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목사/미디아선교회)
요즈음 문화계의 화제는 단연 ‘다빈치 코드’라는 대박 베스트셀러 소설과 영화이다. 이 소설은 2003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번역판까지 합쳐서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4300만부가 팔려나갔다고 하며,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이번 5월에 개봉되어 호사가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국어 번역판도 26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출판사로서는 대단한 성공이다.
크리스찬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소재로 그리스도 예수가 그의 신도인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서 자녀를 두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리고 그 자손들이 프랑스의 고대 왕가를 이루었고 현대까지 자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패턴은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이후에 부활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지난 2000년 동안 만들어낸 여러 가지 전형적인 반론 중에 하나이다. 그 ‘부활 반론 패턴’의 유형 중 첫 번째가 제자들에 의한 ‘시체 도난설’이고, 두 번째가 가사(假死)상태에서 ‘회생설(回生設)’이고, 세 번째가 ‘제3자 처형설’이고, 네 번째가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가현설(假現設)’이다. 첫 번째는 유대인이 헛소문을 조작하려 시도했다는 언급이 신약성경에도 나오는 설이고, 두 번째 가정인 회생설이 가장 이성적(?)인 주장으로 바로 ‘다빈치 코드’의? 원형 패턴이다. 여기서는 예수는 처형되고 자녀들이 남는 것으로 변형됐다.
타인 처형설과 가현설은 기독교 초기의 이단들이 주장하던 설이다.
막달라(막달레나) 마리아는 예수 사역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인으로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장에 있었고, 부활의 새벽에 첫 목격자인 여인으로 성경에 나타나고 있다. 예수의 여제자 중 한 사람으로 중세 서양 예술의 중요한 소재가 됐던 여인이다. 막달라는 그녀의 출신 지명이다. 그 마리아가 예수님의 애인일지 모른다는 가설은 문학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해서 그 동안 ‘신성모독’이라는 교회의 지탄 속에서도 끊임없이 발표됐다.
1971년 말 뉴욕 브로드웨이 한 극장에서 첫 공연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교회의 비난 속에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단번에 스타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문학작품으로는 ‘흑인 올페’의 그리이스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다. 이 소설은 미틴 스콜세이지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 되었으나 교회의 비난 속에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 소설 ‘다빈치 코드’의 내용은 더 나가서 아예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가 자녀를 두었고 프랑스의 왕족 계보로 현재까지 이어져 온다는 내용이다.
최근까지 ‘다빈치 코드’가 표절했다는 둥, 안했다는 둥 자기들 간에 영국법정에서 재판을 끌어가면서 해외토픽을 장식하며,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 홍보를 해가며 저작권 시비를 일으킨 작품이 같은 출판사-랜덤하우스-에서 80년대 초에 출판된 ‘성혈과 성배 The Holy Blood, The Holy Grail’이다. 이 책이 당시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됐었는데, 신학도였던 나는 책방에 서서 두꺼운 사전 같은 책을 통독했었다. 당시 번역라이센스도 해설도 없었던 그 책은 픽션인지 고문헌 연구서인지 구별되지도 않고, 소재는 흥미를 끌었으나 전반적 구성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최근에 엎치락 뒤치락 재판소동을 무혐의로 끝낸 후, 작가 댄 브라운은 사실은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마가렛 스타버드)’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 책 역시 관련 출판사에서 출판한 같은 소재의 책인데 소설적 플롯이 엉성한 작품이다. 그런데 마가렛은 그의 책 서두에서 ‘성혈과 성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쓰고 있다. 이 정도면 출판사의 도서홍보작전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랜덤하우스 출판사는 개작을 거듭한 이 세 책으로 인해 현재 미증유의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고 한다. 랜덤하우스는 런던에 본부를 둔 전통과 명성 있는 다국적 출판사인데, 인터넷으로 위기를 느끼는 출판계에 ‘신성모독’을 담보로 한 ‘가상역사소설’울 시도해서 불황을 넘어서 다시금 출판비즈니스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가상역사소설은 소설의 한 장르로 ‘역사 판타지’이다. 예를 들면 김진명의‘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고원정의 ‘대한제국일본침략사’라는 소설은 다 가상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소설이나 블록버스터 영화 때문에 중요한 사실이 번복되고 뒤집힌 적은 없다. ‘픽션은 다만 픽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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