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관광에서는 루브르 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루브르에는 30만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전시실만 225개나 되며 화랑을 한바퀴 돌면 8마일이다.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 걸린다. 한국 관광객들 중에는 증명사진만 찍고 30분만에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서둘러 나와도 세 작품만은 꼭 봐야 한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스페인화가가 아니라 그리스)의 비너스, 사모트라스의 니케를 빠뜨리고 루브르를 구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3가지 작품은 루브르의 얼굴이다. 그 중에서도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의 꽃이다. 루브르에 왜 가느냐. 관광객 대부분은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를 보러 가는 것이다.
이 모나리자가 도난 당한 적이 있다. 1911년 8월21일 아침에 일어난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프랑스 전국이 발칵 뒤집히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그러다가 2년이 지난 어느 날(1913년 11월)-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어느 화상에게 “나는 모나리자를 훔친 사람이다. 돈이 목적이 아니다. 이 그림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당신과 의논하고 싶다”는 편지가 배달되었다. 화상은 믿어지지가 않아 플로렌스의 유명한 우피지 박물관장을 대동하고 괴청년을 만난 결과 그가 지닌 모나리자는 진품임이 확인되었다.
그림을 훔친 당사자는 빈센조 페루지아라는 이탈리아인으로 루브르의 파트타임 목수로 일한 적이 있어 박물관 내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인이 그린 명화를 프랑스가 소유하고 있는데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면서 “나는 다빈치의 고향인 플로렌스에 모나리자를 가져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가 발칵 뒤집혔다. 페루지아는 애국자며 이 기회에 프랑스와 전쟁을 해서라도 모나리자를 이탈리아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었다. 감옥에 있는 페루지아에게 편지와 성금이 날아들고 그를 석방하라는 여론이 들끓어 결국 재판부는 그에게 7개월형만 언도하고 풀어주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었다(그러나 후일 그가 돈을 목적으로 일을 꾸민 것이 밝혀졌다). 그가 머물던 호텔은 이름까지 ‘모나리자 호텔’로 고치고 “모나리자, 이곳에서 자고 가다”라는 선전문구로 일약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에게 이 명화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전국 순회 모나리자 전시회를 열어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 다빈치는 1517년 프랑스왕 프랑수와 1세의 초청을 받고 궁중에서 일해 준 적이 있는데 이 때 모나리자를 보수를 받고 왕에게 넘겨준 것이 그의 실수였다. 미국에서는 60년대 워싱턴 DC에서 한번 전시되었으며 해병대가 보초 섰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었다.
요즘 화제인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에 루브르 박물관이 등장하고 모나리자 그림이 비밀스런 코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묘사돼 소설과 영화 선전물마다 모나리자의 얼굴이 등장하고 있다. 작가 댄 브라운은 이전에도 ‘천사와 악마’라는 비슷한 소설을 쓴 적이 있으나 그 때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머리를 써서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등 다빈치의 작품을 소설에 등장시킨 것이 떠들썩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말하자면 모나리자를 이용해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 그저 그런 소설이고 영화는 너무 스토리를 압축해 놓아 소설 안 읽은 사람은 뜻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 소설과 영화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어난 모양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예나 지금이나 매직이다. 예술 작품 하나가 국가의 관광산업에 입김을 불어넣고 무명의 작가를 돈방석에 앉혀 놓으니 문화 유산의 위력이 얼마나 큰가 다시 한번 실감한다.
clee@koreatimes.com
이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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