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직업이든 다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고, 힘든 일이 있겠지만, 그 일을 하지 않는 외부인이 짐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있을 수 있다.
나와 같이 운전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트럭 운전자는 당연히 운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생각한다. 차의 크기가 앞뒤를 합하면 60피트가 넘고, 차체가 두 개로 서로 떨어져 있어 실상 쉽다고는 할 수가 없다. 짐이라도 가득 실으면 그 무게가 총 8만파운드이니 언덕을 내려갈라 치면, 고도의 실력이 없이는 대형 사고를 내고야 말만큼 위험하기까지 하다.
운전을 4년 정도 하고 보니 이제는 운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노련함이 생겼지만 한동안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웠던 순간들은 길을 찾는 것이었다. 동부로 가면 길 이름이 적혀 있는 표지판이 아주 작고 나뭇가지에 가리어 잘 보이질 않는 곳이 많다.
길을 놓치면, 승용차의 경우는 아무 데서나 서서 지도도 보고, 가까운 주유소에서 물어도 볼 수가 있으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트럭의 경우는 차를 함부로 세울 수도 없고, 유턴은 절대 불가능하고, 당황하여 차체가 회전 시 크게 움직이는 것을 잊으면 아주 대형 사고를 만들 수도 있으니 그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의 누구나 초보운전일 때 몇 번의 시련을 격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초행길에서의 난감했던 순간들은 있다. 한번 가본 길은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쉽다. 남이 운전하는 승용차 옆자리에서 한가로이 수다를 떨며 가본 길은 전혀 기억을 할 수가 없다.
트럭 운전하면서 가본 길은 몇년후에 다시 가도 그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얼마나 긴장을 하면서 하는 운전인가를 느낄 수 있다. 가본 길은 긴장도 없고, 그 어려움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쉽다. 따라서 시간도 적게 소요되며, 안전운행에도 안심할 수가 있다.
많은 경험이 필요한, 숙련을 요하는, 그런 일도 아니고, 단순 기능적 일일수록 단 한 번의 경험은 거의 모든 어려움을 없애준다.
길을 감에 있어, 가본 경험을 얻기 위해서는 꼭 가 봐야만 한다. 가본 사람의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가본 것과는 거리가 있다. 항상 가본 길로만 다닐 수는 물론 없다. 어쩌면 새로이 처음 가는 길로 다녀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처음 가는 길은 어려움과 함께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는 신선함도 함께 있다.
가본 길과 처음 가는 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그때 그때의 상황과 임무에 따라서 조건 없이 가본 길이든, 처음 가는 길이든 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길이기도 하다. 기왕에 가야 할 길이라면 후회하는 일없게 조심조심 안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누리는 최대의 선택일 뿐이다.
요즘 부쩍 나의 글을 읽고서 만나자는 전화가 많아졌다. 운짱이 되고 싶은데 그 방법을 좀 알려달라는 전화는 꼭 시름이 깊은 목소리로만 전달되어 온다.
한국과 무역을 하는데 환율 때문에 도산 직전에 있어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고, 생각다 못해 트럭 운전이라도 한번 해 볼까 한다면서, 깊은 한숨소리와 함께 담배연기 뿜어내는 소리가 전화기에도 생생히 들리게 연락해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서 이 글을 쓴다.
한번 가본 길은 절대로 잊지 못할 만큼 긴장을 해야만 가능한 운짱의 길이 이것저것 해보다가 할 수 없어서 마지막에 하는 그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든다면, 결코 원하는 그런 성과는 얻을 수 없다고 충고하고 싶다.
나의 글을 읽어보면 항상 낭만이 있고, 여유로움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나의 여행은 분명 여유로움이 있다. 좁은 공간속에서 맴도는 생활과는 많이 다른 광활함이 있다.
여기까지 오는 그 수많은 처음 가는 길의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언제나 밀려오는 새로운 길에서의 고난을 각오하는 강인한 정신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생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이다. 매일이 새롭고, 그러기에 또한 도전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 왔던 길에서의 경험을 잘 활용하여 즐겁기만 한 그러한 처음 가는 길이길 바란다.
신 영 트럭 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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