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자리 화끈해서 아름답고
떠난 자리 깨끗해서 아름다운
‘다함께 하나로 신명만점 응원문화’
수천수만명과 어울려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파도타기를 하는 다함께 응원. 마루 카우치에 푹 파고앉아 방안 침대에 비스듬이 누워 나홀로 혹은 두서넛이 포테이토칩을 아삭아삭 씹어가며 TV화면에 눈을 고정시키면 뭔가 홀린 듯한 유쾌한 회오리, 짜릿짜릿 톡톡 쏘는 다함께 응원맛을 느낄 수 없다.
‘카우치 포테이토’에게도 할말은 있다. 앞사람 옆사람 방해를 받지 않고 느린 동작 리플레이를 차근차근 봐가며 게임을 구석구석 뜯어볼 수 있다는 것 등등. 그러나 다함께 응원 바람에 휩싸이는 유쾌한 감염은 그 자체로도 신나는 경험이자, 그 이상의 무엇을 느끼고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즐겁고 유익한 추억이 된다. 아니, 그렇게 돼야 한다.
“모여서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어 하나됨을 느끼자, 모인 자리 화끈해서 아름답고 떠난 자리 깨끗해서 더욱 아름다운 응원문화를 선보이자.”
실리콘밸리 상록축구회(회장 안상석) 샌프란시스코 상록수축구회(회장 이병철) 트라이밸리아가페축구회(회장 임병동) 등 북가주 한인사회 축구인들이 “다함께 태극물결, 하나로 태극함성” 슬로건 아래 펼치는 월드컵 승리기원 동포합동 응원전에 본보와 한미라디오 KBS아메리카 등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는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선 까닭 또한 여기에 있다.
공은 둥글다는 말 그대로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승패에 집착해 울고웃는 일과성 모임에 그치지 않고 다함께 응원을 통해 한인사회의 결집된 역량을 안으로 확인하고 밖으로 과시하자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주류언론은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붉은 응원물결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이라며 이를 주목하는 기사를 싣는 등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보 등은 토고전(13일 오전 6시) 프랑스전(18일 낮12시) 스위스전(23일 낮12시) 등 조별리그 3경기(16강전 이후에는 한국의 2라운드 진출여부에 따라 결정)에 맞춰 산타클라라 갤러리아플라자 내 옛COMPUSA와 순복음상항교회 등지에서의 동시다발 다함께 응원수칙을 만들어놓았으며, 10일로 예비모임에서 축구회 대표들과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 홍보할 예정이다.
응원수칙 제1조는 화끈하되 질서정연. 이에 따라 지정장소 음주흡연 규칙을 엄수하고, 질서있는 입퇴장 및 주차, 쓰레기줍기 등 깔끔한 뒷마무리로 한인사회를 보는 타커뮤니티 사람들 마음에 더욱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정태수 기자>
<독립사진>
‘축구삼매경 미국소녀들’
축구의 동포 미국이 축구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국축구 기지개를 주도한 건 여자다. 99여자월드컵 우승 등 숱하게 세계최고봉을 정복하며 위풍당당 세계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남자대표팀 FIFA 랭킹도, 적잖은 거품이 들어있다고는 해도, 10위 이내 노른자위를 차지한지 오래다. 그 밑바당은 연중 쉼없이 펼쳐지는 유소년 청소년 리그 등 탄탄한 축구인프라. 지난 5일 해질 무렵, SF금문공원 구장에서도 중고교 소녀들로 구성된 SF유나이티드팀 선수들이 리그전을 마치고 마리오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토막화제>
어느 태권도인의 한국응원 유감편지
얼마전에 본보에 전화를 걸어 미국땅 한인들이 ‘붉은 악마’ 용어를 쓰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던 북가주 태권도인 문덕영 관장이 이번에는 한국팀 응원에 대해서도 항의편지를 보내왔다. 찬반을 떠나 이견존중 차원에서 그 요지를 싣는다.
