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우주의 어느 끝에선가 머물던 따사롭고 눈부신 햇살이 세상을 온통 아름다운 봄의 향연장으로 되살아나게 하고 있다. 그 햇살속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빛의 추억은 우리 가슴속 깊은 곳에 물든 그리움으로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 달려온다. 뉴잉글랜드의 봄은 그 옛날 어린신부 에너벨리를 그리워하며 차디찬 바닷가 돌무덤가를 서성이던 포우의 가슴을 닮아 아주 느리고 고독하게 찾아온다. 긴겨울을 작열하는 여름의 태양속에 묻으려는 듯 봄은 그렇게 우리의 가슴을 순식간에 물들이며 스쳐간다.
보스턴의 바다가 유달리 아름다운 것도 인류문학사의 거대한 궤적을 그린 포우의 불멸의 사랑을 닮은 햇살이 오월이 되면 봄의 향연장을 수놓기 때문이다. 인류의 가슴을 순결하게 비추는 봄의 햇살이 아직도 처연한데 지구촌의 봄은 여전히 평화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미국은 세계최강으로 독주하며 세계화의 중심에 섰던? IT 산업이 신흥강국들에 자리를 내주며 지구촌의 패권경쟁에 새로운 지도를 그리게 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MS), IBM, 구글등으로 대변되는 미국 IT업계는 오랜시간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기술세계화의 축을 담당했으나 업계내부의 기술혁신의 세계화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 논쟁이 반도체, 컴퓨팅, 소프트 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의 저가 노트북의 대량생산은 IT 시장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가 유럽 소프트 웨어 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한다는 것은 더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하이테크 생산업무가 신흥 IT강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있는 반면 설계등 주요업무는 여전히 미국내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은 아시아권에서 성장하는 IT산업을 통괄하고 생산과 설계의 시너지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설계인력을 아시아로 진출시키고 있다. 즉 자본 직접적인 반도체 산업등에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아시아시장을 흡수하려는 것이다. 죠지타운대학의 제프리 마처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반도체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는 추세며 기술혁신은 경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생산기술력을 활용해 보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가 자본주의 규모의 재벌급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세계화흐름과 규칙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2004년말 신종 국가 자본주의 개념인 중국 국영화학공사인 켐차이나의 탄생과 활약은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의 정책결정기구인 국무원은 간단한 서명으로 각종 자산을 극소수 국영기업들에 넘겨줬다. 이에 켐차이나는 8개의 계열사와 5개의 상장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으로 성장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 것이다. 켐차이나의 해외진출은 유럽최대의 동물영양제 생산업체인 벨기에의 드리커 홀딩스를 인수함은 물론 호주의 케노스를 매입했다.
켐차이나의 이러한 활약은 국가적 지원하에 해외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기업들을 중국자본으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들은 세계화의 미래전망에서 민간경제가 국제시장을 장악한다는 미국의 시장논리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각국의 국영기업들이 국내에서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은 서구 민주주의 이념의 근본인 자유시장경제의 논리를 뿌리채 뒤흔드는 것이다.
결국 공산주의의 퇴조로 미국이 화려하게 주도하던 세계화의 물결은 자체적인 돌팔구를 통해 회생한 과거의 공산주의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국영기업이 세계자본주의 경제시장에 새로운 거대세력으로 등장하여 세계화의 물결을 새로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토인비의 전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재 지구촌의 판도는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려온 미국의 경제세계화가 흔들리고 있는 증세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지 않아 민간기업형태를 띤 중국등의 국가 자본력과 생산기술력이 미국의 IT시장마저도 흡수할만큼 성장하여 미국주도의 세계화의 흐름이 뒤바뀔 것 같다는 예감으로 닥아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구촌을 화사하게 비추는 오월의 햇살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지구촌을 움직이는 새로운 화두는 정치, 경제 세계화에서 기술 세계화로 그 핵심이 전이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햇살의 한부분이 되어 태고적 인간이 꿈꾸던 원초적이며 순수한 아름다움의 빛으로 다시금 탄생하고 싶은 열망이 눈부시게 일렁인다. 한번쯤 문명의 모든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봄의 향연장으로 나서보는 것도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더욱 뜻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갖게 되는 우리 가슴속 깊은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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