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뉴욕목사회 미디어분과위원장)
워싱턴의 국방부는 최근에 2001년 9.11테러 공격 때 국방부 청사에 제트 여객기가 충돌하는 장면이 찍힌 보안 카메라 영상을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는 ‘사법감시(Judicial Watch)’라는 공익단체가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공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이 단체는 당시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를 공중납치, 국방부 청사를 공격한게 아니라 미 정부가
전쟁명분을 만들기 위해 미사일로 ‘자해’한 것이라는 등의 ‘음모이론’과 유언비어가 여전히 돌고 있는 데 따라 이 비디오의 공개를 요구했다고 유 에스 에이 투데이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커다란 사건 뒤에는 표면에 드러난 것과는 전혀 달리, 특정한 집단
의 치밀한 공작이 개입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음모이론(conspiracy theory)’혹은 ‘모략이론’이라고 한다.
치열했던 20세기에 가장 큰 음모이론의 대상은 ‘시온의 정서(Sion Agenda)’이다. 우연히 폭로된 이 문서는 유태인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계획서로 알려졌다. 19세기 말 유대인 장로회의에서 작성됐다고 하는데 그 진위는 알 수 없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한 이유는 이 문서를
진짜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태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핍박하기 위해서 만든 위조문서라고 주장한다. 그 반대이론도 만만치 않다.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결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 뿌리는 미국독립혁명, 프랑스대혁명의 주도 세력이 됐으며, 오늘날 로마클럽 등 국
제기구도 그 영향 하에 있으며 각국의 정치지도자 선출에도 개입하는 등 ‘세계 단일정부’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바로 ‘시온의 정서’이다.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앵글로색슨계 백인신교도)가 미국을 영구 지배하려 한다’는 설은 오늘날 공공연한 음모이론이다. 그들이 비(非) 와스프인 인디언 원주민을 추방했고, 흑인을 노예화했고 오늘날 유색인종의 이민유입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
론에 맞추면 흑인인 마틴 루터 킹 목사, 가톨릭신도인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배후가 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경우 김구선생과 중남미의 새로운 민주정치 정치실험대에도 각종 음모가 깊숙이 개입되어 독재정부가 들어서게 된 것으로 본다.
단합된 암살은 단독범행인가? 김일성은 자연사했는가? 김현희는 북한 여성인가? 이러한 의문의 표적이 음모이론이다. 무엇이 진실인가 결국은 밝혀질 것인가? 그러나 그 음모이론 자체가 신경과민이거나 ‘조작된 음모’일 수도 있고, 그 음모가 완전범죄로 실체가 영원히 밝혀지지 않
을 수도 있다. ‘알렉산더대왕은 왜 죽었는가?’ 자기 과실에 의한 단순사망인가? 그렇다면 그의 사후 어린 아들에게 왕위가 승계되었어야 당연한데 왕비와 함께 즉각 살해됐고, 왕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마저도 암살되고 그의 제국은 분할되고 만다.
그러나 역사는 대왕의 죽음에 대해서 침묵할 뿐이다. 역사는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하면 그 충격의 반작용으로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규명하려는 음모이론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현대의 한 단면이다. 이 음모이론을 축으로 하고 고고학적 상징의 편린들을 추리소설식으로 구성해서 쓴 소설이 미증유의 베스트셀러가 된 ‘다빈치코드’다.
그러나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종교를 ‘음모와 기만’의 산물로 보는 것은 그 설정자체가 무리이다. 오히려, 소설 ‘다빈치코드’가 기독교의 근본위상을 흔들어 보려는 반기독교 특정집단과 상업주의의 음모의 결과물로서 고대 신비문헌들과 각종 기호들을 조합하고, 이중의
미 해석이라는 비학문적인 기법으로 ‘픽션소설’의 명분아래 진실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른바 절대가치와 세계종교에 대해 정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놀라운 것은 세기의 음모이론인 ‘시온의 정서’는 오늘날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위문서로 전락했지만 이상하게도 지난 한 세기동안 역사가 그 문서가 제시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질서-절대왕조, 남성상위 사회, 국경, 가정-을 해체할 것, 기존 종교를 없
앨 것, 경제로 세계를 지배하고, 물질주의로 신앙을 대체하고 그 노예로 만들 것 등’ 과연 누군가가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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