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김필규<메릴랜드대 정치학과장>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한일 담화에서 특별히 독도문제에 관한한 “조용한 외교”를 철폐하고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노 대통령은 일본이 러일전쟁 후 강제로 점령했던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역사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위안부 동원, 강제징용 등 과거 일본 침략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는 1965년 한, 일 국교협정 이래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고 이례적으로 특별히 선언하고 독도 외교정책의 기조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독도 독트린’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 외교정책상 독트린 하면 정치외교사에 잘 알려진 몬로(Monroe)대통령이 발표한 몬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상고케 한다. 몬로 독트린이란 1823년 미국의 제5대 몬로 대통령이 미 대륙 북서해안의 영토에 관한 러시아와의 마찰을 금하고, 더 이상 유럽제국이 미 대륙에 간섭을 하지 못 하도록 선포하여 그 후 1세기에 걸쳐 미국 외교정책에 기조가 되었다는 사실이 독트린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의 독도 외교정책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 이래 40여 년간 해마다 공식적인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응 없이 “망언”이라고만 되풀이했을 뿐 분쟁에 말릴까 두려워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묵인하는 법적 효과만 초래했다. 이른바 ‘조용한 외교’로 인하여 분쟁의 여지가 없는 엄연한 한국의 땅 독도를 오히려 분쟁화 시킨 것이다. 이러한 ‘조용한 외교’의 오류에서 탈피하고 적극적으로 선회한 노무현 대통령의 당당한 독도선언은 독도 외교사의 전환점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한일간 독도외교 분쟁의 근원은 국제법상 혹은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과 초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일본의 항복과 한국의 독립 후 196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국교 정상화 협정이 기본적으로 그 문제가 되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권이 정권의 합법성(legitimacy)과 경제 개발을 위하여 일본의 도움이 필요했고 무상 경제원조에 급급한 나머지 일본의 간계에 말려들어 애국학생들의 부당한 한일 국교 협정 반대 데모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령까지 선포하며 강제로 불공평한 협정을 체결했다. 특기할 사실은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독도주변 해역을 포함한 해상해저 관할권을 선언한 이승만선(평화선)을 철폐한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그 당시 군사정권은 일본이 탈취한 문화재 반환, 재일동포 법적 지위 문제, 강제 징용, 사할린 동포, 위안부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서둘러 조약을 체결하느라 평화선 철폐와 독도 영유권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치 못한 점이 독도 분쟁의 근원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영토에 대한 국가의 주권은 훼손되어왔고 드디어는 서울 한복판에서 주한 일본대사가 “타케시마는 일본영토다”라고 당당하게 외쳐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가 아닌 공사를 불러 항의하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국민은 현혹되고 국민정서에 깊은 상처만 입혀왔다.
특히 일본 고이즈미 정권은 2차 대전 후 자민당의 60여 년 이상 지배하에 개혁필요를 느낀 나머지 독도 카드를 보수파를 움직이기 위한 국내정치용으로 필요할 때마다 유용하고 자민당 내부의 비뚤어진 역사 인식을 확인시킨 점에서 우려와 경계를 요한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에 대하여 과거사를 잊고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남경 학살, 한반도 식민지배, 정신대 동원 등 국제 범죄를 범한 A급 전범들이 묻혀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위는 불행하게도 피해자의 슬픔과 한을 무시한 비인륜적인 처사로서 미래 지향과는 거리가 멀다. 사무라이 후예로서 지녀야할 온(恩)과 기리(義理), 기무(義務)의 부시도(武士道)정신이 아쉽다. 도덕과 은혜를 중시하는 이웃 아시아를 외면한 채 야욕과 난폭으로 탈취한 영토를 정당화하는 일본이 세계 평화의 지도자로 UN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을까?
일본의 제일 야당 민주당 지도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와 고이즈미 후계자 후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 장관 같은 일본 지도자들도 이 같은 고이즈미의 비굴하고 교만한 속성을 비판하고 아시아 외교를 강조하였으며 최근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A급 전범에게 참배하는 고이즈미를 경고한 바 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양국이 분쟁 중이었던 포클랜드(말비나스)섬을 1982년 아르헨티나 군인들이 상륙하고 실효점유를 주장하여 국제적인 관심사이었으나 영국 대처 수상이 황실 해병함정을 급격히 포클랜드 섬에 파견하여 단호한 주권수호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이 섬 분쟁이 일단락 된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독도 독트린’은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강력히 대응, 실천하여 일본이 더 이상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때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독트린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김필규<메릴랜드대 정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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