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한복전이 열리고 있다. <진천규 기자>
최근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렸던 전시회를 찾은 한인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진천규 기자>
한류 막 뜨려는데 후원금 줘서 지원은 못할망정
원칙없는 대관료 요구로 문화예술인 기 꺾다니…
단체 봐가며 차별적 적용… 설득노력도 부족
LA한국문화원(원장 김종률)이 전시장 유료대관 원칙을 결정한 뒤 원칙없는 사용료 요구 등이 겹치면서 LA 문화원측과 일부 한인 문화단체들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술가협회와 서예협회 등 문화단체 관계자들은 개인전도 아니고, 한국문화를 미 주류사회에 알리자는 공공 성격의 협회전에까지 굳이 대관료를 받아야겠다는 문화원의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사용료 요구가 단체마다 다른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문화원은 정작 지난해 1월부터 받기로 했던 대관료는 받지도 못하면서 상황만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서예전의 경우 똑같은 서예전시회인데 한국서 온 단체는 무료 대관인 반면 이곳 서예협회의 전시회에는 대관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뭐냐고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서 쓴 서예는 한국문화의 주류사회 홍보가 되지만 여기서 쓴 작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냐며 한국 정부기관의 동포사회 경시풍조에 크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일 문화원에서 개막된 한국 한글서학회 개막 리셉션에서 보여진 것처럼 이곳 일부 문화단체 관계자와 문화원장간의 사이는 냉랭하기 그지없고, 요즘 한인 화가등이 모인 자리에서는 LA문화원 성토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발단
LA 한국문화원은 2004년 9월 2,670스케어피트의 2층 전시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종전에는 무료 대관하던 예술단체 등에도 2005년부터 대관료와 청소비등을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남가주의 한인문화단체들은 문화활동을 정부기관에서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말로는 한류 홍보등을 내세우면서 안받던 대관료마저 내라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문화원이 단체를 차별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사용료 요구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9월 미주한인서예협회전의 경우 “청소비 250달러 항목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면 그해 11월 남가주 미술가협회전의 경우 청소비를 요구했다가 미협이 강하게 반발하자 정작 받지는 않았다. 청구 액수도 미협 250달러, 서예협은 160달러라고 한다. 문화원은 일괄적으로 돈을 내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올 1월 서부사진작가협회 ‘한미사진작가전’을 두고 일어난 해프닝은 가관이다.
사진작가협회는 “하루 100불씩 사용료를 냈다”고 주장한 반면 문화원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말이 다르며, 대관료를 냈다면 그 돈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사정을 알아 봤더니 이렇다.
사진작가협회 김준배 회장은 “실제 돈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화원에서 밖에는 돈을 냈다고 말하라고 하더라. 다른 단체는 다 돈을 받는데 우리만 안 냈다고 하면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낸 돈을 냈다고 했다”고 실토한다. 김 회장은 그러나 “문화원이 다른 단체에는 돈을 받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지 않으냐. 나도 속은 셈이다”고 황당해 한다. 사진작가협회는 지난번에 서예협회와 미술가협회는 내지 않았던 청소비는 낸 것이다. 이런 식이니 말이 나오지 않을 턱이 없다.
로컬 행사는 차별?
LA 한국문화원 전시회는 크게 로컬 행사와 한국에서 기획되어 온 행사 둘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로컬 행사 차별이다. 남가주에 적을 두고 있는 한인 예술단체에는 대관료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서 오는 행사는 대관료를 받지 않아 왔으며 앞으로도 대관료를 면제해줄 계획이다.
지난 주 끝난 한국의 한국서학회 주최 ‘아름다운 한글서예전’과 올 하반기에 열릴 계획인 미주 한인서예협회전이 좋은 예다. 한국서학회전에는 대관료를 부과하지 않았으나 미주 한인서예전에는 하루 100달러의 대관료를 요구해 얼마 전 LA 문화원장과 김순욱 회장 등 서예협회 관계자들과의 모임은 얼굴을 붉힌 채 끝났다.
김순욱 회장은 “문화창달에 앞장서야 할 문화원이 그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 LA문화원이 오히려 LA문화계를 차별 대우하며 무시하니 정말 말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미술가협회측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전시회 때도 대관료를 요구하다가 강한 반발로 유야무야됐으나 올해 또 문화원이 협회전에 대관료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문화원 상위 기관인 문화관광부를 통해 내려오는 행사만 혜택을 주고 로컬 문화는 소홀히 한다”고 불만이다.
뉴욕문화원과 LA문화원의 차이도 불만의 원인이다.
뉴욕 한국문화원 전시담당 황유진 씨는 “모든 전시를 초대전 형식으로 유치, 리셉션에서부터 청소비에 이르기까지 일절 돈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화원의 예산 규모도 LA가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LA와 뉴욕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작가들의 경우 두 곳에서 작가 대접이 너무 틀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뉴욕에 기반을 두고 최근 LA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조각가 한용진씨는 “대관료를 못 받아서 운영이 힘들 정도의 문화원 같으면 나라 망신시키지 말고 문을 닫는 편이 좋겠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설득 노력도 부족
문화계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설득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문화원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문화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관료 책정이 필수다. 전기료·시설료 등 부족한 예산을 충당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잘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더라면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김종률 LA문화원장은 “대관료 책정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화계의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받은 대관료는 보다 좋은 전시회, 보다 활발한 문화원 활동을 위해 쓰인다. 그만큼 문화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이해해주고 따라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문화계 인사들의 지나친 감정적 반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지금까지 받지않던 대관료를 왜 받아?”라며 문화원 관계자들을 다그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원은 현지에서 한국문화의 발전과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동포들의 예술 활동을 돕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양측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LA 한국문화원 대관료 규정
2층 전시실 대관료는 하루 100달러로 책정돼 있다. 리셉션 지원 명목으로 행사 사전 사후 정리, 청소, 주차관리 등에 드는 경비로 250달러를 별도로 받는다. 이와는 별도로 전시실 대관시 600달러의 보증금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공연장인 3층 아리홀의 경우 주중 오전 9시~오후 5시 사용료는 4시간 기준으로 200달러, 오후 5시 이후 400달러, 토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600달러이며 조명·음향·영상은 별도 200달러, 청소비 100달러, 시큐리티 디파짓 300달러로 규정돼 있다. 예컨대 토요일에 4시간을 사용하려면 대관료, 기계사용료, 청소비 900달러에 내고, 시큐리티 디파짓 300달러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원은 이와 함께 ‘공익성’이 강한 전시일 경우 대관료를 면제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너무 모호한 기준이어서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되고 있다.
<박동준 기자> dam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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