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서 연례행사로 뉴욕 지역의 우수한 고교생들 중 경제과목을 택하고 과목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우리 대학 설립자의 이름을 딴 메달을 주고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장래 경제방면으로 진로를 정한 우수한 고교생들을 격려하면서 또 우리 대학에 이런 저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그들에게 자랑을 해서 우리 대학 경영대에 그들의 관심도 불러일으키는 프로모션인 셈이다. 경영대 교수들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며 여러 가지 궁금한 것에 대해서 질문도 하고 상담을 받으니 학생들과 부모들에게서의 반응도 좋다.
그런데 이들에게 경제분야 중 무엇을 공부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그때그때 경제의 추세에 따라 대답이 여러 가지로 달라진다. 하이텍 버블이 심했던 시절에는 이들 중 반 이상이 “투자”를 전공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왜 투자를 전공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고교생들답게 대답이 간단했다. 생산관리나 회계학 같은 것은 일만 많고 힘들어 보이는데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것 같고, 투자 전공을 하면 하루에 두어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이나 골라놓으면 저절로 돈이 잘 벌리는 것 같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엔론, 월드컴 , 타이코 등의 회계부정사건이 연일 매스미디어에서 취급되는 근래에는 갑자기 회계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SOX 같은 강제 회계감사와 기업 내부통제에 대한 관계기관의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느라 잘 교육받은 회계 전공 졸업자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취직이 썩 잘된다는 경제현실을 잘 알아서가 아니었다.
이들 회계부정에 관련된 전직 고위경영자들의 재판과정이 워낙 자세히 매스미디어에 소개되고 이들이 저지른 범법과정 요소 요소에 회계문제가 연결되어 있는 걸 보니 은근히 무미건조해 보이던 회계란 것이 섹시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한 학생은 엔론의 카리브해 케이만 섬의 불법 방계회사 관련된 음모를 톰 크루즈가 나오는 영화 ‘The Firm’의 법률회사 파트너들의 그랜드 케이만 섬의 탈세 음모와 비교해서 필자가 실소를 한 적도 있다. 젊은이들은 그들의 강한 호기심에 그들의 관찰력을 접목시켜 기생세대가 흥미 없어 하는 일들을 재미난 일들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한국에서 갑자기 어린이들에게 경제 조기교육을 한다며 재테크를 가르친다는 본국지의 보도가 있었다. 경제의 기본과 경제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 같은 걸 제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주식을 고르게 해놓고 주가가 올라가며 돈 버는 걸 보게 한다는 보도를 보고는 (어린이들이 “돈 버는 것 너무 쉽네요” 했다는 얘기를 썼다) 삐뚤어진 한국 교육에 또 하나 더 추가된 문제가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입시와 학교 공부에 찌든 한국 어린이들에게 시간을 잘라 조기 경제교육을 시킨다는 부모들의 철없음에 할 말을 잃는다. 어린이들은 가능한 많이 건강하게 놀게 두어야 한다. 강가에서, 푸른 들에서 놀면 좋고, 자연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아이들에겐 주위의 공원에라도 자주 데리고 나가 그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자기들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며 놀도록 해줘야 한다.
조기 경제교육의 장점을 떠벌리는 이들의 이론적 건조함이 측은해 보인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다 보면, 유산이 탐이 나서 부모가 빨리 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아이들도 생기게 되는 게 아닐까. 아이들의 인생도 인생이다.
자연에 안겨 즐겨 노는 아이들의 인생은 학원 방안에 갇혀 조기 경제교육 받는 아이들의 인생보다 그만큼 벌써 풍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의 부모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조기가 아닌 만기 경제복지 교육이라 할까.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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