씻고 되살아난 프랑스가 98월드컵 결승전(당시 프랑스 3대0 승)의 리턴매치를 겸한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인다. 경기는 ABC, ESPN2, KBS아메리카 등에서 생중계된다. <관계기사 5면-정태수 기자>
◆TV월드컵(30일, 준준결승전)
독일-아르헨티나(오전 8시)
이탈리아-우크라이나(낮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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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사>
썩어도 준치…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는 없었다
월드컵 파노라마, 그리고 인생무상
호나우두(브라질).
가나와의 16강전에서 월드컵본선 개인통산 최다득점 신기록(15호골)을 수립한 그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듬직한(?) 아저씨풍이 아니었다. 94미국월드컵 때 후보선수로 벤치를 지키며 형들의 우승행군을 응원하던 열일곱살 호나우두는 저 어리고 가냘픈 게 무슨 축구를 하랴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바로 한두해 뒤부터 고속도로를 초고속 탱크처럼 질주하며, 상대 선수들을 마치 가로등처럼 속속 뒤로 밀어내며, 하나하나 명품골을 빚어냈다.
제발로 챈스를 만들고 제발로 골을 마무리했던 그는 지금, 나이테만큼 굵어진 몸을 못이기는 듯 전방 어드메를 뒤뚱뒤뚱 어슬렁거리다 팀동료 누가 만들어주는 골챈스때만 왕년의 가락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선지 제비날개처럼 양팔을 펴고 골 넣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여봐란 듯 관중석 앞으로 치달리던 골세레머니도 양순해졌다. 틈새 벌어진 앞니를 드러내고 겸연쩍은 듯 싱긋 웃으며 천천히 뛰다 금방 동료들에 파묻혀버린다. 그러나 그는 하나같이 월드스타인 동료들 덕분에 다른팀의 외로운 별들처럼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할 처지다.
그렇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가는 청춘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박 오랏줄로 옭아맨들 청춘이 아니 가고 백발이 아니 오랴.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란 괴물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스타들의 몸짓으로 표정으로 그 괴력을 드러내고 있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90년대 초 세계청소년축구 2연패를 견인하며 축구대륙 유럽의 열등생 포르투갈에 황금세대의 도래를 알렸던 그 역시 그때는 물론 그 이후 근 10년동안 몸이며 얼굴이며 생고무처럼 탱탱했다. 볼이 움푹 패이고 주름살이 겹으로 처진 지금도 배우 같은데 전성기의 그는 한인물 한다는 배우들의 야코를 팍 죽였다. 그 인물로 그 탱탱한 다리로 터치라인을 따라 질풍처럼 내달리다 느닷없이 안쪽으로 꺾어 문전을 후비거나 도무지 각이 없는 지점에서 절묘하게 휘어들어가는 크로스를 올리면 상대팀의 억장은 무너지고 자기팀이나 제3자 구경꾼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네딘 지단(프랑스)은 또 어떠랴.
98년 이맘때 프랑스의 사상최초 월드컵우승 직후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며 기자회견장에 막 들어서던 그가 뒤뚱거렸다. 반들반들 카펫에 스텝이 엉킨 것이다. 유럽의 어느 눈밝은 축구기자는 그것으로 지단스토리의 첫머리를 장식했다. 그 사나운 축구장 잔디에서는 아무리 붙들고 걷어차고 가로막아도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으며 발레하듯 물흐르듯 경기를 조율하는 이 곡예사가 기자회견장 카펫에서 넘어질 뻔했다고. 친구이자 라이벌 피구처럼 일단 은퇴했다가 월드컵 그맛에 끌려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입은 그는 지금 넘어지느라 바쁘다. 힘으로 못이길 바엔 엄살을 부려 프리킥이라도 얻어내자는 꾀까지 섞였다. “야, 저래도 안넘어지네!” 탄성을 자아냈던 이 대머리스타는 어느새 “아니, 닿지도 않은 것 같은데 넘어져?”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네드베드(체코)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슈케르(크로아티아) 등에 비하면 복에 겨운 편이다. 네드베드는 체코가 94미국월드컵 98프랑스월드컵 02한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삼세번 내리 죽을 쑤는 바람에 대목이 되면 입맛만 다시다 서른중반이 된 이번에야 월드컵 첫경험을 했으나 조별리그 탈락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고 관중이 된지 며칠째다. 호나우두 이전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세계최고 골사냥꾼 자리를 놓고 다퉜던 바티스투타와 슈케르는 02월드컵을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런 공격수들마저
두려워했던 세계최강 빗장수비의 대명사 말디니(이탈리아) 경우도, 02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에 1대2 연장전 역전패 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듯 폭죽 쏟아지는 대전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치렁치렁 긴 머리를 흔들며 라커룸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바로 서른중반 나이 앞에 항복하러 가는 걸음이었다.
02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태극전사들이라고 세월앞에 무력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폴란드전 연속골로 역사적 첫승리를 견인한 황선홍과 유상철은 해설자로, 10년이상 태극수비 사령관으로 군림했던 홍명보는 대표팀 코치로…. 마지막까지 버틴 최진철은 스위스전 패배를 끝으로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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