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막을 것인가 이 순수한 열정을. 피의 끌림이여, 피의 부름이여. 낙담 속에서 솟구침을, 헝클어짐 속에서 결속을, 분열 속에서 사랑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쏘아 올리는 우리들의 태극 건아들이여, 그대들이 뿌리고 있는 이 소중한 기쁨은 곧 우리의 활력소랍니다.
우리는 참으로 힘들었단다. 이미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로 후퇴했고 중산,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희망을 걸어 잠그고 일자리 찾아 나선지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들리는 소리마다 편가르기 분열의 논쟁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임박 소식이 우리 귓전을 때리고 있는데 “열차 시험운행(무산) 때문에 우리가 남측에서 인심을 많이 잃었다. 힘든 상황이니 중립을 지켜달라”고 하는 장관의 말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시원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정부를 참고 지켜보아야 하며 대포동 2호가 발사된다 해도 추진하는 대북사업들은 변함없이 지속하겠다는 고위 당국자의 말을 견디며 들어내야 하는 답답한 사슬에 메어 살고 있기에 힘이 듭니다.
입만 벌리면 남북 공조요, 평화통일이요, 민족 평화통일인데, 인권존중 의지도, 민주화의 의지 및 의식도, 단 한 점의 신의도 없으며 평화에 대한 개념 정리도 되어있지 않은 채 입만 벌리면 거짓이고 백성이 수십만 수백만이 굶어 죽어도 집권자의 아들은 공연감상을 위해 독일에 날아가며, 달러획득을 위해서는 최악의 범죄행위도 불사하는 그런 비정상의 나라를 위해 우리는 너무 매달려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지 않은가. 이래도 저래도 무엇 하나 원칙을 못 세우고 못 지키는 내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보라.
경제, 사회, 정치, 교육, 시원한 것은 하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한 이러한 때에 우리는 무엇으로 살라는 말인가. 두어라, 열렬한 애정으로 열중하도록, 그것이 열정이며 두어라 힘있게 소리치며 끌어안고 일어서도록, 그것이 곧 정열이 아니겠는가. 비록 8강을 가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큰 아쉬움이 될지언정 일어선 우리를 되 앉히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선수가 되게 못하더라, 그리 말하는 사람 있어도, 무슨 말이냐 얼마나 훌륭하냐 실력이 한 수 아래인 것은 이미 주어진 상황, 끈기와 집념으로 비김꼴 하나를 얻어 낸 것은 역시 훌륭했었노라고 외치는 사람(필자)도 그대로 두어라, 뭐가 어쨌다는 말이냐. 골 하나를 주심이 제대로 보지 못해서 비긴 게임이 되었다고 가책의 심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에요 아빠, 발이 골 라인 안 쪽에 있는 상태에서 공을 쳐냈는데 저건 골이 아닐까 라는 내 의혹에 막내의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란다. 발이 골라인 안에 있었지만 공을 쳐낼 때의 이운재 골키퍼의 손은 골라인 밖에 있었기 때문에 골이 아니란다(그것은 옆면에서 잡은 화면을 비쳐줄 때 필자도 확실히 보았음. ABC TV 중계는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대각선 View를 집중적으로 보여주었음) 몸(발)이 골라인 안에 있었어도 공을 쳐낼 때의 손이 밖에 있었다면 골이 아니란 말이지? 지금도 의구심이 약간은 남아 있지만 T.J. 재학시절 축구(Soccer)팀 후원자로 열심히 봉사하였었고 이제 그 T.J. 고교의 과학 선생이 되어 B팀이지만 배구 코치직까지 거친 막내의 말을 믿기로 작심하니 편한 마음이 되었지만 그것이 뭐 어쨌다는 건가. 우리의 이 열정을 나쁜 쪽으로 비하하지는 말라. 지위, 나이, 남, 여, 다 무시되고 그 속에서 살아나는 건 오직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우리는 하나’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일 뿐입니다.
낯모르는 옆 사람이 양팔을 머리높이로 올리고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뭐가 어색하다는 말인가. 힘있게 양팔 마주 올려치며 토고와의 역전승을 마냥 기뻐하였던 1차전, 가족, 친지들과 함께 안타까워하며 함께 아쉬워하다가 동점골에는 모두 일어서서 얼싸안고 돌고 돌며 마냥 행복해 했던 어제 불란서와의 2차전, 우리는 참 즐거웠고 참 행복했었다.
제발 그대로 두어라 우리(모국의 국민 포함)도 행복해 할 권리가 있다. 잠시나마 행복한대로 두어두자. 방해 말고 함께 행복해 하자.
또 우리가 한 군데 모여 한 목소리로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은 준비, 조직, 후원, 운영 등 각 위원장과 여러 위원들은 물론 언론, 기업들의 후원이 곁들이는 힘겨운 노력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16강을 뛰어넘어 8강의 문턱 앞에서 우리는 더욱 하나 되고, 그리고 또 행복해 하자.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문형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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