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36분 프랑스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스(16번)의 키를 넘기는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낸 박지성이 환호하고 있다.
박지성(7번)의 슛이 점프한 골키퍼 바르테스의 손끝을 살짝 넘고 있다.
한국축구, 승리나 다름없는 1-1 무승부
한국축구가 강호 프랑스에 1-1로 승리(?)했다. 비록 결과는 1-1이었지만 ‘승리’였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에게 9분만에 선제골을 내준 뒤 제대로 된 찬스 하나 만들지 못하고 골키퍼 이운재의 수차례에 걸친 결정적인 선방 덕에 간신히 한 골차 간격을 유지해 가다 막판 박지성이 재치있는 골을 성공시켜 짜릿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도저히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 꺼지지 않는 투혼으로 딱 한 번의 득점찬스를 골로 연결시킨 이날 경기는 세련되거나 화려하지는 못해도 절대 무시 못할 한국축구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전반 7분- 스타팅11의 평균나이가 거의 31살로 자국 역사상 최고령 11을 내세운 프랑스를 상대로 한국은 지나치게 조심스런 자세를 보이다 곧바로 수세에 몰렸고 첫 위기를 맞았다. 한국진영에서 볼을 잡은 앙리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재치있게 찔러준 볼을 실뱅 윌토르가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로 슛했으나 타이밍을 잘 맞춰 뛰어나온 이운재가 슬라이딩하며 다리로 슛을 블락해 냈다.
▲9분(프랑스 선취골)-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프랑스의 공세가 다시 밀어닥쳤고 이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중앙에서 윌토르의 왼발슛이 빗맞으며 김남일 발에 맞고 하필이면 페널티박스 안쪽에 있던 ‘킬러’ 앙리에게 흘러갔고 앙리는 오른발로 한 번 트래핑한 뒤 곧바로 왼발로 슛하는 군더더기 없는 피니시로 그를 둘러쌌던 수비 3명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이후 8년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골을 터뜨리며 4연속 무득점 행진을 마감했다.
▲21분- 김남일이 전방 조재진을 겨냥한 롱 전진패스를 날린 것을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순간적으로 자책골이 될 듯한 느낌을 주며 코너킥이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잔뜩 움츠러들었던 모습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28분- 미드필드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받은 앙리가 또 다시 단독찬스를 맞는 듯 했으나 이영표가 앙리 옆에서 재치있는 몸싸움으로 슛을 방해했고 앙리는 페널티킥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0분- 코너킥을 받은 파트릭 비에라의 파워풀한 헤딩슛을 이운재가 골라인 안으로 넘어지며 가까스로 쳐냈다. 볼이 골라인을 넘어간 듯 했으나 너무 순간적이어서 주심이 골을 선언하지 못했고 한국은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36분- 전반에 유일했던 한국의 찬스. 프랑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천수가 날카롭게 올렸으나 볼이 조재진 등 한국선수 2명과 프랑스 수비수들을 모두 스치고 오른쪽 골포스트 바로 옆으로 흘러나갔다.
▲후반 8분- 후반 시작과 함께 이을용 대신 설기현을 투입, 박지성 대신 오른쪽 윙포워드로 세우고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린 한국은 8분 이천수의 프리킥을 김동진이 헤딩으로 연결한 것이 공중으로 떴으나 공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14분- 프랑스는 윌토르를 빼고 신예 프랑크 리베리를 투입, 분위기 반전을 노렸고 잠시후 윌리 사뇰이 한국 오른쪽에서 위협적인 강슛을 때렸으나 김영철이 몸으로 막아냈다.
▲25분- 5분전 미드필드에서 비에라와 충돌한 이호가 머리에 충격을 받고 일어나지 못해 김상식과 교체하는 바람에 선수 1명 교체권을 허비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천수 대신 안정환을 투입, 새도우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며 마지막 반격 체제에 들어갔다.
▲29분- 후반 중반이후 좀처럼 경기를 안 풀리던 프랑스는 말루다가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때렸으나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36분(한국 동점골)- 이영표의 위협적인 오른쪽 돌파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한국이 마침내 천금같은 동점골을 따냈다. 박지성이 찔러준 볼을 잡은 설기현이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치고 들어가 크로스를 올렸고 반대쪽 엔드라인쪽에서 뛰어오른 조재진이 헤딩으로 볼을 문전 정면으로 떨궈주자 뛰어들던 박지성이 발을 살짝 갖다댔다. 볼은 골키퍼 파비안 바르테스의 키를 넘은 뒤 한 차례 튀며 프랑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37분- 비에라가 문전 정면에서 노마크 슛 찬스를 잡았으나 오른발슛을 공중으로 높이 날려버렸다.
▲39분- 이운재가 또 다시 태극호를 구해냈다. 수비수 2명 사이를 뚫는 패스를 받은 앙리가 완벽한 찬스를 잡았으나 이운재가 뛰어나오며 앙리의 슛을 쓰러지며 막아냈다.
이후에도 양팀은 끝까지 공방전을 이어갔으나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고 마지막 휘슬이 울린 순간 프랑스는 ‘패배같은 무승부’에 고개를 떨군 반면 한국은 ‘승리같은 무승부’에 환호했다.
<김동우 기자·관계기사 3면>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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