미국에 살고있는 교포(미국시민)들은 우리나라팀(미국팀)을 응원하는 것이 정상이다. 신문 볼 때마다 이건 해도 너무 지나치다. 가끔 내가 미국시민인지 한국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한국시민으로 귀화한 독일인 이참(이한우) 방송인은 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과 독일의 시합 때 어느쪽을 응원하겠냐고 질문했을 때 “나는 한국시민이기 때문에 한국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이참 씨가 진정으로 독일을 사랑하는 애국자다. <문덕영/SF태권도 무덕관 관장>
<연재>
인류의 대제전 월드컵 76년사⑧
◆제14회 이탈리아월드컵(1990년)
카나 비크 등 2명 퇴장. 그럼에도 카메룬이 카나의 동생 오맘 비크가 쏜 유일골로 마라도나가 이끄는 디펜딩챔피언 아르헨티나를 개막전에서 쓰러뜨렸다. 아르헨은 78우승 뒤 82첫판 벨기에전에서도 0대1로 져 망신을 샀다. 그러나 아르헨은 준준결승 준결승을 내리 승부차기로 이기며 비틀비틀 결승까지 간 반면 거의 매게임 화려한 쇼를 펼친 카메룬 돌풍은 8강에서 멎었다.
감독 이회택, 코치 이차만 이세연, 트레이너 허정무, 선수 홍명보 정해원 김주성 황보관 최순호 황선홍…. 한국은 내심 1승을 탐냈다. 그러나 1무도 못건진 채 황보관의 1골을 쥐고 보따리를 쌌다(벨기에전 0대2, 스페인전 1대3, 우루과이전 0대1).
나중에 16강 제조기란 애칭을 더하게 되는 유고출신 유랑자명감독 보라 밀루티노비치 휘하의 코스타리카가 첫 출전 16강의 기염을 토하고 이 대회 이전까지 국제경기에 단 한차례도 출전하지 않았던 신출내기 후보선수 스킬라치(이탈리아)가 득점왕(6골)에 오르는 등 화제속에 우승은 서독(아르헨에 1대0)이 차지했다. 베켄바워 감독은 이로써 브라질의 자갈로에 이어 두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 챔프고지를 밟게 됐다. 서독은 그해 10월
베를린장벽 붕괴 뒤 동독과 35년만에 통일됐다.
◆제15회 미국월드컵(1994년)
사진/
94월드컵 한국팀 선봉장 홍명보(가운데)
역시 국력은 세고 볼 일. 초기에 반짝한 뒤 쑥 들어가 명함도 못내밀던 미국이 월드컵을 처음으로 세계축구 양대산맥(유럽-중남미) 바깥으로 끌어냈다. 미국축구 내공면에서도 수지남는 잔치였다. 미다스의 손 밀루티노비치의 조련으로 16강까지 진출한 이 대회를 계기로 미국축구에 본격적인 근육이 붙기 시작했으므로.
김호 감독 휘하의 태극전사들도 분전했다. 스페인과의 첫판에서 0대2로 뒤지다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쇄골로 승리 같은 무승부를 기록하고, 마테우스-클린스만 등이 포진한 통일독일에도 0대3으로 밀리다 고정운의 종횡무진 활약과 홍명보-황선홍의 연속골로 부끄럽지 않은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꼭 잡으리라 벼른 볼리비아와 득점없이 비긴 죄 때문에, 성질급한 태극팬들의 성화 때문에, 냄비여론에 춤춘 축구협회 때문에, 김호 감독은 잘싸우고도 귀국전에 퇴출귀띔을 받았다.
늙은 마라도나는 도핑테스트에 걸려 대회도중 쫓겨났고, 2연패를 노리던 독일은 8강전에서 스토이치코프(득점왕, 6골)의 불가리아에 나가떨어졌다. 호마리우의 브라질과 바조의 이탈리아가 맞붙은 결승전은 연장포함 120분 사투에도 골문이 열리지 않아 승부차기 끝에 브라질에 4번째 챔프트로피를 안겼다.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혼자 끌어올리다시피한 바조는 하필 그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실축, 고개숙인 영웅이 됐다. 펠레가 꼽은 우승후보 콜롬비아는 미국에 발목잡혀 1라운드 탈락의 독배를 마셨다. 이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 안드레아스는 귀국뒤 괴한의 총탄에 숨졌다. <계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