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 ‘주몽’ 최완규·정형수 작가 최고 시청률보다 폭넓은 시청층이 목표
MBC 특별기획드라마 ‘주몽’(연출 이주환 김근홍)이 방송 2주 만에 시청률 25%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심상치 않은 상승세에 ‘국민 드라마’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고대사의 영웅을 다룬 드라마들 중 첫 주자로 나선 이 드라마는 ‘허준’과 ‘올인’의 최완규 작가와 ‘다모’의 정형수 작가의 공동 집필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
사료가 거의 없는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몽’의 힘은 두 사람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요즘 여의도에 마련된 각자의 작업실에 파묻혀 지내고 있는 두 사람과 한 자리에 마주앉았다. 이틀 밤을 꼬박 샜다는 최 작가와 갓 잠에서 깬 정 작가는 피곤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주몽’ 이야기에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 주몽&소서노
먼저 ‘주몽’ 열풍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최완규 작가는 사실 첫회에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물론 항상 부담이 되지만 이 작품은 특히 부담이 컸는데 무난하게 출발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깐, 작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이내 두 사람에게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초반에 중국에서 촬영한 스케일 큰 장면으로 시청자의 기대를 부풀려놨지만 결국은 스토리의 밀도로 채워가야 하니 더 부담이죠. 비주얼보다는 스토리를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최완규)
처음으로 시도하는 고구려 시대 사극이라 어려움도 몇 배로 많다. 사료가 부족한 데다 학설도 엇갈려 고증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진다.
정 작가는 고구려 시대 사극 중 선발주자라 중압감이 더 크다며 사학자의 조언을 받으며 대본을 쓰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다큐멘터리처럼은 못해도 최대한 개연성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작가는 우리가 할 일은 드라마를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가장 분명한 원칙은 극적인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주몽’을 쓰는 작가들이 드라마 ‘주몽’에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협소해진 영토에 살고 있지만 ‘주몽’을 통해 잃어버린 자긍심에라도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정형수)
최 작가의 목표는 더욱 명확하다. 가장 원하는 것은 제일 높은 시청률이 아니라 제일 폭넓은 시청층입니다. 처음 다루는 시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생겨서 더 많은 연구도 이뤄지길 바랍니다.
드라마 초반 주몽은 기존에 알려진 신화 속 영웅이 아니라 평범하고 유약한 모습으로 그려져 일부 시청자의 불만 아닌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작가는 나 역시 작가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작가 입장에서는 더 큰 반전, 주몽의 영웅적 면모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초반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작가들이 애써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려 하지 않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주몽이 영웅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주몽과 함께 굉장히 주체적인 여성인 소서노라는 인물을 재발견하는 의미도 크다고 소서노의 활약을 예고했다.
정 작가는 드라마 ‘주몽’은 주몽의 인간적인 성공 스토리라며 영웅으로 변모해가며 고구려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한 사람이 극한의 상황까지 가면서 이뤄낸 땀의 결정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최 작가&정 작가
이처럼 서로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치열한 고민과 교감을 나누는 이들은 최 작가가 MBC 드라마 ‘상도’를 집필할 당시 처음 만났다.
푸근한 인상의 외모는 비슷한 느낌을 풍기지만 두 사람의 필치는 남성적인 굵직함과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대비된다. 그래서 두 스타 작가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 관심을 모아왔다.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등 명대사를 남긴 정 작가는 ‘주몽’에서도 벌써 팔을 잃게 되면 평생 내 팔을 네 것처럼 써라 적은 살아 돌아가기를 원하고 우리는 죽어 지키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등 명대사를 남기고 있다.
최 작가는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시청자 가슴에 각인되는 대사 한 줄을 만들기가 어려운데 정 작가는 특출난 감성으로 가슴을 후벼파는 인상적인 명대사들을 만들어낸다면서 ‘주몽’에서도 정 작가 감성들이 잘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작가를 ‘선생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대하는 정 작가가 말을 받는다.
감성은 오히려 선생님이 훨씬 풍부하세요. 허준이 예진아씨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묻어나는 안타까움과 애절함… 선생님은 사실 멜로의 대가시죠. 유화가 해모수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보듯, 말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에 젖어드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저야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며 같이 작업하는 것 만해도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죠.
듣고 있던 최 작가는 벌써 대한민국에서 가장 탐내는 작가가 됐는데 무슨…이라며 정 작가의 인상적인 대사가 드라마 전체의 흐름과 밸런스를 맞추면 더 대가가 될 것이라고 애정이 어린 조언을 전했다.
최 작가는 정형수 작가뿐 아니라 김영현, 정성주, 이선희, 정진옥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작가들이 모여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대표 작가. 이들은 완성도 높은 극본과 신인 작가 양성을 위한 공동 집필 시스템 구축을 꾀하고 있다.
그는 피고름을 짜내듯 혼자 쓰는 작업도 있지만 ‘주몽’처럼 강력한 스토리 파워를 발휘해야 되는 작품은 작가 시스템을 통한 다양한 상상력으로 더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다면서 ‘주몽’은 그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