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키워드] 판토마임·음악·보디랭귀지 접목
맞춤형 개그 언어장벽도 훌쩍~
개그계에 ‘한류의 봄’이 찾아올까.
개그계가 드라마 영화 가요로 이어진 한류 열풍에 동참하기 위해 부쩍 바빠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준형-정종철 콤비가 이끄는 ‘갈갈이 패밀리’가 지난 4월 일본 도쿄 나카노제로홀에서 2,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치렀고, 조혜련 김다래 등은 일본 TV의 오락 프로그램에 진출해 한국 개그우먼의 힘을 과시했다.
’갈갈이…’ 도쿄공연 성공 청신호
전략적 제휴 활발 ‘길이 보이네~’
개그는 언어의 장벽이라는 한계로 인해 연예계 전체의 화두나 다름 없던 한류에 쉽사리 합류하지 못했고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벽을 넘어설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며 조금씩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 동안 개그계에 한류는 불모지였다.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에서 오는 상황의 재미가 핵심인 개그의 속성상 언어 장벽은 높았다.
또한 개그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사회상과 시대상의 반영 및 풍자를 위한 사회ㆍ문화에 대한 이해도 녹록치 않은 숙제였다. 그러나 서서히 활로가 보이고 있다. 여전히 폭은 좁아 보이지만 그러나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한류의 봄’을 맞을 채비를 갖추고 있는 개그계를 점검해봤다.
# 한국형 개그와 만국 공통 언어의 접목
지난 4월 갈갈이 패밀리가 도쿄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치러낸 배경엔 한국형 개그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장치의 결합에 있었다. 한국형 개그의 전형인 공연 형식의 스탠딩 개그를 중심으로 판토마임, 음악, 보디랭귀지 등을 접목했고 기존 한류 아이템을 활용했다.
이수근 변기수 류담 등의 ‘고음불가’는 일본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눈의 꽃’, ‘보고 싶다’, ‘아이 빌리브’ 등을 고음불가 버전으로 불렀고, 김진곤 인용식 등은 최고 한류 스타 배용준을 재치 있게 흉내낸 ‘욘사마’라는 코너로 공감을 얻었다.
다양한 사물의 모양을 동작으로 그려내는 서남용의 ‘사물개그’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어설픈 비트박스로 표현하는 정종철의 개인기도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갔다. 이른바 ‘한류 맞춤형 개그’를 탄생시킨 것이다.
공연을 기획한 박준형은 “일본어 구사를 최소화하면서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템 선정에 공을 들였다. 사회ㆍ문화적인 접근은 기존의 한류 아이템을 활용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시작에 불과한 만큼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국내 개그계의 맏형격인 컬투(정찬우 김태균)는 2~3년 전부터 한류를 모색해왔다.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동포를 대상으로 한 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했고, 다각도로 현지 관객들의 관심을 끌 아이템을 찾아왔다. 최근엔 일본의 유력 코미디엔터테인먼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교류를 통한 한류를 모색하고 있다.
컬투의 소속사인 컬트엔터테인먼트의 정형진 이사는 “한국형 개그에 대한 해외 평가는 높다. 토크쇼 등 대담 중심의 코미디가 주류인 그들에게 공연 스타일의 한국형 개그는 신선함의 차원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 변사 시스템 도입 등 현지 희극인들과의 제휴로 언어 장벽을 넘어설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현지 개그 속으로
보다 적극적인 개그 한류의 방법으로 직접적인 현지 개그계 진출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우비소녀’ 개그우먼 김다래는 일본 어학 연수를 통해 언어 문제를 해결한 뒤 일본 코미디계에 진출했다. 조혜련 또한 엄청난 노력으로 익힌 현지인 수준의 일본어 실력을 갖춰 일본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치를 과시했고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업체인 호리프로와 계약을 맺기까지 했다.
지난 해 신동엽 김용만 유재석 등 국내 톱클래스 개그맨들이 뭉쳐 탄생시킨 DY엔터테인먼트는 적극적인 개그 한류 추진을 위해 일본 최고의 코미디엔터테인먼트업체인 요시모토흥업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요시모토흥업 소속의 코미디언들과의 인력 교류를 통해 수월하게 개그 한류를 추진할 배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DY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이혁재와 노홍철의 경우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 속에 일본어 교육 등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현지 언어에 익숙한 동포들 중 개그에 재능이 있는 자원을 발굴해 ‘글로벌 개그맨’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3월 타계한 故 김형곤은 미국 LA와 일본 도쿄 등지에서 교포 대상 개그 콘테스트를 개최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비록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긴 했지만, 엄용수 조문식 등 동료 개그맨들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았다. 조문식은 지난 4월 갈갈이 패밀리의 도쿄 공연에 함께 해 개그 콘테스트 개최를 위한 현지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조문식은 “일본 현지 엔터테인먼트업체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다만 개그 한류가 좀더 활성화돼 관심을 갖는 동포들이 많아져야 하는 게 선결과제다”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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