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한 마리의 미세한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올 수 있다. 당신도 세계를 바꿀 능력이 있다.” ‘지구의 날’ 포스터에 쓰인 유명한 ‘나비효과’의 표어다.
에드워드 로렌츠는 이를 증명해 낸 미 기상학자이다. MIT 교수 시절부터 그는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현대과학이 수퍼 컴퓨터를 이용, 천체나 로켓운동 등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예측하면서도 왜 유독 날씨만은 정확하게 예견하지 못하는가하는 점이었다.
그는 1979년 실험을 통해 다음을 밝혀냈다. 우선 이 세상 현상은 질서계와 혼돈계로 나뉜다. 질서계는 기존의 과학체계(유클리드 기하학)로 설명할 수 있다. 쉬운 예가 시계추 운동이다. 시계추의 주기적인 반복 운동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작은 충격을 가해도 추 운동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혼돈의 세계는 다르다. 기상변화나 주식시장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새벽 안개의 퍼짐같이 불규칙적이고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것이 로렌츠의 카오스 이론이다.
그래서 나비의 날갯짓, 혹은 타는 모닥불 같은 작은 변화가 대기에 영향을 주고, 이 영향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어 결국 멕시코 만을 강타하는 허리케인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로렌츠는 이 현상을 기존의 질서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이라고 표현했다. 만약 이 나비가 가만히 꽃에 앉아 있었다면 허리케인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비효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뜻이 깊다. 첫째, 자연계의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발점에 있으며 둘째,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증폭현상으로 인해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와서는 나비효과를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과 매스컴의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지구의 나쁜 변화들의 시발점을 보면 인간들이 서 있다. 우리가 무심코 태워버린 폐지더미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증폭되어 결국 지구온난화를 가져온다. 나 혼잔데 하고 수채 구멍에 쏟아버린 페인트가 바다 플랑크톤에 독이 된다. 그래서 태평양 고래가족들이 죽어간다. 사회적 현상도 마찬가지다. 내가 별 가책 없이 낭비한 회사 공금, 대통령이 개인적 감정에 휩쓸려 내린 정책 하나 등이 증폭되어 나라 경제의 몰락을 초래한다.
나비의 팔랑이는 날갯짓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는가? 올해도 색동나비들은 어김없이 고향에서 피어났다. 캘리포니아 색동나비들의 고향은 역설적이게도 데스 밸리 - 죽음의 계곡이다. 겨울동안 사막에서 애벌레로 자라다가 2-3월 우기 한철뿌리는 비에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만발할 즈음 나비들은 피어난다.
이곳은 수백, 수천만 색동나비들의 눈부신 시발점이다. 그리고 4월이면 북쪽으로 떼를 지어 철새처럼 대이동을 시작한다. 여름이면 캐나다까지 올라간다. 이것이 나비들의 세계변방에로의 증폭이다. 이들 나비효과는 생태계의 엄청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 인간들도 긍정적인 나비들로 거듭나야 한다.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능력으로 증폭해야 한다. 그래서 지구를 천국으로 만드는 나비효과를 내야한다. 한사코 우리 인간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한 마리 멋있는 나비로 탈바꿈해야 한다.
막막한 북한 처지
입력일자:2006-06-21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북한의 남침으로 6.25 동란을 맞은 지 벌써 56년이 지났다. 한반도가 두 동강이 난 이후 남과 북의 실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한은 해방 후 매년 보릿고개로 고통을 받다 세계 10위권 교역 국가로 부상한데 반해 북한은 인권이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더 악화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독재정권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식량증산 목표로 산을 파헤쳐 밭을 만들고 나무를 다 베어 비가 조금만 와도 수해가 나고 비가 안 오면 한해가 되어 농산물 경작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아사와 기아, 영양실조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또 6.25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 국제사회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그러나 몇 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북한은 지속적인 독재와 마약밀매, 달러위조, 핵무기 개발을 일삼아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가 많이 끊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남과 북의 염원인 통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주목받고 있는 탈북자 수는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30만 명이나 되는데 사실상 이들은 제3국가나 한국, 미국에 와야 되지만 약 2,500만 명에 이르는 북한의 남은 백성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이 옛날 월남전 이후 보트 피플 방식으로 탈북자를 받아주어도 10~2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북한의 탈북자가 과연 대량으로 올 수 있을 것인지.
설령 온다고 할지라도 미국사회나 반세기 이상 떨어져 다른 문화권과 제도 속에서 살던 우리 200만 명에 이르는 한인들이 따뜻하게 맞아줄 준비가 돼 있는가. 갑자기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때 외형적인 생활보다는 저들의 생활양식과 남한의 사고방식이나 정신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통일이 가능한가. 또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
통일을 앞두고 북한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보다 폐쇄된 문호를 활짝 열고 세계 대열에 동참하며 자국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현 체제는 아직도 변화되지 않고 여전히 폐쇄된 채 고립무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언제, 어떻게 통일이 될 것인가는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것은 6.25사변 56년을 맞는 우리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북한과의 관계는 사실상 우리 민족의 입장에선 포기할 수도, 성급하게 서두를 수도 없는 문제이다. 또 군사력을 동원해서 무력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국, 미국, 일본 같은 나라들이 왜 국제적으로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지형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우리는 이들에게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지금까지의 이들 네 나라의 관심이 한반도에서 훌훌 털고 우리에 대한 관심을 끌 것인가, 그것도 숙제다.
한국에서는 심심하면 젊은이들이 미군철수를 외치지만 미군이 철수하면 과연 누가 남한을 이제까지처럼 사수해줄 것인가. 우리는 미국에 와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자주독립이니 뭐니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떠날 수도, 중국, 일본을 떠나서 완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형적으로나 정치적인 요인으로 과연 이들 네 나라의 모든 협조, 지원을 무시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 와 있는 우리로서는 이 나라가 좋다고 와서는 이 나라를 비난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 이래저래 우리에게는 풀기가 어려운 숙제이다. 또 6자회담은 언제 결실을 맺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과 굶주림의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이것은 돈을 얼마 집어준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개방하고 자립할 수 있을 때 남북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희봉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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