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라인댄스(Line Dance)를 배운지도 1년이 넘었다.
이제는 선생님이 스텝을 설명해 주고 가르치는 동작만 봐도 따라할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는 엄두도 못 내었다. 라인댄스가 건강에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춤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중년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간단한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식구들은 수술 후 마취가 늦게 깨어나자 몹시 불안했다고 한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병인데도 나는 무척이나 심란하게 받아 들였다. 그런 나를 이웃에 사는 언니가 라인 댄스를 배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었다.
완벽한 성격의 선생님 탓인지, 춤에는 재질이 없는 내 탓인지 시작부터 자신이 없었다. Brush, Fan, Hully Gully, Cross and Point. 등 48개의 스텝을 프린트를 해주었지만 막상 동작으로 스텝을 따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못 알아들어 툭하면 반대 방향으로 돌아 옆 사람과 부딪쳐 민망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라인댄스는 4박자를 기본으로 나이가 들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이란 말을 들었는데 50대 중반인 내가 따라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운동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갈등을 했다. 계속 할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를 놓고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차는 가게 앞 파킹장에 서 있었다.
하루 14시간씩 가게 안에서 작은 일로 손님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도 나를 지치게 했고, 재깍 재깍 쉬지 않고 지나가는 시간들도 나를 불안하게 했다. 잠시 햇살이라도 쏘이고 오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는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가는 날이 늘어날수록 어렵고 낮선 스텝들이 하나 둘 머릿속에 들어 왔다. 신기했다. 배운 스텝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손바닥에 메모도 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춤보다는 컨추리 송이나 팝송이 마음을 흥겹게 했다.
잉글버드 험퍼딩크의 Bicycle Waltz곡이 흘러나오고 모든 사람들은 발뒤축을 살짝 들고 시작을 기다리는데 앞에 선 사람이 옆 사람을 향해 “닐 다이아몬드의 노래”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세월은 이렇듯 우리의 머리 속의 기억들을 하나 둘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스텝들이 엉키지 않을 정도가 되니 앞사람들의 춤추는 동작들이 눈에 들어 왔다. “Shimmy”를 하는 모습들이 각양 각색이다. 스텝을 죽이고 한 번만 씨~익 움직이는 사람, 몸 전체를 사시나무 떨 듯이 움직이는 사람, 엉덩이를 뒤로 빼고 흔드는 사람.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마음을 기분 좋게 해준다.
‘줄을 맞춰 추는 춤’이라 해서 라인 댄스(Line Dance)라 불리는 이 춤은 본래 남녀가 2명씩 짝을 이루어 원형이나 장방형으로 추는 춤이다. 영국의 컨추리 댄스에서 유래했다고 했지만 최근엔 각자 줄을 맞춰 추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파트너 없이 출 수 있어 좋고, 갱년기를 앓는 중년의 여성들에겐 더욱 좋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인 댄스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한 여자가 예쁜 여자를 못 당하고, 예쁜 여자는 건강한 여자를 못 당한다.’는 말을 생각하며 웃어본다.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이상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2시간 춤추면 2만보를 걷는 것과 같다고 한다.
폐경기의 여성들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증, 기억상실, 불안감.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약해지고 골다공증으로 키가 줄어들고 어깨와 다리가 휘어지는 자신을 서글프게 생각한다.
라인 댄스를 하며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몸의 균형이 잡히고, 걸음걸이가 가벼워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차피 오는 세월은 불변 할 수 없으니 건강하게 늙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듯 싶다.
운동이 끝나고 땀을 식히느라 의자에 않아 있는데, 처음 온 분이 나에게 묻는다. “얼마나 하면 그렇게 잘 할 수 있나요.”? 나는 웃으며 “계속 하면 저 보다 훨씬 더 잘하실 수 있어요.” 그 분은 나의 의중이 궁금한 듯 나를 쳐다본다.
“선생님 도저히 따라할 자신이 없어요.” 처음 운동하러 온 사람이 이렇게 하소연을 하면 “ 저분도 지금은 잘 하지만 맨 처음에는 같은 말을 했어요.” 선생님이 나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모두 박장 대소 하며 웃는다.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요즈음 우스개 시리즈 중 평준화 의 시대를 풍자한 말이 있다. ‘50대는 학력 평준화, 60대는 인물 평준화, 70대는 인격 평준화’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사는 날 까지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나를 생각 해볼 때인 듯 싶다. 삶의 즐거움을 주는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김복희
■‘수필문학’신인상/재미 수필문학가 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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