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 없던 테니스 판에 페더러-나달 맞대결 ‘후끈’
매켄로-보그, 샘프라스-애거시 같은 드라마 기대
진정한 라이벌로 승격되려면 윔블던 결승서 맞붙어야
매켄로와 코너스가 맞붙었을 때 팬들의 가슴은 뛰었다. 매켄로와 보그가 벌였던 용쟁호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였고, 샘프라스와 애거시도 질긴 명승부 시리즈로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옛날은 항상 좋아 보이게 마련인가. 요즘 남자 테니스는 재미가 없다는 불평이 높았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세계 남자 테니스 1위 로저 페더러와 2위 라파엘 나달의 대결이 피를 튀긴다. 샘프라스와 애거시의 라이벌 대결에 못지않게 둘의 맞대결에 흥분이 고조된다. “오랜만에 대단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고 페더러의 코치 토니 로체는 말한다. 페더러-나달 라이벌 관계는 테니스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둘의 관계를 라이벌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라이벌로 부르기에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다. 지난달 프랑스 오픈 결승을 포함 나달이 6승1패로 크게 앞서 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둘은 아직까지는 그랜드슬램대회중 한 곳(프랑스오픈)에서만 붙어봤다는 점. 그렇다고 메이저가 아닌 무대서 대결했다는 말은 아니다. 퍼스낼러티나 플레이 스타일 등이 확실히 다르지만 라이벌 대결로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윔블던과 US오픈에서 맞붙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일반 팬들도 사로잡기 위해서는 윔블던의 잔디 코트와 US오픈의 플러싱 메도우란 무대가 꼭 필요하고, 그것도 결승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걸고 맞붙어야 한다. 그런 조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페더러와 나달은 위대한 라이벌로 팬들을 열광케 할 것이다.
안드레 애거시가 1992년 프랑스 오픈 준준결승에서 피트 샘프라스에게 이긴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애거시와 샘프라스의 2001년 US오픈 준준결승(4번의 타이브레이크가 있었던 스릴 넘치는 경기였다), 나아가 이듬해 둘이 붙은 US오픈 결승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제 일처럼 이야기 한다.(샘프라스가 자신의 14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냈고 그것은 그의 마지막 US오픈 경기가 됐다.)
둘은 프로에서 34번 붙어 샘프라스가 20승14패를 기록했다. 메이저 결승 4승1패를 감안하면 샘프라스가 크게 앞섰지만 둘의 라이벌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둘이 메이저중의 메이저인 윔블던과 US오픈에서 4번 정면대결을 벌였다는 점이다.
잔 매켄로와 비욘 보그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들도 윔블던과 US 오픈 메이저 타이틀을 걸고 4번을 대결했다. 여기서 테니스 사상 가장 극적인 드라마중 하나로 꼽히는 명승부가 나왔다. 1980년 윔블던 결승. 4세트 타이브레이크 18-16, 5세트 타이브레이크 8-6으로 끝난 이 위대한 경기를 많은 팬들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흥분을 지우지 못한다.
지미 코너스가 잔 매켄로를 처음 7경기중 6번이나 이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팬들은 거의 없다. 역대 전적에서는 21-14로 매켄로가 다승을 거뒀는데, 중요한 것은 윔블던 결승에서 붙은 두 번이다.
세기의 대결로 남기 위해서는 윔블던이란 큰 무대가 필요하다. 나달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나달은 잔디코트에서 더 잘 할 수 있도록 기량을 연마중이며 이젠 공이 빠르게 미끄러지는 잔디 코트에서의 플레이 기법을 익혔다고 한다.
지난해 윔블던 2라운드에서 떨어졌지만 지난 2003년 17세의 나이로 윔블던 3라운드까지 진출했던 것은 그가 윔블던에서도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윔블던은 아직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나달의 잔디 코트 적응력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고, 페더러가 윔블던에서는 워낙 강하다. 그러나 만약 US오픈이라면 나달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달은 페더러에게 거둔 승리중 2번을 하드코트에서 거뒀다.
한때 페더러와 앤디 로딕이 라이벌 관계로 발전해 큰 관심을 모으고 TV중계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적이 있다. 둘은 3년 연속으로 윔블던에서 맞붙어 큰 관심을 모았는데, 첫 번째는 준결승 뒤이어 두 번은 모두 결승에서 붙어 모두 페더러가 이겨버렸다. 라이벌 관계는 해제됐고 그 뒤로는 페더러의 독주체제. 세계 남자 테니스가 싱거워져 버렸다.
로딕은 지난 2004년 페더러와의 맞대결에서 1승6패가 되자 “라이벌이 되도록 앞으로 몇 경기는 이겨야겠다”고 말했는데 2005년이 되어 1승9패가 되자 “한번 더 붙어보고 싶다. 비록 1승31패가 되더라도”라고 말했다.
페더러도 나달에 밀리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못한다. 2006년 페더러의 전적은 대 나달 전에서 0승4패. 나머지 다른 선수와는 44승 무패를 거둔 그가 나달에게는 철저히 당했다. 최근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올해 4번째 연속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치자 챔피언의 플레이가 자신보다 나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한마디, 설명조로 토를 달았다. “나달이 탁월한 수준의 테니스를 구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선수들 예를 들면 로딕이나 사핀과 붙은 경기가 훨씬 수준이 높은 테니스였다”
패배를 받아들이기란 참으로 어렵다. 페더러는 며칠전 이런말도 했다. “나달은 깨기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건 전혀 다른 뜻이다. 승리가 불가능하다면 왜 붙겠는가?”
페더러와 나달은 최고의 무대 윔블던 결승에서 맞붙을 수 있을까? 진정한 라이벌 대결이 펼쳐지기를 팬들은 열망한다.
<케빈 손 기자>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잔 매켄로
비욘 보그
지미 코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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