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섭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와 환호하고 있다. 〈최갑식 기자〉
SD 한인회장 재선거 장양섭씨 당선
첫 법정관리하 상식밖의 비공개 개표로 실시
선거 사상 가장 순조롭고 평화롭게 치러져
28대 한인회장으로 장양섭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정병애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는 선거일로부터 일주일이다.
이번 재선거는 1,330여명이 참여해 장 후보 769표, 정 후보 540표로 장 후보가 229표 차이로 당선됐다. 무효 4표와 유·무효 판정을 가리기 힘든 조건부 23표였다.
장 당선자는 “열심히 싸웠던 정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이제는 편갈림 없이 서로 끌어안고 화합할 때”라며 “하나되는 커뮤니티를 위해 최선을 다해 섬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는 “지지자들의 끊임없는 애정과 뜨거운 성원에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한인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바뀌는지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번 재선거는 지난해 10월 선거가 법원에 의해 절차상 하자가 인정돼 양 후보 합의하에 법원 관리하에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많은 신기록을 남겼다. 선거 무효에 의한 재선거, 재선거일 한차례 연기, 가장 긴 선거전, 법원 감독, 감시 카메라 설치 등 한인사회 진통을 여과 없이 외부에 알린 가슴 아픈 SD 이민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됐다.
그러나 선거는 순조롭게 치러졌다. 초반 기표방식 변경 등 사소한 진행 미숙과 막판 비공개 개표를 제외하면 선거 사상 가장 평화로운 선거로 기록됐다.
투표는 오전 8시에 시작됐다. 첫 투표와 마지막 투표자는 모두 부부였다. 최삼-최영씨 부부가 1시간 빨리 나와 1호로 기록됐고 마지막은 신화수-민병숙 부부가 아이를 안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번 선거와 관련, 리차드 해이든 선관위원장은 “개표를 3회 재점검, 한치의 오차가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질서 있고 공정한 선거였다”고 자평했다.
장 당선자는 1주일간 휴가를 다녀온 후 임원-이사진 구성 등 구체적 안을 제시할 계획이며 신임회장 취임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 회장단은 법원 판결에 의해 향후 6개월 내 가주 법인체 규정에 맞게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장양섭·정병애씨가 관련된 선거 결과
장양섭·정병애씨가 한인회장 후보로 이번까지 3번의 선거를 치렀다. 24대 한인회 선거(1997년 11월) 정병애-조광세, 27대 한인회 선거(2005년 10월) 김남길-장양섭, 그리고 28대에 장양섭-정병애씨가 재선거로 인해 두 번 격돌한 것이다. 유권자 등록, 실제 투표율, 각 후보 득표율을 알아본다.
◆1997년 11월 정병애-조광세(24대)
조광세 후보가 300여표 차이로 24대 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등록 유권자 1,312명 중 831명이 투표에 참여, 63%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2003년 11월 김남길-장양섭(27대)
김남길 후보가 923표를 획득, 806표의 장양섭 후보에게 117표차로 신승했다. 등록 유권자는 무려 4,250명으로 최다를 기록했으나 실제 투표자는 1,760명 정도로 50%를 훨씬 밑돌았다.
◆2005년 10월 장양섭-정병애(28대 1차)
장양섭 후보가 529표, 정병애 후보가 63표를 획득했다. 유권자 등록은 장 후보 1,900여명, 정 후보 150여명이었다. 그러나 이 선거는 초반부터 선관위원회 구성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 정 후보의 문제 제기로 법원에서 무효가 됐다.
◆2006년 6월 장양섭-정병애(28대 재선거)
장양섭 후보 769표, 정병애 후보 540표로 229표차가 났다. 1차보다 양 후보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등록 유권자는 2,000여명으로 27대에 비해 많이 낮아 유권자의 관심도가 감소함을 보여줬다.
사진으로 본 선거 이모저모
(1)대학생 투표 참여 고무적
과거에 보기 힘든 대학생 유권자가 부쩍 증가했다. 선거 종사 자원봉사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10% 미만이었지만 한인 커뮤니티 선거에 이들의 관심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UCSD의 유학생 임은영(경제·4학년)양은 “후보 포스터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2)사상 첫 법정관리 선거
한인 커뮤니티 사상 처음으로 법원 감독 하에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관리위원장도 한인이 아닌 은퇴판사 리차드 해이든이 맡은 것도 이색적인 한인사의 한 기록이 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외국사람이…”이라는 일각의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후 6시부터 나온 해이든의 첫 임무는 변경된 기표방식을 승인하는 일이었다.
(3)상식 밖의 비공개 개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유례없이 참관인과 언론을 배제한 채 비공개로 개표를 진행, 비난을 받았다. 당초 선관위 모임에서 이렇게 결정했으나 해이든 선관위원장은 위원회가 결정을 번복하면 공개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선관위는 두 번의 투표를 거쳐 비공개를 고수, ‘상식 밖’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투표함 오픈만 공개했다.
(4)이중투표 감시 비디오 등장
이중투표를 방지하기 위해 비디오가 설치돼 투표자의 모습을 일일이 기록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선거사상 최다 시큐리티 가드도 고용했다. 지난해 10월 선거가 무효화 돼 재선거로 치러지는 만큼 더 이상의 실수를 허용해서 안 된다는 양측의 치밀함을 읽을 수 있었다.
〈문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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