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열기로 또 다른 지구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려 축구 아닌 화제는 한인사회의 모임에서도 빛을 잃을 정도다.
월드컵에는 보이지 않는 흐름과 징크스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월드컵 대회가 열리면 반드시 유럽 국가가 우승한다. 단 한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은 58년 스웨덴에서 열렸을 때 브라질이 우승한 케이스다. 이와 반대로 유럽 아닌 타지역에서 월드컵이 열린 경우 유럽국이 우승한 적이 없다. 다른 지역에서 열리면 반드시 남미국이 우승한다.
또 하나의 불문율은 월드컵 대회에 참가(지역예선 포함)하는 국가는 205국(유엔 회원국보다 많다)이지만 지금까지 줄리메 우승컵을 차지한 국가는 7개국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7개국은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영국, 프랑스다. 심하게 표현하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 7개국 중 누가 우승하는가를 보기 위해 들러리 서온 것이 월드컵 대회였다.
이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의 우승은 자기 나라에서 월드컵 대회가 열려 주최국의 이점을 얻어 한번 반짝했을 뿐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만 타국 원정에서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렇게 따지면 우승국 다운 우승국은 5개국으로 좁혀진다. 그런데 우루과이는 76년 전인 1회와 4회에서만 우승한 흘러간 별이고 그 이후로는 우승후보로 떠오른 적이 없다. 이것저것 다 뺀 실력의 알맹이를 다시 추리면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유럽의 이탈리아와 독일만이 챔피언다운 챔피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왜 이렇게 월드컵 챔피언 되기가 어려울까. 무엇보다 체력이 달려 프로생활을 오래하지 않은 선수는 막판에 쳐진다. 결승에 오르려면 한달 동안 7회의 긴장된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준결승에 가면 대부분 탈진상태에 이르게 마련이다. 2002년 한국팀이 4강에 오른 후 보여준 체력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터키에 이어 독일과 가진 4강 준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너무나 지쳐 보기에 딱할 정도였었다.
하루아침에 유명해지는 팝송 가수는 많지만 오페라 가수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피땀 나는 노력과 자기 연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소리만 곱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에서 7번 경기를 치르고 결승에 도달한다는 것은 마라톤 경기나 다름없다. 그래서 월드컵 후반에는 항상 프로 축구단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들이 실력을 보이게 마련이다.
영국 BBC 방송이 지금까지의 전적을 참고하여 추출한 우승 예상 순위는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로 되어 있고 다음이 네덜란드, 프랑스, 아르헨티나, 체코의 순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프랑스팀은 “노장들이 일심동체로 합심하여 뛸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한국은 “16강에 오르면 놀랄 만한 나라” 그룹에 속해 있으며 참가국 32개국 중 23위로 구분되어 있다.
스위스도 “16강에 오르면 놀랄 만한 나라”에 속해 있지만 랭킹에서 잘하면 8강까지 가능성이 있는 15위 팀으로 분류되어 있다. 토고는 한국보다 기대치가 낮은 28위에 머물러 있는데 문제는 “최악의 실력인 나라”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31위는 앙골라, 32위는 트리니다드로 나와 있는데 “이 나라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하는 비아냥거림이 붙어 있다. 독일팀의 우승을 높게 보는 것은 주최국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국이 믿을 데라고는 토고밖에 없는 것 같다. 스위스와 프랑스와의 대전 예상은 토고와의 게임에서 이기고 난 후의 문제다. 가나한테 참패당한 팀이 그것까지 점치는 것은 분수를 모르는 일이다.
이철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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