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가나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려 월드컵 신기록인 통산 15호골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후반 38분 역전골을 뽑아낸 파트리크 비에라(맨 아래)위로 프랑스 선수들이 덮치며 환호하고 있다.
15번째 골 터뜨려 월드컵 통산 득점왕 등극
스페인 꺾은 프랑스와 98년 결승 리매치 성사
프랑스·브라질 8강 안착
역시 브라질이었고, 역시 스페인이었다.
‘삼바군단’ 브라질이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가나를 3-0으로 일축하고 가볍게 8강에 안착했다. 가나는 월드컵 첫 출전에다 팀 전력의 핵인 간판스타 마이클 에시엥(첼시)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정면승부로 나섰으나 결국은 아직 역부족임을 인정해야 했다. 브라질은 월드컵 기록인 연승행진을 11게임째로 이어가며 월드컵 6번째 우승을 향한 순항을 계속했다.
한편 월드컵때마다 우승후보 리스트에 포함되면서도 정작 대회가 시작되면 맥을 못 추는 나라 스페인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늙은 팀’이라던 프랑스에 1-3으로 막판 역전패를 당해 맥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아트사커 매스터’ 지네딘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는 스페인에 전반 27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41분 ‘포스트 지단’시대를 열 것으로 촉망받는 신예 프랑크 리베리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후반 38분과 인저리타임에 터진 파트리크 비에라와 지단의 연속골로 스페인에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뛰어올랐다. 명성이 비해 월드컵 성적이 초라하기 그지없는 스페인은 이날 패배로 A매치 25게임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리며 다시 한 번 월드컵 징크스에 눈물을 흘렸다.
이로써 브라질과 프랑스는 오는 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벌어지는 8강전에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이후 8년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당시 프랑스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워 예상을 깨고 브라질을 3-0으로 완파,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감격을 누린 바 있는데 그 패배 후 월드컵에서 파죽의 11연승 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브라질은 욱일승천의 기세를 타고 8년 전 진 빚을 돌려준 절호의 찬스를 잡게 됐다.
◆브라질 3-0 가나
27일 도르트문트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가나는 브라질이라는 거함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선전했으나 브라질의 높은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팀의 간판스타이자 공수연결의 핵인 미드필더 에시엥이 경고누적으로 이날 출전하지 못한 것은 가뜩이나 열세인 상황에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브라질은 경기시작 5분만에 가볍게 선취골을 뽑으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했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은 카카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던 가나의 수비라인 뒤쪽으로 절묘하게 찔러준 볼을 호나우두가 용수철처럼 뛰쳐나가 골키퍼와 1대1 단독찬스를 잡은 뒤 절묘한 페인팅으로 골키퍼마저 가볍게 제치고 빈 골문에 볼을 밀어 넣었다. 이번 대회 3번째 골이자 그의 월드컵 통산 15호골. 호나우두는 이 골로 독일의 게르트 뮐러를 제치고 월드컵 사상 최다득점 선수로 올라섰다. 브라질은 13분에도 가나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허물고 아드리아누가 단독찬스를 잡았으나 그가 왼쪽에 홀로 서 있는 호나우두를 외면한 채 직접 골을 욕심내다 골키퍼에 걸리는 바람에 초반 추가골 찬스를 날려버렸다.
가뜩이나 열세인 경기에서 초반에 너무 쉽게 선제골까지 내줬으니 다른 팀이라면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가나는 전혀 기죽지 않고 반격에 나서 전반 중반 한때 브라질을 지속적으로 수세에 몰아넣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수차례 맞은 득점찬스에서 골 결정력이 떨어졌고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특히 전반 42분 코너킥에서 이어진 크로스를 존 멘사가 골문 바로 앞에서 헤딩한 볼이 골키퍼 디다의 오른발에 맞고 튀어나온 것은 ‘불운’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가나의 거센 공세에 주춤하던 브라질은 전반 종료직전 전광석화같은 역습으로 만든 찬스에서 아드리아누가 추가골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카카의 패스로 오른쪽을 돌파한 카푸가 올린 크로스를 쇄도하던 아드리아누가 무릎으로 밀어넣은 것. 가나는 후반들어서도 브라질 문전을 위협했으나 회심의 슈팅들이 번번이 디다의 선방에 걸렸고 후반 36분 기안이 할리웃액션으로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며 사실상 추격의 불이 꺼졌다. 브라질은 39분 또 다시 가나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허물었고 단독찬스를 잡은 제 호베르투는 뛰어나온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긴 뒤 굴러 들어가는 볼을 확실하게 밀어넣어 승부에 못을 박았다.
프랑스의 두 노장인 지네딘 지단(오른쪽)과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스가 스페인에 짜릿한 역전승으로 8강행이 확정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프랑스 3-1 스페인
노장은 조용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가 ‘무적함대’ 스페인의 월드컵 꿈에 찬물을 끼얹으며 8강행 막차를 탔다. 지단의 월드컵 커리어도 최소한 한 게임 연장됐다.
27일 하노버에서 벌어진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기는 16강전 매치업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탑시드끼리 마주친 만큼 시종 팽팽한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전개됐으나 월드컵에 관한 한 프랑스는 스페인보다 한 수위였다. 이 경기까지 포함, 양국의 상대전적(11승6무11패)은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월드컵에서만큼은 프랑스가 6승1무1패의 절대우위를 지키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프랑스는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비기며 간신히 조 2위로 16강에 올라 자국언론에서조차 ‘별 볼일 없는 팀’으로 혹평을 받은 반면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우크라이나를 4-0으로 대파하는 등 파죽의 연승행진으로 브라질을 위협할만한 팀으로 꼽혔던 것을 생각하면 이날 결과는 ‘큰 경기를 이길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실감시켜준 것이었다.
초반 탐색전으로 진행되던 경기에서 스페인은 27분 페널티지역에서 프랑스 수비수 릴리앙 튀랑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다비드 비야가 성공시켜 선취골을 뽑았다. 하지만 프랑스는 전반 41분 미드필드에서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비에라의 스루패스를 받은 리베리가 골키퍼까지 제치고 만회골을 뽑아내 균형을 맞췄다. 이후 양팀은 후반 종반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으나 막판 승부의 저울추는 이길 줄 아는 팀 프랑스쪽으로 기울었고 그 중심에는 ‘매스터’ 지단이 있었다. 후반 38분 스페인 진영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지단이 문전으로 올린 볼이 스페인 수비수 머리 맞고 뒤로 흐르자 이를 비에라가 헤딩으로 꽂아넣어 역전골을 뽑아냈다. 패색이 짙어진 스페인은 만회골을 위해 총공세로 나섰으나 이는 후방이 허술해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후반 47분 지단에게 쐐기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비에라의 패스를 받아 스페인 왼쪽으로 단독으로 돌파해 들어간 지단은 마지막 순간 상대수비를 제치고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스페인의 골네트를 출렁이며 노장의 관록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켰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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