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예비선거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세기 초 위스컨신 주에서였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19세기후반 독일의 칼 마르크스 진보사상에 익숙했던 독일인들이 독일과 기후나 지형이 흡사한 위스컨신 주로 대거 이민해 정착한 데에 연유가 있다. 진보사상에 젖어있던 이들은 미국 선거제도가 자본과 이익 집단들의 밀실 정치가 움직이는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섰다. 이들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19세기후반부터 20세기초까지는 미국 자본주의의 전성기였다. 소득세 제도도 없던 시대에 오늘날 미국을 움직이는 대형 자본의 뿌리가 형성된 시기였다. 정경 유착은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었고, 선거에 나갈 후보는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몇 명의 소위 정치 보스들의 밀실 합의로 결정 되었다.
유권자들의 역할이란 이렇게 나온 후보들 중에서 선택하는 피동적인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유권자인 시민들이 후보 선택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예비선거 제도가 나오게 되었다.
위스컨신의 개혁이후 캘리포니아는 예선 제도뿐만 아니라 소환제도, 시민 발의안 제도까지 채택하였다. 소위 직접 민주주의의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이때부터 예선에서 직선된 개인후보와 정책이슈를 중심으로 시민 자원봉사와 이들의 열정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당 불신 태도가 캘리포니아의 정치 문화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전국적인 양당 체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당 내에서 후보 쟁탈전을 벌이는 예비 선거전이 되었다. 민주당의 필 앤젤리데스와 스티브 웨슬리는 이러한 집안 싸움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결과로 앤젤리데스가 최종 민주당 주지사 선거 후보로 7일 저녁 결정되었다.
8일부터 양 진영은 예선에서 서로 갈려 싸웠던 에너지를 협력과 단합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말이 쉽지 힘들다. 충성심을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놀드 슈워제네거 현직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서 거의 상징적인 도전자가 있었을 뿐 절대적인 지지로 차기 공화당 주지사 후보가 됨으로써 공화당내 기존 단합세력을 업고 민주당의 앤젤리데스와 경쟁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민주당내 주지사 예선에서 양 후보 진영은 치열한 인식 공격형의 캠페인을 전개, 이로 인한 상처들이 아물지 않은 상태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직 공화 당 주지사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민 발의안 81과 82이 모두 부결된 것은 우리 소수민족의 입장에서는 유감스럽다. 교육 및 도서시설 확충은 우리 2세들의 장래와 도심지 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민 발의 안 82는 부유층의 세금 인상 수익으로 4세 이상 어린이들의 조기교육을 의무화하자는 것이었 는 데 부결되었다. 이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혜자가 주로 저소득층 소수민족 어린이들일 것이라는 데에 대한 거부반응이라 보여진다.
주지사 본선선거 이슈는 단연 캘리포니아 인프라다. 날로 쇠락해 가는 도로망은 피부로 느끼지 않는가.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 부족 또한 큰 걱정거리다. 증가하는 인구에 비례해 턱없이 부족한 학교 수로 콩나물 교실이 눈앞에 와 있다.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조세 부담을 이렇게 꺼려하다 보면 빈부 양극화, 인종간의 격차 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암담하다.
그러나 민주 정치는 다양한 목소리에 민감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을 명심하여 우리 한인들은 앞으로 선거 참여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즈노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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