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김명준 씨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부인이 그를 가리켜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단순히 식물인간 상태인 친정 어머니를 지극 정성 돌봐주는 것이 고마워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매사에 성심을 다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평생 큰 소리 한 번, 화 한 번 낸 적이 없는 성품을 그렇게 말고는 달리 부를 길이 없어서다.
부인에게서, 자식에게서, 이웃들에게서 ‘천사의 마음’을 가졌다는 칭송을 받고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1회 효자·효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명준(62) 씨와 부인 김상숙(56) 씨 부부는 그래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효심이 지극한 부부가 아니다. 평소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로 너무도 아름다운 삶이고, 효성은 그 가운데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김명준 씨의 버지니아 로턴 집에서 대면한 93세의 장모님은 8년간 거의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한 모습이었다.
8년 전 쓰러져 머리를 다치고 병원에 실려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의식이 없다. 한쪽 팔과 다리 일부를 약간씩 움직이기는 하지만 사고 후 그 오랜 세월을 꼼짝없이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 장모님을 김명준 씨는 튜브로 음식물을 공급하면서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고, 알콜로 구석구석 닦고, 손톱 발톱 깎고, 머리도 깎아 깨끗이 빗겨 드리며 지금껏 8년을 지냈다. 몸을 일으키기 쉽지 않지만 휠체어에 태워 바깥바람도 쏘여 드린다.
의사표시는 못해도 이제 사위의 손길을 알아 그가 옆에서 돌봐드릴 때면 알 듯 모를 듯 표정이 달라지고 옆에서 봐도 반가워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사고 후 이노바 훼어팩스 병원에 처음 갔을 때는 그냥 병원에 모셔야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진이 나름대로 돌본다고 해도 주사 부작용과 급식 조절 잘못으로 온몸이 퉁퉁 붓고 토하고 하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모셨다.
김명준 씨는 늙은 호박을 사다가 꿀을 넣고 푹 삶아 계속 먹이고 온몸을 깨끗이 닦아드렸다. 붓기가 곧 빠지고 환자가 훨씬 편안해 보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장모님은 그렇게 ‘편안하게’ 누워 계신다.
8년 동안 한번도 욕창이 생긴 일이 없다. 오히려 검진 등을 위해 병원에서 얼마동안 있게되면 짓무르고 상태가 나빠져 빨리 퇴원시켜 달라고 사정을 하곤 했다.
김 씨 부부는 80년대 초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다 지난 92년 미국으로 옮겨왔다. 부인 김상숙 씨는 위로 오빠 둘이 결혼해 분가한 후 30에 혼자 된 어머니와 같이 살다 아르헨티나로 모셔왔다.
사위 김명준 씨는 장모를 그냥 ‘잘’ 모신 것이 아니었다. 살림을 아예 맡겨 수입 전부를 몽땅 장모님께 드리고 자신이 오히려 용돈을 타서 썼다.
김명준 씨는 “장모님이 우리 살림 돌봐주고 손자 손녀 키우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며 “효심이라고 하지만 자식이 부모의 10분의 1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김명준 씨의 효심은 물림인지 모른다. 103세까지 사신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아버지가 그 장모님을 또 그렇게 극진히 모셨다. 김명준 씨의 2남 1녀도 아버지의 평소 삶을 보고 큰 탓에 시키지 않아도 외할머니 기저귀 갈아드리고, 아버지 바쁠 때면 집에 들러 외할머니를 돌본다.
아르헨티나에서 봉제공장을 했던 김 씨 부부는 미국으로 옮겨와 부인은 남의 세탁소에서 옷수선 일을 하고, 남편은 미싱수리와 수선재료 등을 공급하는 일을 했다.
3, 4년쯤 세월이 흐르고 주인이 부인에게 가게를 그냥 인수하라고 했다. 매매대금 없이 그냥 매달 얼마씩 내는 형태로 가게를 맡으라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의 너무도 성실한 생활 태도를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숙 씨가 운영하는 DC 가게가 바로 그 가게다.
김명준 씨의 일상은 남을 돕는 삶이다. 나보다 남이 언제나 먼저다. 매사를 ‘자기 일’처럼 정성을 다한다. 그래서 경조사에 빠지는 일 없고, 늘 화합과 양보를 강조해 헤어질 위기의 부부를 화해시킨 예는 일일이 셀 수도 없다. 김 씨가 사는 성실한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웃들은 ‘물과 같은 분’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김명준 씨를 표현한다. “과묵하고, 화내는 법 없고, 매사 긍정적이며, 마음이 넓고 생각이 깊어, 항상 꼭 같고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김명준 씨는 “목욕 시키려고 안거나 업어보면 해마다 다르다”며 마침내 눈물을 보였다. “언제까지 사실는지... 잘해 드릴래야 어떻게 뾰족한 방도도 없고...”
김명준·상숙 씨 부부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그 눈물은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권기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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