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신현준·송윤아 등 기존 이미지 탈피… 고현정도 ‘해변의 여인’에서 연기 변신 기대
최근 톱스타들의 연기 변신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만을 쌓아왔던 배우들.
그래서 이들의 변신은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대표적인 배우로는 차승원ㆍ신현준ㆍ송윤아ㆍ염정아ㆍ지진희 등이다. 아직 영화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해변의 여인’에서 자유분방한 싱어송라이터 문숙 역을 맡은 고현정도 홍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고려할 때 변신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 차승원 등 톱스타, 기존 이미지 깨는 캐릭터 연기
차승원은 영화 ‘국경의 남쪽’을 통해 순박한 북한 청년을 연기했다.
톱모델 출신으로 도회적이고 코믹한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차승원에게는 생경한 캐릭터.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 코미디 영화에 출연, 매번 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 보증수표’로 불렸던 그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북한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 탈북자 선호로 분해 북한 사투리와 함께 순박하고 촌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보다 더 파격적인 변신이라면 ‘맨발의 기봉이’에서 실존인물 엄기봉 씨를 연기한 신현준을 들 수 있다. 신현준은 스크린 속에서 마흔 살이지만 어린 시절 열병을 앓아 6세 지능을 가진 엄씨의 말투와 행동 등을 그대로 보여줬다.
’장군의 아들’ ‘은행나무 침대’ 때의 카리스마 강한 배역은 물론, ‘달마야 서울가자’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등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을 때조차도 세련된 이미지를 고수했던 신현준을 생각하면 ‘맨발의 기봉이’를 통한 그의 저능아 연기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민정호 종사관 역을 통해 이상적인 남성상을 보여주며 스타덤에 올랐던 지진희도 문소리와 출연했던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발’ 같은 욕설은 기본이고 마음이 내키면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패기도 하는 대학 만화창작과 초빙 교수 석규로 등장했다.
여배우 중에는 ‘오래된 정원’의 염정아와 ‘아랑’의 송윤아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장을 내민 경우다.
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래된 정원’에서 시골 미술교사 윤희로 출연한 염정아는 나를 왜 캐스팅했나 의문이 들었다고 말한 정도로 본인이 쌓아온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선택했다.
지적이고 여성적인 이미지인 송윤아는 영화 ‘아랑’에서 거친 여형사로 출연했다.
그는 영화에서 격투 장면을 보여주는 등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 샌드백을 치다 다친 손의 상처와 발차기를 하면서 얻은 발목 부상 소식은 그가 영화에서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자못 기대하게 만든다.
◇ ‘연기 변신’과 ‘관객의 요구’라는 딜레마
이들은 다양한 연기 패턴보다는 하나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배우들이다.
차승원은 코미디 영화로 주가를 올렸고, 신현준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귀공자풍의 세련된 외모로 어필했다. 송윤아는 여성스럽고 지적인 여배우로 관객과 만났다. 염정아는 언제나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인이었다.
그 동안 이들이 고정된 이미지만을 보여줬던 데는 시장 논리와 배우 개인의 선택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장 논리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배우에게 한가지 모습만을 원하는 관객의 취향에 맞춘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이 이들의 변신을 막았을 것.
또한 배우 자신도 무모한 도전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겠다는 마음으로 연기변신이라는 배우의 숙명을 등한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잘 나가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30대 중후반의 나이다. 최민식ㆍ한석규처럼 40대에도 각광받는 배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이 필수적이다.
지난달 파주시 탄현면에서 진행된 영화 ‘아랑’의 현장공개 행사에서 송윤아의 고백은 이 같은 현실을 잘 반영한다.
그는 얼마 전 ‘베드신을 찍지 않았으면’ 하는 여배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었지만 (이 설문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면서 지금 배우로서 복잡한 시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영화평론가 옥선희 씨는 시장 시스템이 재능 있는 배우들의 변신을 막은 면도 없지 않다면서 관객도 열린 마음으로 배우들의 변신을 봐 줄 때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 변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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