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문석호 <한국무엽협회 미주본부장>
하와이의 사탕수수밭으로 한국 동포가 이주해 온 지 어언 102년이 흘렀다. 유구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땅에 뿌리내려 성장해 온 한인 동포사회의 관심사는 시대별로 무척이나 다양했겠지만, 한결같은 화두가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미국의 이민정책(입국 및 체류 신분 향상) 개선과 모국과의 문화,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한 미국 주류사회에서의 주도적인 역할 증대였을 것이다.
그런데 금년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국가차원의 핵심 정책 및 입법 현안으로 양국 정부와 민간 기업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무비자로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동시에 한국과의 경제 및 안보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게 될 무관세 교역, 즉 한미 자유무역 협정(FTA)의 실현을 위한 협상에 돌입한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193개의 FTA가 발효 중이고 전세계 총 교역량의 52%가 FTA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총 교역량의 3.4%만이 무관세 교역의 혜택을 보고 있으며, 최근 칠레 및 싱가폴 등과의 FTA가 발효되었을 뿐이다.
무역자유화를 통한 수출증대를 꾀함에 있어 한국은 그 동안 다자간 협상인 WTO에만 집중해 왔기에, 특정 국가와의 FTA를 더 이상 도외시하다가는 해외 시장의 대부분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 FTA 협상의 출범은 시의적절하면서도 국익에 필수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000년도부터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포럼을 최초로 개최해 한미 FTA 타당성 논쟁에 불을 지핀 바 있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7대 교역국,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2대 교역국이므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미국도 한국처럼 GATT 및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을 주도하면서 FTA를 꺼려 왔지만, 중동 분쟁의 중심에 위치한 이스라엘 및 요르단과 사상 처음으로 두 건의 FTA를 체결했다.
이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이 미국 총수출의 1% 와 0.1%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더라도 미국이 한국과 FTA를 추진하는 데는 경제 이상의 모티브가 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FTA 체결로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증대와 지속적인 경제성장, 서비스 및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선진화, 투자 유입 및 중장기적 일자리 창출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 산업별 이해득실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국민의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FTA의 수혜자가 된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미 FTA 체결시 우리의 실질 GDP는 135억 달러가 증가하고 가격인하 등에 따른 소비자 잉여 증가 등을 감안한 국민후생 수준은 68억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대미수출과 생산의 경우에도 각각 71억 달러, 27조 원이 증가하고 고용은 초기에 8만5천명이 감소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0만4천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수출·수입이 모두 크게 증가하고 무역수지는 좀 더 균형으로 접근하면서도 여전히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개방과 경쟁에 따른 산업 구조개선, 선진 서비스 및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이행 및 생산성 증가 등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경제적 효과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1%포인트만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실질 GDP는 352억 달러, 후생수준은 281억 달러, 생산과 고용은 각각 86조원과 55만1천명이 늘어나, 한미 FTA가 가져올 긍정적인 경제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들의 실제 사례를 점검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칠레는 미국, EU, 중국,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인구의 74%인 48억 인구를 가진 국가들과 이미 FTA를 체결했고, 일본 등과의 FTA도 서두르는 독특한 국가다. 미국과의 FTA에 대해 칠레에서도 국민과 NGO(시민단체)의 반대 시위가 상당했지만 슬기롭게 극복해냈고, 오늘날 FTA를 통해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 뒤 2년이 지난 현재 대미 수출은 32%(2004년), 37%(2005년)의 급성장을 보였다(칠레의 연간 수출증가율은 25% 수준).
각종 연구기관의 예측으로 보나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미 FTA는 한국에 큰 이익일 것은 분명하다. 끝으로 특히 한미 FTA는 동포사회에도 큰 기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무비자 입국 추진과 한미 FTA의 추진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FTA를 통해 동맹관계와 경제 교류가 긴밀해짐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미국의 이민정책과 한인사회의 위상 역시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최근 떠오르는 한류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인사회의 경쟁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더 많은 사업기회와 교류의 마당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 사회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 같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FTA 협상에 대한 한인사회 및 경제계의 적극적인 성원을 기대해 본다.
문석호 <한국무엽협회 미주본부장>
유태인들이 그러하듯 장차 비자면제와 FTA 등을 통해 한민족의 후손이 이 땅에서 번창하고 힘을 기른다면, 따로 주인이 없는 미국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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