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초이며 근간이 가정이다. 만일 가정이 건전하지 못하면 사회가 흔들리고 그러다 보면 국가가 시끄럽다. 마찬가지로 우리 이민사회가 휘청거리는 것은 가정이 많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소가 밝히는 통계를 보면 방문자의 대부분이 가정을 많이 흔드는 요인들을 가지고 와서 상담들을 한다고 한다. 예컨대 배우자 부정이나 폭력, 상대 배우자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 아니면 탈선한 자녀문제, 또는 마약이나 알콜 중독으로 인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이민을 왜 왔는가? 잘 살기 위해, 그리고 자녀 교육을 잘 시키기 위해서 왔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목적과 꿈을 이루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단지 그냥 먹고살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것이 고작이다. 열심히 살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은 됐지만 실상은 잘 살기 위해, 아니면 교육을 위해서 이민 왔다는 소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네 가정은 부부는 부부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상처투성이고 많이들 지쳐 있다. 아이들을 맹모삼천지교의 정신으로 키운 가정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우리의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가 야채, 델리, 세탁, 네일, 생선가게, 아니면 직장에 나가 일하는 동안 거의가 남의 손에 맡겨진 채 제 힘으로 혼자서 크다시피 했다. 부부들도 서로 제각각 따로 놀고 어쩌다 한번 마주치면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반갑다(?)고 한다.
가정의 시작은 부부이다. 그런데 가정의 기초가 되는 부부가 집안에서 티격태격 싸움질이나 하고 불협화음을 낸다고 하면 그 가정은 뭐가 되겠는가. 가정이란 가족의 구성원이 힘들고 어려울 때 부는 바람을 막아주는 하나의 울타리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정이 넘쳐나는, 그래서 이해와 용서, 사랑과 관용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가정인 것이다.
옛날에 우리가 살던 가정은 정말 가족간에 서로 돕고 의지하며 없는 것도 서로 나눠 먹으면서 살만큼 인정이나 우애가 두터웠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가족간에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가는 한인 가정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이는 가정의 근본을 망각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는 결과이다.
가정은 서로의 존중 가운데 좋은 가정이 꾸려지는 법이다. 이민사회의 많은 가정에서 폭행사건이라든가, 배우자의 외도, 자녀의 가출사건, 마약이나 갱 가입 사건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되는 가정이 많은데 이는 처음부터 문제의 가정을 만들려고 해서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살다보니 마음에 맞지 않고 살다보니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고, 살다보니 원하는 길로 가정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가족의 일원들이 각자 불만에 쌓여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가정의 소중함을 잃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이런 집에서 나가면 좋겠다” “이런 사람과는 못 살겠다”하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생긴다. 이는 가정을 가지면 저절로 이루어지고 저절로 지켜지는 줄 알고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데서 나온 결과다. 가정을 지키는데는 고통이 따르고 인내와 고뇌, 그리고 비용도 따른다. 그러나 가정을 위해서 제일 먼저 투자해야 할 일은 인내다.
가정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들이지 않고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힘들이지 않고 지켜지는 좋은 가정은 없다. 힘들여서 지켜지지 않는 가정은 참된 가정이 될 수가 없다. 가정은 지키는 자의 보물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완성된 가정이 있다면 그것은 고통과 고뇌와 이해와 인내가 버무려져 만들어낸 정원이다. 누구나 가정은 다 가지고 있지만 가정은 잘 지키면 보금자리가 되고 잘 지키지 못하면 서리곶이 된다. 과연 나의 가정은 어떤 곳인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진단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만인지상, 일인지하라고 일컫는 우리 나라 제일의 재상 황희 정승도 집에 돌아와서는 가정에서 부인을 항상 어렵게 대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가정의 현실은 어떠한가. 혹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각자의 본분을 잊어버려 나로 인해 가정의 균형이 깨지는 일은 없는지 점검해 볼 때이다.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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